더스쿠프 마켓분석
국내 은행 뱅킹앱 보고서
세번째 지표➌ 편리성
서경대 MFS 연구팀 뱅킹앱 분석
10개 항목 통해 편리성 따져보니
시중은행 편리성 높게 나타나
평균 점수 하회한 인뱅 3사
사회적 약자 어려움 고려해야

54.0%. “현재 거래하는 은행을 바꿀 수 있다”는 금융 소비자의 비율(하나금융경영연구소)이다. 뱅킹앱이 등장하면서 은행의 문턱이 낮아졌고, 거래 은행을 바꾸기도 쉬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앱의 ‘편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더스쿠프가 서경대 MFS 연구팀과 어느 은행이 가장 편리한 뱅킹앱을 구현했는지 알아봤다. 

앱 이용이 편리해서 새로운 금융기관과 거래를 트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앱 이용이 편리해서 새로운 금융기관과 거래를 트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뱅킹앱’이 등장한 이후 달라진 금융 소비자의 문화가 있다. 그전엔 은행 점포가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뱅킹앱에 얼마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금융 소비자의 만족도와 선택을 좌우하는 척도가 됐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가 성인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0%가 신규 금융회사와 거래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 ‘앱 이용 편리’를 꼽았다. 앱 이용이 편리하다면 기존 거래 은행이 있어도 얼마든지 다른 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어떤 은행의 뱅킹앱이 가장 편리할까. 사실 ‘편리성’을 판단하는 절차엔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이용자의 특성과 기호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경대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팀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10가지 평가항목을 뽑아 뱅킹앱(15개)의 편리성을 분석했다. 

평가항목은 ▲AI 챗봇 이용, ▲서비스 이용, ▲오프라인 연결, ▲타 자산 연결, ▲분석(마이 데이터), ▲고객 소통 매체, ▲계좌이체, ▲모바일 로그인, ▲계열사 앱 사용, ▲금융상품·서비스 조회 등이다. 항목별로 3가지(일부 2가지)의 세부 기준을 세우고,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5점 만점으로, 3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5점, 2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4점, 1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3점을 줬다.

[※참고 : 평가는 해당 항목의 여러 연구원이 개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앱을 직접 다루면서 진행했다. 8월 21일까지 업데이트한 내역을 기준으로 삼았고,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총 15개의 뱅킹앱을 12개 ‘시중·지방은행’과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나눠 평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2017년 첫 출범)은 금융업 후발주자로서 영업점·인력 등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렇다면 각 뱅킹앱의 편리성 점수는 어떨까. 먼저 시중·지방은행의 결과부터 확인해보자.

■ 분석➊ 시중·지방은행 = 평가 결과, 지방은행 대비 시중은행의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4.9점(이하 5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서비스 이용’ 항목을 제외한 9개 항목에서 모두 5점을 받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4.6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이 4.5점으로 공동 3위 자리를 꿰찼다. NH농협은행과 DGB대구은행은 각각 4.4점, 4.3점을 획득해 6~7위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수협은행·BNK경남은행·JB전북은행·광주은행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위권 뱅킹앱의 평균 점수는 4.16점에 그쳤다. 이는 15개 뱅킹앱 평균 점수(4.2점)를 하회하는 수치다. 

이번엔 구체적인 평가항목별로 살펴보자. 먼저 은행들이 빠른 고객 응대를 위해 속속 도입한 ‘AI 챗봇 이용’ 부문이다. 최근 ‘챗봇’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면서 챗봇 서비스가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 상담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 전달, 업무지원, 서비스 추천 기능까지 더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 8개 은행은 AI 챗봇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고, 챗봇 내 ‘추천 기능’과 ‘단어 자동완성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이들 8개 은행은 3가지 세부 기준에 모두 부합해 5점을 받았다. DGB대구은행과 JB전북은행은 단어 자동완성 기능을 포함하지 않아 4점을 받았다. 수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은 AI 챗봇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가장 낮은 점수(3점)를 기록했다. 

