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부암동 터널’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다 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 있다. ‘자하문로’다. 이곳은 2010년대 중반 대로변에 한글 간판이 나란히 세워지며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금 자하문로는 ‘한글 간판’의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자하문로는 ‘한글 간판’이란 특징을 잃은 걸까. 더스쿠프가 그 길을 걸어봤다.경복궁의 서쪽. 흔히 서촌이라 부르는 이곳의 중심 도로는 ‘자하문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띌 만한 광경이 나타난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그림손은 비교적 젊은 갤러리다. 2008년에 개관했으니 ‘젊다’는 평가를 받지만, 깊이가 얕은 건 아니다. 한국화랑협회의 회원인 만큼 전시의 내용적 퀄리티는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필자는 2010년대 초부터 ‘그림손’의 전시를 꾸준히 관람해 왔다. 다른 갤러리보다 아카데미컬한 작품을 많이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아카데미컬한 작품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작가의 결과물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되레 오랫동안 작품 공부를 하고, 대학 강단에 설 정도로 실력
‘넷플릭스’ 효과를 누린 광장시장의 인기는 시장 밖으로 퍼지지 못했다.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이나 젊은층의 발길은 종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종로는 여전히 어르신들과 직장인들의 상권이었다. 그렇다면 그곳 상인들의 현실은 어떨까. 넷플릭스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엔데믹(endemic·풍토병) 효과는 누리고 있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종로의 자화상 두번째 편이다. 어느 상권이 그렇지 않았겠느냐마는 종로 역시 코로나19로 혹독한 계절을 보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이 회복하는 지금 종로는 어떨까.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에
김이하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17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 시대 민중들의 삶의 고난과 정열, 그리고 그들의 애환을 낙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김이하 시인은 문학행사장마다 카메라를 들고 가서 직접 기록을 남긴다. 문학이 일종의 "재현" 이란 것을 생각했을 때 김이하 시인은 어느 것보다 기록과 재현에 특화되어 있는 시인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집은 그가 발로 뛰어 기록한 삶의 기록처럼 읽힌다. 지난 6월 2일 인사동 메밀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도 김이하 시인은 "여러 선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대표 서영택)는 최근 업계 최초로 독립출판물 전문 기획전 '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를 선보였다. 이 기획전을 통해 지난 2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독립출판물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대형 출판사 위주의 판매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들의 데뷔 경로와 등단 방식이 변화하는 출판 문화 속에서 독립출판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밀리의 서재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독립출판물과 독자들 사이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3월 25일,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마루아트센터. 이곳 2층에 위치한 「아지트 갤러리」에는 특이한 전시회가 열렸다.얼핏 보기엔 흔한 미술 전시회였지만, 캔버스에 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혼란스러웠다. 어떤 그림은 경악을, 어떤 그림은 공포를, 어떤 그림은 우울과 미소를 담아냈다. 혼란함을 과감하리만치 거친 펜터치로, 우울감이라는 무거운 기분을 강렬한 색채로 담아낸 작품들이 제각각의 크기로 캔버스 위에 펼쳐져 있었다.마치 카오스(Chaos:혼돈)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기괴한 화풍이 펼쳐진 이곳. 신인 미술작가 ‘NOX(본명 성현주)’
서울 강남에 있는 전시공간은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강북의 미술공간과 판이하게 다르다. 따지고 보면 10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성북동, 인사동, 혜화동에 위치한 강북의 갤러리를 떠올리면 전통이란 단어가 스친다. 경복궁 옆에 둥지를 튼 현대갤러리, 국제갤러리, 인사동의 선화랑 등이 그 예다. 반면 강남권 갤러리의 특징은 ‘럭셔리’로 요약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들어선 다른 흐름도 느껴진다. 특정 지역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갤러리나 예술공간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송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시공간 ‘송은
최근 다양한 장르와 테마를 추구하는 갤러리가 속속 생기고 있다. 지금이 경기침체기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필자는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생 갤러리가 개관한다는 건 나름의 비전을 갖고 있는 컬렉터들이 많다는 방증이어서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신생 갤러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 성장가도를 내달린 1980~1990년대 흔적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문래동,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문래동은 예술과 무관한 곳이었다. 크고 작은 공장이 많았다. 사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나름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갤러리 대표, 디렉터 혹은 기획자의 성향이 전시에 반영돼서다. 종종 자본과 비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컬렉터, 평단, 국내외 작가 등이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갤러리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순 없다. 이 때문에 필자는 ‘그냥 소개되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한남동ㆍ삼청동ㆍ평창동 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갤러리들은 유지관리비용이나 인적네트워크가 없으면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필자가 인사동에서 수십년간 운영해온 ‘선화랑’ ‘관훈갤러리’ 같은 곳의
영화 속 V의 캐릭터는 대단히 독특하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비밀경찰로부터 이비(Evey)를 구출하는 등장부터 남다르다. 16세기 복장으로 나타나 검 하나로 3명의 비밀경찰들의 총을 제압한다. V에게 구출된 이비가 깨어난 곳은 위치를 알 수 없는 V의 아지트다. 사방에는 온통 빛바랜 고전 서적들이 쌓여있다. 인사동 고서점 창고 같다. V는 슈틀러 일당을 때려잡는 업무 외 시간은 오직 그 고서를 읽으면서 보낸다. 벽에도 모두 고전 회화들이 걸려 있다. 중세 기사의 갑옷도 있다.V는 중세 기사의 갑옷을 상대로 검술을 연마하는 한편 흑백
