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고작 그림 몇 폭이 작가가 살았던 치열한 삶의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사생아로 외롭게 자란 프랑스 마리 로랑생(1883~1956년)은 신비롭고 부드러운 색과 형상을 화폭에 연출했지만, 실제 그녀의 삶은 비극적이었다. ‘미라보 다리’의 시인 아폴리네르와의 사랑과 이별을 겪은 뒤 독일인 남작과 결혼했으나 1주일도 안 돼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 국적이라는 이유로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이혼과 긴 해외 방랑으로 점철된 그녀의 삶에는 파란 많았던 20세기의 지난한 사랑과 예술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영화 ‘당갈’은 두 딸을 인도 최초의 국제대회 여성 레슬링 금ㆍ은메달리스트(2010년 영연방 경기대회)로 키워낸 가족의 성공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아버지이자 코치인 마하비르 싱 포갓은 가부장적 리더십과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남녀차별이 심한 인도에서 딸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지요.그런데 문득 영화는 영화일 뿐, ‘당갈’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아버지상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할 레슬링 경기에서는 일시적으로 통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야 하는 21세기 가족에게는 이
이유남 서울명신초등학교 교장이 쓴 「엄마반성문」이라는 책에는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전문가 된 교장선생님의 고백’이라는 긴 부제가 달려있다. 잘나가던 아들이 고3 어느날 갑자기 자퇴를 했다. 한달 뒤, 고2에 재학 중이던 딸도 학교를 그만뒀다. 남매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두문불출하며 종일 게임만 해댔다. 아들은 공황장애 증세를 앓았고, 딸은 폭식으로 체중이 80㎏까지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 사업은 부도가 났다.문제는 자식이 아니라 엄마인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인 퇴계 이황과 성웅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때론 임금의 명령이라도 대의에 어긋나면 단호하게 거절해 모진 수난을 받기도 했다.퇴계는 조정에서 불러도 병을 이유로 사양하거나 부득이 벼슬을 받더라도 곧바로 사직했다. 명종은 화공을 퇴계 고향으로 보내 그린 풍경화로 병풍을 만들어 옆에 두고 볼 정도로 퇴계를 흠모했다. 명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선조는 퇴계를 예조판서로 임명했으나 병을 이유로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학문에 정진했다.‘매불매향梅不賣香’이란 말이 있다. 매화는 춥더
“여러분이 갖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길 바랍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이나 인류를 구하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 나치가 영국을 점령하기로 결정한다면, 여러분의 조국을 비워줘야 합니다. 그들이 영국인에게 피신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들 손에 학살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마하트마 간디(1869~1948년)가 1942년 영국인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보고
# 김상곤 세테크김상곤 교육부총리의 ‘6억 세테크’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보고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이 정도의 일을 주요 뉴스라며 호들갑을 떠는 메이저 언론이 너무 우스워 차라리 슬펐다. 서울과 분당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던 김 부총리는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4월 1일)되기 직전에 대치동 아파트를 팔아 꾀돌이처럼 세금 6억원을 절약했다.
