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패션의 성지였다.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뷰티와 패션의 영감을 얻는 거리이기도 했다. 최근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간판을 떼어낸 흔적이 너저분하게 남아 있는 공실 상가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가게에선 상인의 짙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상권이 죽어가는데도 건물주는 높은 임대료를 고집해 상황을 더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2023년 겨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얘기다. # 한때는 주택가였다. 가로수길의 어두운 뒷골목 취급을 받았다. 최근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골목에 자리 잡은 식당과 서점, 편집숍 등이 입소문을 타
기도를 위한 기도허영자내가 함부로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쓰리고 고단한 삶 때문에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알 수 없는 궁륭穹窿어두운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운명의 굴레를 헤치고 헤쳐 나와만신창이 얼굴이 꽃같이 피어날 때신이여비로소 당신의 이름을부르게 해 주세요.ㅡ『허영자 시선집』(동학사, 2023) 오늘은 크리스마스날입니다. 중동지방의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날을 오늘로 잡아 전 세계에서 축하 행사를 갖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날이 경건한 기도의 날이 아니라 요란한
엄마 쌤께ㅡ스승의 날에이원만말도 느리고행동은 더 느린 저를수업시간도 노는 시간도조용조용친구들 사이에 숨어 있는 저를어떻게 찾아내셨어요?땀 송송 나면서도치렁치렁 긴 머리어쩔 줄 몰랐는데고무줄로 묶어주시니 시원했어요여섯 살 때부터엄마가 없어 슬펐는데머리를 묶어주셔서감사합니다.ㅡ『오랜만에 나하고 놀았다』(모악, 2023)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 아기 예수님이 오시기 전날이다. 아마도 전국의 수많은 교회와 성당에서 연중 가장 큰 행사를 오늘 할 것이다. 성탄절 전날을 더욱 가치있게 여겨 내일보다는 오늘 행사를 하는 것이다. 시내 곳
매년 이맘때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게 아이들만은 아니다. 12월 25일이 임박하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주식 투자자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주의 상승장을 뜻하는 산타랠리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직전 주에 증시가 강세장을 보인다는 미국 증시의 속설을 말한다. 1972년 「주식 거래자 연감(Stock Trader's Almanac)」이란 연례 간행물을 펴내던 예일 허시가 처음 사용했다. 그의 아들 제프리 허시가 지금도 매년 펴내는 이 연감에서 산타랠리는 주요 항목 중 하나다. 「주식 거래자 연감」은 주가 통계를 쉽게
[EU, AI 규제법 합의]AI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국 대표는 3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AI 규제법(AI Act)’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AI 규제법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EU는 AI 기술 위험에 따라 분류하고 등급별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규정을 어긴 기업엔 최대 3500만 유로(약 500억원) 또는 세계 매출 7%에 해당하는 거액의 과징
# 식사 후나 일하는 중간에 간단하게 즐기는 스낵 등 디저트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디저트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자극적인 맛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디저트에도 웰빙이 중요한 화두가 된 셈이다.# 디저트 시장의 변화를 읽고,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프리미엄 웰빙간식을 만드는 쏭푸드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웰빙 디저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쏭푸드시스템의 대표 디저트는 프리미엄 초콜릿이다. 재료만 신경 쓴 것이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정서연 지음|21세기북스 펴냄“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예술 맞아?” 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즘 미술’,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품 하나, 작가 한명을 넘어서 현대미술의 맥락과 흐름을 이해할 때 현대미술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거다. 이 책은 12가지 키워드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풀어낸다. 책장을 덮으면 ‘난해하지만 우리 사회를 담고 있는’ 현대미술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타니 쇼헤이」선수 에디터스‧
# 물건을 주문하고 가장 설렐 때가 언제인가요. 전 택배 상자를 받을 때가 가장 설렙니다. 현관 앞에 놓인 박스를 갖고 들어와 뜯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두근거림과 설렘이 최고조로 오르는 시간입니다. # 비슷한 이유로 전 이맘때의 나무를 좋아합니다. 꼭 택배를 받기 전 마음처럼요. 소풍 가기 전날 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잠들던 날처럼 설레고 기대감이 차오릅니다.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봄을 맞을까, 또 어떤 생명이 거기에 맺힐까. #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ㆍ1996)’는 6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서 9개 부문을 휩쓴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30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니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199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한국에선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남겼다. 할리우드 영화문법에 익숙한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국식 영화문법을 다소 낯설 게 느꼈을지 모른다.같은 영어라도 미국식
2023년에도 신춘문예 결과가 나왔다.. 뉴스페이퍼는 [클릭]을 통해 신춘문예를 정리했다.서울에 회사가 위치한 언론사인 경향 동아 문화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는 여성 31명 남성 12명으로 여성 72.1% 남성 27.9 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중 20대 30대가 각각 32.6%와 32.6%로 총 65%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방지에서 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17.7%와 12.7%로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나이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31.6%나 되었다. 최고령 등단자는 부산
