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높고 낮음은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물가 국면에서 정부의 물가관리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물가 대책은 ‘시장친화적 물가관리’다. 기업의 팔을 비트는 대신 지원책을 사용해 물가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숱한 기업이 혜택은 혜택대로 누리고 가격은 가격대로 올리고 있다. 한편에선 기업판 배반의 장미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믿을 기업을 믿어야지’란 비판도 나온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였다(통계청). 6월(6.0%), 7월(6.3%)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안
정부가 3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투기수익은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를 더욱 무겁게 매기기로 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들끓자 당정청黨政靑이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회의에 앞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언젠가부터 공정거래위원장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 나오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한 비판이다. 전임자였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서만은 아니다. 정책적 결단, 법ㆍ제도의 보완 등의 측면에서 “이게 조성욱호號의 DNA정책이다”고 부를 만한 게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칼날 무뎌진 공정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갑甲이 을乙에게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는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의 갑질을 참지 못해 소송을 제기해도 계속된 대기업의 보복행위와 재판 지연 등으로 회
“살려주세요.”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쇠창살 틈으로 손을 내밀어 이 문구가 적힌 쪽지를 흔드는 장면은 대한민국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대변한다. 살려달라는 호소는 누적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선 동부구치소 수용자들만의 외침에 그치지 않는다.집단감염이 나타나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간 요양병원들에서도 진료 및 간병 시스템이 와해되며 의료진과 환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연말연시 대목을 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가슴도 타들어간다.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오르내릴 정
세밑에 전국이 멈춰 섰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송년회도, 크리스마스 예배도 취소됐다. 연말연시 대목이 실종됐다. 정부의 방역 지침대로 마스크 쓰고, 손 소독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줄 알았는데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나든다.코로나와의 전쟁은 지난 1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태세다. 그 와중에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증시가 환호했다. 국내에서도 코스피 3000시대가 예고됐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백신 개발 국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던 중소기업 후로즌델리에 전속계약 제의가 온 건 2005년이었다. 상대는 대기업 롯데푸드(당시 롯데삼강). 롯데가 요구한 규격대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기계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에 친척ㆍ지인들로부터 빌린 돈까지 털어 넣었다.하지만 전속계약 3년 차에 갈등이 생겼다. 2008년 5월 롯데푸드 직원들이 공장을 방문해 욕설을 늘어놨다. 설비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롯데 빙과류 협력업체 중 이 돈을 못 받은 건 후로즌델리가 유일했다. 2010년부턴 롯데푸드 내부에서 ‘후로즌델리 거래 중단’을 검토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국ㆍ일본 간 경제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일본은 7일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 감광제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수출규제에 나선 지 34일 만이다. 일본은 앞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ㆍ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발표한 시행세칙에 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진 않았다.한국 정부도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8일로 예고했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개정안 의결을 보류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
대다수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우리 과학기술계의 민낯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R&D 비용 총액은 세계 5위,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도 세계 3위권이다.그렇다면 연구개발의 질적 성과 및 혁신가치 창출 성과는? 부끄럽게도 하위권이다.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 게재와 특허등록 건수가 각각 10위, 4위인 반면 연구원 1인당 논문 인용 수는 35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30위에 머물렀다.투입은 많은데 질적 성과는 별로인 이른바 ‘코리안 패
을乙을 위해 뛰었다. 시간이 날 때면 현장을 찾아 신고인과 대화를 나눴다. 신중했고, 마음을 열었다. 2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를 떠난 김상조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갑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을 놨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슈버갑甲 재벌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건 김 실장의 과過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 김상조호號’가 남긴 실적과 과제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냉정하게 찾아봤다. “한편으로는 너무 거칠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온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작금의 경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해외직접
공공기관 평가 낙제점 우수수17개 공공기관이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총 128개 공공기관(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93개)의 2018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총 128개 기관 중 가장 높은 ‘탁월(S등급 )’을 받은 기관은 한 개도 없었다. S등급 기관은 7년째 공석이다. ‘우수(A등급)’를 받은 공공기관은 20개로 전체 기관 중 15.6%의 비중을 차지했다. ‘양호(B등급)’는 51개(39.8%) 기관이 받았다. 40개(31.
[이재웅 vs 최종구]서로 다른 혁신론 ‘팽팽’이재웅(51) 쏘카 대표와 최종구(62) 금융위원장 간의 팽팽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이 대표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었다. 이 대표는 택시기사들의 시위와 분신과 관련해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억지는 그만 폈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겼다.최 위원장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 참석한 최 위원장은 “이 대표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CJ헬로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시장에서도 하 부회장이 말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을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일부에선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시너지 효과 대비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의 M&A 신호탄이 유료방송시장에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도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료방송시장에 부는 M&A 돈바람을 취재했다. 인수ㆍ합병(M&A) 이슈로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출
더 벌어진 소득차 양극화 어쩌려나지난해 계층간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소득 양극화 해소에 정책 역점을 두고 있는 현 정부로선 뼈아픈 실적이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보자. 지난해 4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460만6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가구 소득 중 가장 큰 비중(67.6%)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문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
LG유플+CJ헬로 後 M&A ‘큰 장’ 설까CJ헬로를 품은 LG유플러스가 KT에 이어 유료방송시장 2위로 올라설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중 ‘50%+1주(3872만3433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인수목적을 ‘유료방송시장 경쟁력 확보’라 밝힌 LG유플러스는 이사회 의결 후 CJ ENM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그 결과, 유료방송시장의 LG유플러스는 단숨에 점유율 2위(CJ와 통합 점유율 24.43%)로 뛰어올랐다.
# 촛불을 든 시민의 마음을 읽겠다고 했다. 잘해보겠으니 믿어 달라고 했다. 서민, 특히 저소득층은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낮은 곳을 바라보는’ 정치인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사람들은 믿었다. 소득을 늘려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일부에선 우려했다. ‘자영업이 붕괴할 거다’ ‘소득이 늘어봤자 대출 갚는 데 쓰일 거다’ ‘늘어난 소득은 당장 소비로 이어지기 힘들 거다’ 등등 이유는 숱하게 많았다. #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소득은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불평
“실패했다.” 출범한 지 1년 반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이런 비판이 쏟아진다.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이들의 편협한 주장이 아니다.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현 정부를 지지한 경제학자들도 날선 비판을 하고 있어서다. 뭐가 잘못된 걸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의 순서를 바꾸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올 초만 해도 70%대를 넘나들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원인이야 숱하게 많겠지만 신통치 않은 경제 성적
[한은의 뒤늦은 인식]“3%대 성장률 어렵다”조정은 없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도(18일)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이후 11개월째 연 1.50%로 제자리다. 일부에선 역전된 한미 간 금리격차가 심해지면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은의 동결기조는 분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2.7%로 전망했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내려잡았는데
대학교수와 경영인을 마치고 은퇴한 어느 지인이 메일을 보내왔다. 소득주도 성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선배라는 그는 요즘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워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이 상아탑 본연의 학문은 뒷전인 채 장하성,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정치 쪽만 바라보고 있는 세태를 걱정했다. 그에게 받은 메일의 일부를 소개한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는 실물경제 경험은 없고 참여연대와 고려대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기업 16곳에 퇴직 간부 18명을 고액 연봉자로 채용하도록 압박한 혐의가 드러나서다. 김 위원장은 “비록 과거의 일이라도 재취업 과정에서 부적절한 관행과 일부 퇴직자의 일탈행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면서 퇴직자와 현직자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