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검단 아파트 무너진 후 7개월
이제야 나온 주거지원 방안
주거 불안은 당연한 결과지만
법적 제도에 이런 고려는 없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화정아이파크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LH와 GS건설이 만들던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터진 붕괴사고. 두 사건의 보상안은 사고 발생 후 각각 10개월, 7개월이 지나서 마련됐다. 특히 검단 아파트는 원래 입주해야 했던 시기인 12월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보상안이 구체화했다. 내집 마련에 모든 돈을 쏟아 넣은 입주예정자들은 왜 매번 마음을 졸여야 할까.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보상안 합의가 마무리됐다.[사진=뉴시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보상안 합의가 마무리됐다.[사진=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끝난 지 한달 만에 첫단추가 끼워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획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의 ‘보상’ 이야기다.

지난 4월 벌어진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는 10월 국정감사 이후에야 보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사업 주체인 LH(이한준 사장)와 GS건설(임병용 대표)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질타를 받은 후였다.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두 회사가 아파트를 정상적으로 시공했다면 입주 시점이 12월이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입주자는 이 시점에 맞춰 전월세 계약기간과 자금계획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주차장 붕괴사고로 준비했던 일정은 모두 흐트러졌다. 검단 아파트를 철거 후 전면 재시공하면 입주예정자들은 입주까지 4~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원래 거주하려 했던 검단 지역에 살기 위해선 4~5년만큼의 전세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당장 12월이면 집을 찾아야 하는 입주예정자에게 가장 시급한 건 이 문제였다. 하지만 절박하기 그지 없는 일의 논의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왜일까. 

■ 허점➊ 지체상금 = 사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만 그런 건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던 화정동아이파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고 후 보상 문제는 진통을 겪은 후에야 간신히 결론이 났다.

보상을 규정한 법과 제도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제61조)은 연체료와 지체상금遲滯償金(용어설명 참조) 계산 방식을 규정해 뒀다. 분양자와 사업주체 모두가 ‘약속한 날짜’를 지키도록 만드는 규정이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수분양자가 기한 내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이를 칼같이 청구한다. 그럼 시공사 등 사업주체가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한다면 어떨까. 시공사는 지체상금을 입주예정자에게 선지급하거나 해당 지체상금만큼의 금액을 분양 잔금에서 빼야 한다.

언뜻 공사가 미뤄졌을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제도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대체주거지를 찾아야 하는 입주예정자들로선 전세보증금 등이 필요한데, 이 규정엔 지체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LH, GS건설, 검단 입주예정자 간 간담회에서 입주예정자들은 “지체상금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주거지원금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인데 왜 주거지원금처럼 둔갑시키느냐”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 허점➋ 주거지원금 = 그나마 지체상금은 규칙이라도 있지만, 주거지원금은 법적 근거조차 없다. 아파트 붕괴 등 ‘부실시공’ 사고가 터졌을 때 주거지원금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를 검단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고가 터진 지 5개월 만인 9월에 GS건설이 처음 제시한 무이자 주거지원금은 6000만원이었다. 10월 국정감사 이후엔 이 금액이 분양면적에 따라 7000만~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전면 재시공을 GS건설이 먼저 제안했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LH도 지체상금을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주거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8.5%의 연체율을 적용하는 검단 아파트의 지체상금은 대략 910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이었다.

LH는 이 금액 중 4000만여원을 선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5000만원까지 늘렸다. 결국 LH와 GS건설은 입주예정자들의 거듭된 항의 끝에 11월 최종 보상 방안으로 1억4000만원의 주거지원금을 제안했다.

주거지원금 하나를 결정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언급했듯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와 사업주체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주거지원금을 계산할 수밖에 없었고,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가령, GS건설이 제시한 주거지원금은 검단신도시 일대에서 이뤄진 실거래 전세보증금을 참고했다. 반면, 입주예정자들은 “신도시가 되면서 주변 전세 호가가 많이 올랐는데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 허점➌ 중도금 대출 = 갈팡질팡한 건 주거지원금뿐만이 아니다. 시공 사고가 터지면 ‘중도금 대출’을 변제하는 문제도 늘 도마에 오른다. 검단 사고에서 보듯, 입주예정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업주체가 이자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 게 아니라 대위변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정부 정책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가계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구체화하면, 전세보증금의 추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사업 주체의 대위변제를 요구한 이유다. 애초 중도금 이자 대납 조건을 제시했던 GS건설이 대위변제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게 ‘기준점’이 되진 않을 게 분명하다. 또다른 붕괴사고가 터졌을 때 검단 아파트의 사례는 표본은 될 수 있겠지만, 이를 근거로 삼는 건 불가능하다. 이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로 인한 주거지원금 논란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붕괴사고의 ‘보상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붕괴사고가 또 터지면 수개월간 마음을 졸이는 입주예정자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 쳇바퀴는 언제쯤 바꿀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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