1980년대만 해도 인사동에 나가야 미술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이 그곳에 둥지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교통체계가 발달하면서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다양해졌다. 디지털 문화가 진화를 거듭한 덕분에 온라인이나 SNS까지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부엔 MZ로 대표되는 젊은 컬렉터가 있다. SNS나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로 무장한 이들은 다소 보수적인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전하고 있다. 이런 MZ 컬렉터가 관심을 보이는 갤러리 중
2011년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 승객들의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이후 정부는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입석을 금지하는 제도들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현실에선 여전히 입석이 존재한다. 일반광역버스(광역직행버스)의 입석을 11년째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어서다. 법과 현실 간 괴리가 있다는 건데, 정부도 지자체도 이를 잘 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기사님, 그만 좀 태우세요. 서서 간다고 버스요금 깎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태우는 겁니까. 예전에 승객 안전 때문에 입석을 금지한 것 같은데,
한국 미술계는 다양한 구성원이 ‘아트신(artscene)’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웹사이트·앱 등 다양한 플랫폼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종이매체의 힘도 무시할 순 없다.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컬러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상당수 시각예술 작품이 종이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특히 종이매체는 ‘장기보관’ ‘대여가능’이란 장점 덕분에 도서관·서점·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유통됐다.[※참고: 도서관과 미술관은 미술데이터를 보관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그럼 미술계엔 어떤 종이매체가 있을까. 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감소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확진자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1만 451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것인데,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방역 대책이 이어짐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문학인들의 고충 또한 쉬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21 문학 실태'에 따르면 문학인의 60% 이상이 경제적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동양화의 새로운 길을 밝혀나가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5년 6월 초여름,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에서 석운 하태진 화백과 그의 제자 등 14명의 동양화가들이 각자가 발견한 세계를 드러내는 전시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만난 권인경 작가는 필자에게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좋은 작품활동을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 전시 이후 권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지켜나가며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한국 미술계에서 인정하는 청년작가 중 한명으로 발돋움했다.그
지금부터 123년 전 대한민국이 있는 땅엔 한 국가가 있었다.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으로 건국한 나라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탄생하기 전에 존재한 국가이며, 짧게 존재했지만 큰 의미를 남긴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번엔 대한제국 기록 중 하나를 알리고자 한다.대한제국은 건국 이후 10여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근대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흔적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 흔적 중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선언이 지금까지도 맥을 잇고 있는데, 그것은 여권女權 신장의 사상적
주로 물방울과 양귀비꽃을 화폭에 담아내는 화가 이영수는 한국의 손꼽히는 여류 구상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런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예체능 감각이 뛰어났던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감성이 유달리 풍부했던 아버지는 집안의 예쁜 정원을 가꾸는 데 열정적이었고, 어머니는 어린 이영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일기를 이어가도록 했다.정원 화분에 물을 주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보았던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아빠가 직접 꾸며놓은 연못 가장자리의 ‘야들야들한 양귀비꽃 몇 송이’. 이런 장면들이 성장한
원로 문인화가 창현 박종회(77) 화백의 이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2층 전관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 기간은 5월 5일 5월 11일 까지다. 이번 전시에는 총 200여 작품이 전시된다. 전통적인 사군자 그림에 추사 김정희, 정약용, 최익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 등 34명의 시를 인용하여 선보일 예정이다.박종회 화백은 1944년 전남 보성 태어나 동아미술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특별심사위원, 세계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초빙
열심히 살아. 정직하게. 떳떳하게. 우울과 클리셰의 거울 이미지. 서사화 그리고 이미지의 배신. 문학 작품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부모님께 안부를 한 번 더 묻고 스트레칭을 한 번 더 하며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운동과 글을 생산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글을 소비하라. 문학 서적을 구매할 돈으로 친구에게 밥을 사고 애인에게 꽃을 선물하고 나 자신에게 영양제를 선물하라.(「index.」 부분) 1장현 시인의 『22: Chae Mi Hee』을 주머니에 구겨놓고 허름한 카페로 달려가 단숨에 읽었던 그날을 뚜렷이 기억한다. 이 시집을 읽고 난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미투(#Me_too)’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1급 성폭행과 3급 강간 혐의로 유죄 판정이 내려졌다. 와인스타인의 형량 선고는 다음 달 11일 내려질 예정이며 최대 29년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2년 전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움츠려있던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다. 그러나 국내 성폭력 피해 사실 고발 운동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NS를 기반으로 한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