시리즈 소개어쩌다 작가 에세이 시리즈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서 작가의 꿈을 꾸고있는 많은 분들을 응원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이 작가님들이 어떤 시련과 즐거움을 거쳐왔는지 들여다보고 기운을 얻어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자 윤여경- #1. 그날의 아침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드디어 조금만 있으면 그것이 나간다. 이후에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대전의 호텔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인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 이 상황에서 잠이 올까. 말도 안 되지.약속했던 시간이다. 들고 있던 휴대폰에 접속한다. 그리고 기사를 확인한다
[테슬라 투자자들의 분노]주가 급락 머스크 네 탓이야!테슬라가 올해 역대 최악의 주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해 11월 최고가(4일 418.17달러ㆍ이하 현지시간 기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테슬라의 현재 주가는 12월 27일 기준 109.10달러로 연초(338.32달러) 대비 67.7%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인해 2022년 테슬라의 시장 가치가 7000억 달러(893조9000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테슬라 투자자는 이번 주가 하락 사태의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는 그렇지 않다(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8월 29일 연준 주최 잭슨홀 회의 현장).” “금리 결정을 할 때 연준이 우선된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 물가 등 항상 국내 요인이 먼저다(11월 24일 금통위 직후).”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른 금리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한 발언록이다.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에 쓰이는 달러화 같은
“금가루 뿌린 케이크, 없어서 못 산다.” 특급 호텔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정판 케이크를 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비싼 가격이다. 조선팰리스와 서울신라호텔은 모두 25만원짜리 한정판 케이크를 선보였다. ‘헉’소리 나는 가격이지만 인기는 뜨겁다. 케이크 25만원 시대, 어떻게 봐야 할까.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는 12월은 연중 케이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대목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파티가 많은 데다, 요즘은 고생한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케이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아서다.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최근 특
콘라벨(콘텐츠-라이프 밸런스)이란?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을 덜 자서 새빨개진 눈으로 출근 준비를 해본 적이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알고리즘은 신인가? 나보다도 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이패드로 온라인 서점에 방문해도, 일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틀어도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당신의 할머니의 핸드폰과 당신의 핸드폰에서는 전혀 다른 영상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알고리즘은 당신의 할머
[Econopedia]산타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말과 연초에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매년 특정 시기마다 증시가 강세 또는 약세를 보이는 현상인 캘린더 효과(calendar effect)의 일종이다. 미국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집중적으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도 증가할 공산이 크다. 기업의 전망이 밝아지고 투자자들의 심리가 긍정적으로 변하면 시장에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연말~연초 사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실제로 지난 11월 8일
“따뜻한 금융이 되겠다” “고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시중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얘기할 때 꺼내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지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공헌활동보다 현금배당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시중은행들은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걸까. 7월 복날, 11월 김장철,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계절도 의미도 다른 세 시기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빼먹지 않고 사회공헌을 연출하는 시기라는 거다. 복날이면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삼
서언2-1, 김수영 사유의 내적 기원2-2, 김수영 사유의 외적 기원마무리 서언세상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관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시대의 아들1)이라고 했거니와, 현존재인 나는 세계 속의 존재라는 하이데거의‘세계-내-존재’ 또한 같은 말이 아닌가 말입니다.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예술도 마찬가지고, 김수영의 시적 성취와 사유의 열매 또한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김수영의 시작 초기 이력을 자세히 보니,‘묘정의 노래’(‘45)에 이어‘공자의 생
‘K-콘텐츠’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국내 증시에서도 엔터테인먼트, 게임, 메타버스 등 콘텐츠와 직ㆍ간접적으로 얽힌 종목들이 인기다. 콘텐츠 제작업체 위지윅스튜디오도 2021년 1년새 주가(코스닥)가 7배나 올랐다.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성장잠재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마녀, 신과 함께, 1987, 아쿠아맨, 알리타, 캡틴마블, 포드 v 페라리….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콘텐츠 제작기업인 위지윅스튜디오가 컴퓨터그래픽(CG)이나 시각적 특수효과(VFX)를 맡았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는 물론 해외 블록
2021년 한 해는 문학상과 관련한 여러 불미스러운 논란들이 많았던 해였다이런 가운데 작은 지역 서점에서 하는 문학상이 만들어졌다. 이 작은 문학상은 상품으로 천연비누를 상장으론 손으로 쓴 수기상장이 주어진다. 수상한 이들 모두 가슴이 따듯해졌다며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랑했다. 일종의 축제가 이 행위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마저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 12월, 서울시 노원구의 독립서점 ‘지구불시착’에서는 ‘지불문학상’을 만들어 수상식을 열었다. 서점에서 주관하며, 작품 심사는 3명의 심사위원이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