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라는 말은 오랜 금언金言이지만 현실에서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이 순간에도 같은 공간에서 살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깎아내릴 의도 없이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마음을 긁는 칼이 되기도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희망은 오래된 테마인 만큼 이를 다룬 작품도 많다. 마법이나 초자연현상이 등장하는 창작물은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마음을 읽는다거나 몸이 뒤바뀐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보라 작가의 웹소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도
7.6%(교육부·2023년 1차).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비중이다. 이유는 ‘이야기해도 도움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3월 1일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 이후 강화된 조치다. 달라진 학교폭력예방법은 우리 학교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에게 당했어요.” 누구에게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피해자의 48.3%(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2023년 1차)가 이
이젠 관심 장르로 자리 잡은 ‘아카데미물’의 인기는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전교 1등 이야기, 기상천외한 동아리 스토리, 테러리스트와 싸우거나 세계를 구하는 극단적인 설정을 답습한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잇따른 탓에 “또 아카데미냐?”는 빈축도 숱했다.속칭 ‘또카데미’가 범람한 와중에 등장한 웹소설 「지잡 아카데미와 폐급 히로인들(이하 지잡아카)」은 아카데미물 전성기의 끝무렵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독특한 차별점을 갖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배경은 ‘지잡’ 아카데미다. ‘지잡’은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교란
제리 룬드가드는 청부업자들에게 “아내 ‘진’을 납치해서 몸값으로 8만불을 요구해 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한다. 장인에게 몸값 8만불을 받아서 그들에게 수임료 4만불 주고 자신이 4만불 갖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제리 룬드가드는 왜 이러는 걸까.청부업자들도 자기 아내를 납치해 달라는 기상천외한 의뢰가 황당해서 그래야 하는 이유를 물어본다. 제리도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청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듯 생각을 가다듬는 것 같더니 이내 ‘내가 당신들한테 그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느냐’고 버럭한다.아마도 돈 4만불을 마련하
# 학폭 사건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직職을 내려놓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죠. 유명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도 학폭에 연루되면 운동장이나 스크린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 하지만 학폭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학폭 피해학생을 위한 구제책도 아직 미흡하기만 합니다. 학폭을 당한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하지 않은 학교가 숱할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학폭 가해자에게 엄정한 처분을 내리고 있는지 의문을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 지난 8월 29일,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 한가지 가정을 해볼까요? 당신의 초등학생 아들이 10여명의 동급생에게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평소 ‘틱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왔는데, 끝내 ‘학교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은밀하면서도 무서운 학폭 사건에 ‘TV 속 일’이라고만 여겨왔던 당신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부모라면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학계와 미디어에서 학폭 문제를 수없이 다뤘을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도 해결책을 쏟아냈으니까요. # 그런데 이게 웬걸, 담임교사는 아들을 보듬긴커녕 “네가 때렸지”
# 사회 곳곳에서 ‘세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묶고, 그럴듯한 특성을 갖다 붙인다. 가령, 청년층은 “MZ스럽다”며 깎아내리고, 기성세대는 “꼰대”라면서 비꼬는 식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도 세대론이 등장했다. 나이 든 기성세대는 삼성전자 갤럭시를 선호하고, 젊은 세대는 애플의 아이폰만 쓴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세대 논쟁’처럼 갤럭시는 아저씨 세대만 쓴다고 해서 ‘아재폰’, 아이폰엔 힙한 젊은 친구들이 주로 쓴다는 이유로 ‘아힙폰’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 세대론이 틀린 것도 아니다.