서울 강남 최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갖고 있어서 더 유명해진 이 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인근 학교와 일조권 소송이 벌어져 42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부담했다. 완공 후 1단지 주민들은 자신들이 배상금을 모두 부담했다며 2단지 주민들이 1단지에 있는 수영장ㆍ헬스ㆍ북카페ㆍ사우나ㆍ골프연습장 등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언론인의 펜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히 정의를 외칠 수 있을까. 영화 ‘더 포스트’는 그 딜레마를 그려낸다. ‘더 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1년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 실화를 소재로 한다. 정부가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이를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부족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 더욱 아름답다. 언어장애를 겪는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가까운 두 인물 중 한 사람은 흑인 청소부이고, 또다른 한 사람은 동성애자다. 그녀가 연구센터에 갇힌 괴생명체를 탈출시키려고 할 때 도와주는 박
영화 ‘올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는 재벌의 탐욕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석유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폴 게티는 친손자가 유괴됐음에도 유괴범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게티가 손자 유괴 소식에도 꿈쩍하지 않고 주식에 몰두하는 모습, 세금공제와 이자까지 따져가며 며느리에게 협상금을 빌려주는 모습까
한 청년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금광을 사들여 땅을 팠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도 금이 나오지 않자 낙담한 청년은 헐값에 팔아넘겼다. 얼마 뒤 청년은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새 주인이 금광을 한 치 정도 더 파자마자 엄청난 금광이 기다렸다는 듯 위용을 드러냈다는 얘기였다.땅을 치며 후회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던 청년은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하늘
“딸이 있다는 건, 두려움에 떨며 한 사기꾼을 위해 화장을 하는 그녀를 보는 것. 딸이 있다는 건, 예전 모습 그대로 여인들을 대하지 않는 것. 딸이 있다는 건, 계속해서 갈망하는 것, 그리고 믿는 것. 딸이 있다는 건, 범죄를 저지르는 것, 죄인이 곧 피해자인 범죄, 딸이 있다는 건.”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아버지가 부르는 ‘딸이
7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임종 전 몇가지 말씀을 남겼다. 당신은 가톨릭 신자이니 명절이나 제삿날 즈음해서 가까운 성당 연미사(위령미사)에 봉헌하되, 따로 제사는 지내지 말라고…. 그 대신 형제들이 모여서 밥 한끼 함께 하라고 했다.당시에는 성당 다니라는 말을 왜 저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실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세월이 지나서야 어머
공자는 노나라 사구(형벌이나 도난 등의 사안을 맡은 벼슬) 직책을 맡고 있다가 느닷없이 사직한다. 제사가 끝났는데도 자신에게 제사 고기가 돌아오지 않자 쓰고 있던 면류관도 벗지 않은 채 노나라를 떠나버렸다. 공자가 자신이 그만둔 이유에 대해 침묵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뒷담화를 해댔다. 아무리 고기를 좋아했기로서니 그만한 일로 사표까지 내느냐고&hel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나 뉴튼보다 윈스턴 처질을 더 존경한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단과 집념으로 나라를 수호했기 때문이다. 나치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 때 영국 지도자 처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영화 ‘다크스트 아워’.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비슷해서 오히려 섬뜩해진다. 독일이 유럽과의 평화약속을 깨고 침략전쟁에 나서자 위기에 몰린 영국 의회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태어나 쇼 비즈니스의 개척자로 성공한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실화를 다룬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이 영화는 화려한 무대와 심금을 울리는 쇼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최고의 쇼맨이자 사기꾼으로 불리던 바넘은 사회에서 괄시받던 밑바닥 인생들을 끌어모아 공연을 펼친다. 극중 OST ‘디스 이즈 미(This is Me)’는 “온 세상이
2017년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첫 모임에서 벌어진 정경이다. 코드에 맞춰 고르고 골라서 뽑은 자문위원들이 ‘감히’ 대통령 면전에서 쓴소리를 했다. “반도체ㆍ석유화학 등을 제외하면 현장 경기는 최악이다. 왜 지표만 좋아졌나”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 몫이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경제정책을 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슬프지 않아서 더욱 슬픈 영화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역)은 80세의 나이로 태어나 자라면서 점점 젊어져 가는 인생을 살게 된다. 연인 데이지는 늙어 가는데 비해 자신은 어린아이가 돼가는 교차점인 40대에 그들은 사랑을 나눈다. 그때 벤자민은 “잠깐만이라도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
아프리카 평원의 치타는 영양보다 더 빨라야 굶어죽지 않는다. 반대로 영양은 치타보다 더 빨라야 잡아먹히지 않는다. 이와 같이 쫓고 쫓기는 진화적 경쟁을 시카고대 진화학자 밴 베일른은 ‘붉은 여왕의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불렀다.소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는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만나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정신없이 시골길을 달리는
적벽대전은 손권(동오), 유비(촉한) 연합군과 조조(위) 100만 대군이 적벽강에서 벌인 회심의 일전을 일컫는다. 이 전쟁에서 제갈공명은 조조군의 함대를 한데 묶어(연환계) 화공火攻으로 승리했다. 쇠사슬로 연결된 전함이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처절하게 불태워진 조조군은 육지에서 또다시 관우에게 대패했다. 이는 훗날 중국 천하가 3개로 나뉘는 분수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