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북적거려야 할 대학가 주변 상권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공실 때문이다. 대학가 상권 곳곳에선 임대 현수막을 내건 상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예컨대, 신촌역에서 연세대 앞까지 이어지는 명물거리, 카페들이 즐비한 신촌과 이화여대 앞은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홍익대와 고려대, 건국대 주변 상권도 활력을 잃은 분위기다.대학가 상권이 무너졌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8%. 하지만 신촌ㆍ이대 지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그보다 3배 이상 높은 18.3%에 달했다.
도시 한복판을 걷다 보면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한번 들러달라고 발길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엔 이런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다. 원하는 주택을 골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만, 그 이면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미분양 주택’이란 거다. 문제는 이런 미분양 주택을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선착순 동호수 분양’ ‘회사 물량 공급’이란 문구를 적어놓은 모델하우스(견본주택)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라는 건 정규 청
SNS는 종종 질투를 유발한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의 사진 한장에 좌절하고, 아무것도 아닌 SNS 속 일상에 절망한다. 질투는 SNS를 또다른 질투로 엮는다.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SNS 속 일상을 과대 포장하는 식이다.송정섭(songsuv) 작가는 그런 질투의 본질에 주목한다. 질투란 부정적 감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또 질투를 건설적으로 전환할 방법은 없는지 탐구한다.송 작가는 되묻는다. “질투는 상실된 자존감의 단면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믿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 질투는 강해진다. 사회가 비교를 강요하고, 사회의
# 저작권은 보호받아 마땅한 권리다. 인터넷을 넘어 AI 시대가 활짝 열린 지금, ‘저작권 보호’는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하지만 저작권을 보호하는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그 수단이 저작권자의 탐욕을 채우는 데 쓰여선 안 된다. # 문제는 ‘저작권 보호 수단’을 돈 버는 도구로 활용하는 이들이 숱하단 점이다. 그런 저작권자와 손잡고 돈벌이를 하는 법무법인도 있으니, 말 다했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정당한 조치를 하고도 반감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는 얘기다. # 저작권 보호, 대체 어디까지 이해
낮은 공장이 모여 있던 성수동 일대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곳이다. 다만, 지구단위계획이 바뀌면서 지식산업센터도 고층업무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성수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은 여전하고 성수동에 있던 회사가 새 사옥을 짓는 경우도 있지만 사라지는 것도 있다.우리는 1편에서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북쪽 뚝섬역까지 걸었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이곳의 함의를 빛내고 있었다. 이제 성수역으로 발걸음을 넓혀보자.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앞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자리 잡은 ‘누
전통시장은 민심과 바닥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최적의 척도다. 서민층이 주로 찾고, 영세상인도 꽤나 많아서다. 정치인들이 철만 되면 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는 등 이상한 쇼잉을 해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설 명절을 앞둔 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숨죽였던 활력이 움트고 있을까. 더스쿠프 취재팀이 지난 1월 30일 영등포시장을 찾아가봤다. 1956년 문을 연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시장. 영등포전통시장(이하 영등포시장)이다. 한때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물건을 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영등포시장은 예전
“서울의 저층노후주거지를 새롭게 만들겠다.” 2021년 4월 시작한 모아타운 계획의 취지다. 10만㎡(약 3만평)보다 작은 면적에 소규모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사업지가 3곳이 있다면 묶음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겠다는 게 핵심이었다.엄밀히 말해 모아타운은 완전히 새로운 법에 기초한 정책은 아니었다. 이미 있었던 소규모도시정비사업을 약간 손본 제도에 가까웠다. 다만,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소규모도시정비사업을 통합했다는 점에서 전면 철거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도 달랐다. 최대 2만㎡(
플래카드들ㅡ서울이은봉튼튼한 거치대를 다리 삼아 제 몸을 주욱, 펼치는 놈들 있다 거치대들 사이사이 종로에도, 여의도에도 제 몸 크게 펄럭이며 ‘나를 보아라’, 소리치는 놈들 있다무엇인가를 자랑하기 위해무엇인가를 홍보하기 위해무엇인가를 선전하기 위해무엇인가를 팔아먹기 위해이놈들, 서울 도심의 이곳저곳 뻔뻔하게 널브러져 있다 바짝바짝 고개를 쳐들고 있다 어쩌다 보니 이놈들, 서울의, 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ㅡ『뒤뚱거리는 마을』(서정시학, 2023) KBS였는지 MBC였는지 SBS였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뉴스
#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화제입니다. 경기도 내 도시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서울’의 첫 단추를 김포에서 끼우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편입론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용 전략’이 아니냐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장까지 나서 ‘정치쇼’ ‘표票퓰리즘’이라고 일갈할 정도입니다. # 문제는 행정구역을 바꾸는 중대한 일을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때문인지 편입론의 당사자인 김포시민 중 대부분은 서울에 편