뉴욕시에서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한 중학교에서 젊은 제임스 수녀가 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학교의 주임 신부인 플린 신부가 흑인 학생 한명을 사제실로 호출한다. 플린 신부를 만나고 교실로 돌아온 중학교 2학년 흑인 학생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나고, 매우 혼란스러운 기색이다. 제임스 수녀는 이 ‘사소한’ 사건을 교장선생님이기도 한 알로이시우스 수녀에게 보고한다.영화 ‘다우트’에서 벌어지는 의심의 광풍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플린 신부를 만나고 온 그 학생에게서 왜 술 냄새가 났는지, 왜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사건들이 터져 나온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란 공포감과 함께 회의감이 밀려든다. 그런데 ‘폭력’은 사이코패스나 살인마만이 저지르는 게 아니다. 주위의 폭력에 무관심하고 방관하는 것 역시 폭력에 가담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가 폭력을 막아주는 ‘방어자’가 될 때 우리 사회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20대 여성이 또래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하고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23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부산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
[핵융합이 뭐기에]갑부 지갑 열게 만든 ‘이것’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크리스 사카 로어케이스캐피탈 창업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가 핵융합 분야에 앞다퉈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엔 AI 챗봇 ‘챗GPT’ 개발사로 유명한 오픈AI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샘 알트먼이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핵융합이란 2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
‘다우트(Doubt)’는 영화보다는 오히려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연극 ‘다우트’로 2004년에 퓰리처상까지 받은 존 패트릭 샌리(John Patric Shanley)가 2008년에 자신이 직접 감독으로 자신의 연극 작품을 무대가 아닌 스크린으로 옮긴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라기보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Philip Seymour Hoffman)과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펼치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시간적 배경은 1964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뉴욕시 북부 브롱스(Bronx) 지역이다. 1
첫 시집 에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사랑을 외쳤던 김승일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에서는 “폭력도 억압도 공포도 없는 순정한 신앙으로서의 시”를 이야기한다.학교폭력 피해자로서,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군대폭력을 고발하는 데도 앞장서 온 것이 김승일 시인이다. 우리 사회에 여러 형태로 자행되고 있는 폭력 문제들에 집중하고, 그 모든 폭력에 시로 저항하고 있는 실천주의 시인. 그것이 바로 김승일 시인이다.그는 대표적인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가이다. 시를 통해
‘욕’은 친근함의 표시일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관점일까. 욕을 내뱉는 사람은 ‘친근함의 표시’라고 주장하지만, 욕을 받은 사람이 불쾌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언어폭력, 이젠 막아야 할 때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의 입은 유독 거칠다. 친구들에게 강해 보이고 싶어서,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폭력은 꽤 심각한 문제다. 학교폭력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언어폭력이다. 교
신학기가 시작한 지 약 한달이 흘렀다. 코로나19가 터진 지 3년 만에 전면등교가 재개돼 이번 신학기는 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몇몇 우려도 나온다. 그중 대표적인 건 학생들 간 접촉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럼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학교가 다시 아이들로 시끌시끌해졌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수업을 병행했던 학교들이 다시 전면등교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어느덧 코로나19 3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평범했던 학교의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기대 반 우려 반 속 신학기 전면등교가 시작되면
도서출판 꿈터가 지난 2월 21일 글 작가 강이윤슬, 그림 작가 김이주의 동화 을 출간했다.강이윤슬 글 작가는 단편 동화 〈날아라, 민들레〉로 동서문학상 맥심상을 받았다. 마녀빵집은 작가의 첫 책이다. 김이주 그림 작가는 , ,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마녀빵집의 주인공 주희는 마녀처럼 생긴 할머니의 외모 때문에 반 친구들로부터 마녀라고 불리며 따돌림을 당한다. 빵집을 운영하는 주희 할머니의 빵은 동네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이를 시기한
“1980년대 여공들과 2020년대 콜센터 상담사가 다른 게 무엇인가?” 10여년간 콜센터 현장을 연구해온 김관욱 덕성여대(문화인류학) 교수는 이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대면한 콜센터 상담사의 현실이 1980년대 구로동 여공들의 현실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를 ‘감정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를 만났다. “콜은 언제나 밀려 있다.” 콜센터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고용주가 밀려드는 고객의 콜을 처리할 만한 충분한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서언2-1, 김수영 사유의 내적 기원2-2, 김수영 사유의 외적 기원마무리 서언세상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관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시대의 아들1)이라고 했거니와, 현존재인 나는 세계 속의 존재라는 하이데거의‘세계-내-존재’ 또한 같은 말이 아닌가 말입니다.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예술도 마찬가지고, 김수영의 시적 성취와 사유의 열매 또한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김수영의 시작 초기 이력을 자세히 보니,‘묘정의 노래’(‘45)에 이어‘공자의 생
직장인 10명 중 3명“미접종자 불이익”직장인 10명 중 3명은 재직 중인 회사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여부 조사에서 74.3%가 ‘2차 완료’, 13.8%가 ‘3차 완료’, 11.9%가 ‘미접종(2차부터 중단 포함)’이라고 답했다. 전체 직장인 중 회사에서 백신 접종ㆍ미접종 여부를 조사한 이들은 62.8%였다. 미접종자를 향한 불이익이 있냐는 질문에는 71.0%가 ‘없다’, 29.0%가 ‘있다(심적ㆍ물리적)’고 답했다.불이익 종류로는 ‘접종 강요
세상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관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시대의 아들1)이라고 했거니와, 현존재인 나는 세계 속의 존재라는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 또한 같은 말이 아닌가.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예술도 마찬가지고, 김수영의 시적 성취와 사유의 열매 또한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니다.김수영의 시작 초기 이력을 자세히 보니, ‘묘정의 노래’(‘45)에 이어 ‘공자의 생활난’(‘45),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47), ‘아메리카 타임지’(‘47), ‘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과 뉴스페이퍼와 함께 교육 및 실습을 진행했던 ‘화성시 다문화 이주여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끝났다. 이 시리즈 게시물의 마지막은 기사보다는 수기가 맞다고 생각했다. 이혜지, 김민지 에디터의 수기를 준비했다. 함께한 에디터 그리고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편집장 이민우 주말을 포기한 배움의 열정… 이주여성들의 도전우리의 주말은 평일보다 길었다. 주 4일제를 외치는 시대에 황금 같은 주말을 배움에 할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이고 노력인지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완연한 여름은 아닌,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