청약·자동차·보험·연금 등 다른 금융자산과 연결이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는 곳은 KB국민은행(이하 5점)과 하나은행이었다. 이들 은행의 뱅킹앱에선 ‘자산(청약·자동차)과 연결’ ‘공과금·통신비 등 납부’ ‘보험·연금 조회’가 모두 가능했다. 나머지 10개 은행은 다른 자산(청약·자동차)과 연결이 되지 않아 4점을 받았다. 


다양한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했는지를 판단한 ‘서비스 이용’ 항목에선 만점을 획득한 곳이 없었다. ‘다국어 호환 기능’ ‘음성명령 기능’ ‘송금시 더치페이 기능’ 등을 평가했다. 먼저 다국어 호환 기능을 제공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BNK부산은행·BNK경남은행·JB전북은행·광주은행 등 5곳에 그쳤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25만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었다. 

스마트폰 글자 입력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음성명령 기능을 지원하는 은행은 우리은행·수협은행·DGB대구은행·KB국민은행 등 9곳이었다. 젊은층이 선호할 만한 송금시 더치페이 기능을 탑재한 은행은 DGB대구은행·JB전북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 등 6곳이었다. 

가장 손쉽게 계좌이체가 가능한 은행은 KB국민은행(5점)이었다. KB국민은행은 계좌이체 시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하지 않고 사진으로 촬영해 입력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원하는 시간에 송금하도록 예약 기능도 탑재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4점)들은 송금 예약 서비스만 이용 가능했다. NH농협은행(3점)은 ‘사진 촬영’ ‘송금 예약’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다. 

뱅킹앱 이용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 점포 수(2019년 6709개→2023년 6월 5731개)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은행 방문시 장시간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뱅킹앱이 오프라인 점포와 얼마나 잘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BNK경남은행(5점)은 앱상에서 ‘은행 창구 예약’ ‘ATM 위치 안내’ ‘모바일 번호표 발급’이 모두 가능했다. 반면 DGB대구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JB전북은행(4점) 등에선 세가지 중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고객과 소통을 위해 가장 많은 채널을 운영하는 은행은 어디일까. ‘고객 소통 매체’ 항목에선 전자상담·화상상담·전화상담·챗봇상담·수어상담 신청·1대 1 문의·사고신고 등 총 7개의 채널 중 몇가지를 운영하는지 평가했다. 7개 채널을 모두 운영하는 은행은 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5점) 등 3곳이었다. BNK경남은행(3점)은 4개 채널만 운영해 고객과 소통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분석➋ 인터넷전문은행 =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출범했지만 편리성 평가에서 되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토스뱅크는 4.2점으로 15개 전체 뱅킹앱의 평균 점수(4.2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케이뱅크는 3.6점, 카카오뱅크는 3.4점에 그쳤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서인지 ‘오프라인 연결’ 편의성 면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3개 은행 중 케이뱅크만 유일하게 ‘ATM 위치’를 안내하고 있었다. 

다른 금융자산과 연결이 잘되는 곳은 토스뱅크(5점)였다. 토스뱅크 앱에선 ‘자산(청약·자동차) 연결’ ‘공과금·통신비 등 납부’ ‘보험·연금 조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이하 3점)와 케이뱅크에선 공과금·통신비 등 납부만 가능했다. 

AI 챗봇 서비스를 가장 잘 구현한 은행은 케이뱅크(5점)였다. 카카오뱅크(이하 4점)와 토스뱅크는 AI 챗봇을 도입하고 추천 기능을 탑재했지만, 단어 자동완성 기능을 갖추지 않아 감점을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과 소통’ 면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다. 3곳(3점) 모두 고객 소통 매체 수가 7개 중 4개에 그쳤다. 고객 소통 매체가 다양할수록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서비스 이용’ 항목에선 다국어 호환 기능을 제공하는 은행이 한곳도 없었다. 특히 토스뱅크는 지난해 5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외국인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다국어 호환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외국인에게 은행의 문턱을 낮췄지만 걸림돌은 제거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겠다면서 탄생했지만 편리성 면에서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중·지방은행 역시 외국인·노약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좀 더 이용하기 편하게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뱅킹앱 편리성 항목을 평가한 박수홍 MFS 연구팀 파트장은 “뱅킹앱의 기본인 ‘편리성’을 갖추지 못하면 고객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들이 향후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까지 고려해 뱅킹앱의 편리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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