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놓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평가 기준이 문제였다. 어떤 기준이기에 재계가 미리 반발하고 나선 걸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 행사에서 ‘자본시장 대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원장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2020년 2월 국내 재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그룹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거다. 준법위는 그룹 내부의 통제시스템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그룹 총수인 회장을 얼마나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총수의 워치독(watchdogs)이 되느냐 스피커(speaker)가 되느냐에 준법위의 성패가 달려있다.기업의 회장은 누가 감시할까.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란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각 기업의 이사회가 회장을 감시하
기업이 분할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란이 있다. 누굴 위한 분할이냐는 거다. 해당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일반주주들을 위한 분할이란 얘기다. 하지만 분할을 통해 가장 득을 보는 세력은 늘 최대주주(오너 일가)란 반론도 만만찮다. 왜 이런 논란이 끊이질 않을까. 기업분할 방식을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기업분할에 숨은 전략과 속셈을 취재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기업의 분할을 결정할 때면 빠지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아름다운 프랑스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삼남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감칠맛나게 담았다. “인생도 와인처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지만 알고 보면 상속에 관한 영화다.선대부터 포도밭을 운영해온 부르고뉴의 삼남매 중 장남은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에 반발해 집을 떠난다. 여동생은 고향에 남아 와인을 만들고, 막내아들은 장인의 포도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삼남매는 물려받은 포도밭의 처분을 놓고 고민한다. 와이너리를 팔지 않으면 도저히 상속세를 낼 수 없고,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1년 남짓 지났을 때 일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청와대로부터 점심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윤 회장은 대통령에게 경제상황과 기업경영여건을 기탄 없이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백과사전 영업사원에서 출발해 그룹을 일군 윤 회장은 정말 신랄하게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을 비판했다고 한다.배석한 김우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현 주미대사)은 듣기만 하고 대화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얼굴빛이 일그러지기는커녕 진지하게 경청하느라 예정시간을 30~40분 넘겼
# 장면1 = 미국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스티브 패덕은 테러조직과 관련이 없다. 무려 58명을 죽이고 527명을 다치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범인이 부유한 백인 공인회계사이고, 정신병을 앓은 적도 없었다니 놀랍다. 모든 정황은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은퇴자가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은 40년 가까이 경총에서 근무해온 노사문제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그가 요즘 말 한마디 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지난 5월 25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마무리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기생충 학자인 저자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2주마다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묶었다. 다양한 이슈를 저자 특유의 위트와 반어법으로 풀어낸 정치 에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룬 내용은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릴 정도다. 저자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도, 그분 때문에 죽고 못사는 ‘박사모’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1997년 말 느닷없이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재앙 그 자체였다. 이대로 한국이 주저앉을 것이라는 절망 속에 고용불안과 실업의 공포가 유령처럼 이 땅을 배회했다. 당시 몇몇 외국 언론들은 나락奈落에 빠진 한국의 현실에 대해 ‘숨겨진 축복(Disgu ised Blessing)’이라고 불렀다. 외환보유고가 텅텅 비어 깡통을 찬 나라에 축복이라니? 당시에는 빈
박근혜 대통령만큼 열심히 해외순방 외교를 하는 국가수반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통령 전용기에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을 대동한다. 비중 있는 국가를 방문할 때면 미리 준비해 그 나라말로 연설한다. 때로는 몸살이 나 링거를 맞으면서 빡빡한 순방 일정을 소화한다. 순방외교 직후 국정 지지율이 반짝 상승하는 등 정부가 자화자찬해온 것이 외교 성과인데 최근 돌아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본성의 선악 문제는 치열한 논쟁거리였다. 동양에서는 맹자와 순자가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로 충돌했고 서양에서는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가 대립한 이래 끊임없이 지속됐다.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악의 대립은 현대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히틀러는 현대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악마’다. 그러나 유태인 700만명을 가스실로 보낸
‘기업인 사면’ 논란이 뜨겁다. 죄를 지은 기업인의 형벌을 면제해주면 진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재벌총수 사면 후 고용을 늘린 기업은 극히 드물다. ‘기업인 사면’의 효과는 죄를 지은 기업인 스스로 잘못을 성찰하고, 그 죄를 씻는 차원에서 고용 등을 늘릴 때 나타난다. 철만 되면 추진하는 사면은 ‘특권의식’만 심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 기간. 10대 그룹 총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영 공백 우려가 나왔다. 총수가 없으면 그룹이 잘 돌아가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영은 총수가 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의 경영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게 진화했기 때문에 총수 한명이 좌우할 수 없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2월 11일 같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과거 관행처럼 선고되던 ‘3-5법칙’이 다시 등장했다. 재벌총수의 기업범죄를 엄벌하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 그 이전에는 총수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감형 이유로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왔다. 이때 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
그들은 바람막이였다. 총수 대신 잘못을 떠안았다. 이런 충성심을 대가로 ‘권력’이라는 전리품을 얻었다. 재벌그룹 2인자. 이들은 총수의 ‘복심’이자 ‘그림자’였다. 하지만 총수책임시대가 열리면서 2인자의 역할과 위상이 변하고 있다. 2인자는 이제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다. # [2인자의 暗] 2003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불법대선자금 사건. 한나라당(현
재벌총수와 국정감사는 별 상관관계가 없었다. 국감 기간만 되면 대부분의 총수가 해외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감기간=총수 해외출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됐을까. 하지만 올해는 이 등식이 깨질 것 같다. 정치권이 국감을 우습게 보는 총수를 잔뜩 벼르고 있어서다. 재계 순위 50위(공정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 안에 드는 오너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방향을 모른 채 먼 길을 간다면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없다. 나침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창업가들에게 ‘나침반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없다”고 답했다.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보다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없다(68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명), 구본무 LG그룹 회장(4명), 허창수 G
방향을 모른 채 먼 길을 간다면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없다. 나침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창업가들에게 ‘나침반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없다”고 답했다.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보다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없다(68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명), 구본무 LG그룹 회장(4명), 허창수 GS그룹 회장(3명), 이석채 KT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각 2명),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박용만 두산
재벌총수 A씨. 그는 틈만 나면 세상 부조리를 꼬집었다.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검은 비리’와 무관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그 역시 ‘비자금 사건’에 휘말렸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사람들은 ‘그의 찬란했던 인생도 끝’이라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정부가 A씨를 특별사면했기 때문이다. 그의 앞길엔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대단한 변화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에는 사후약방론만 가득하고 사전예방책은 빠졌다. 도둑에게 새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대신 처벌만 하면 경제민주화가 달성된다는 식이다. 당연히 우려가 나온다.이제 공은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넘어갔다. 후보 간 의견이 분분했던 경제민주화 정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