오랫동안 작은 공장의 보금자리였던 문래동은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그 역할을 상징하는 건 도림로 골목길에 있는 커다란 망치였다. 하지만 조형물 앞에 있던 공장마저 이젠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문래동의 정체성이 ‘만드는 곳’에서 ‘보는 곳’으로 문래동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개발 바람까지 더해졌다. 문래동 작은 공장은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고 있다. 여기는 도림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도로다. 이 도로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문래동 2, 4, 5가가 있고 동쪽으로는 3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마도 값싼 임대료를 내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홍보하는 사업자들이 숱하다는 점입니다. 자칫 홍보에 현혹되면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큰일’입니다. 더스쿠프가 거짓 홍보가 판을 치는 건설 현장에 펜을 집어넣었습니다.‘마을형 아파트’를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경기 남양주와 고양시에 있는 마을 아파트 ‘위스테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스테이는 협동조
침체에 빠진 건 아파트 거래뿐만이 아니다. 아파트만큼 거래가 뚝 끊긴 건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매매가는 활발하게 거래되던 때보다 떨어졌다. 그럼 저렴한 가격이 문제가 됐던 걸까.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에서 답을 찾아봤다.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서 시작하는 원효로는 지하철 1호선 남영역 교차로에서 끝난다. 이 길 옆엔 오래된 5층 이하 건물이나 단층 건물이 즐비하다. 개발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용산 그대로의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이 길에도 변화가
#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건너편에 새로 생긴 편의점이 보인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된다. 편의점 간 직선거리는 40m에 불과하다. 50~100m인 편의점 출점 거리 기준에 못 미친다. 이대로라면 편의점 업계 자율규약 위반이다.# 그런데 어디에 물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자율규약에 따른 출점 거리 기준이 직선거리가 아닌 도보거리여서다. 보행로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측정한 도보거리는 105m. ‘있던 편의점’도 ‘새로 생긴 편의점’도 마주 보고 경쟁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어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려 드는 ‘피장파장의 오류’가 가장 빈번한 곳은 정치권이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우리가 불리할 게 없다’며 상대방을 탓하고 공격하며 대치한다. 그 결과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국회에 정치가 실종된 채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자신들의 치부는 애써 외면한 채 상대방을 공격하며 반사이익을 취하려드는 정치권 행태는 정치혐오를 넘어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게 할 정도다.
명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어두컴컴했던 매장엔 다시 불이 켜지고, 한산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야시장으로 바뀐다. 인적 드문 거리였던 이곳에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다. 메인스트리트에서 골목 하나 들어가면 여전히 임대문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는 상가건물들이 마치 유령도시 같다. 관광명소, 명동의 두 얼굴이다.“하늘길 열릴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명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한숨을 내쉬며 얼른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
도시를 부수고 다시 짓는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선 원주민과 개발세력 간 분쟁이 다반사였다. 의지와 무관하게 이주와 철거를 당하는 이들이 있었고, 개발이익 혜택을 어떻게 나누느냐로 다투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엔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의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한 이 사업에선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한 걸까.# 지난해 9월 28일 오후, 강북구청에선 큰 소란이 벌어졌다. 고성이 오갔고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에선 미아동 767-51번지 일대 주민 20여명
흔히들 일본을 '만화의 왕국'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물품들을 구입하려 일본에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세상에선 그런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부른다.하지만, 아직 일본을 방문하지 못한 오타쿠들이 많다. 대개는 일본어를 배우며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목표를 도쿄로 잡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모은 지식으로 당당하게 아키하바라를 향해 가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아키하바라는 넓다. 블로그에 나온 대로 유명한 샵들을 방문해 보지만, 어쩐지 해외 직구로도 구할 수 있는 물건
위반건축물인지 아예 모르고 샀다. 지자체의 공지도 없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에야 ‘위반건축물’이란 건 인지했다. 문제는 이 위반건축물을 원상복구할 때까지 이행강제금(벌금)을 내야 한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근생빌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한번 더 짚어봤다. 2020년 위반건축물 소유주는 ‘무제한’으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건축법 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위반건축물이라는 걸 몰랐던 사람들이었다. 2021년 우리는 이행강제금 ‘무한 부과’로 곤란해진
2014년 이후 국회가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을 의결한 건 두번밖에 없다. 이는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12월 2일로 정해진 법정기한을 훌쩍 넘겼지만 여야는 여전히 예산안 처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고, 또다시 법적 근거도 없는 소小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안 협상에 나섰다. 여야가 예산을 볼모로 밀실합의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대체 정부예산은 왜 해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걸까. 더스쿠프가 정부예산의 고질병을 2회에 걸쳐 해부했다. 법 밖 예산의 실태 그 첫번째 편이다. 예산은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소중한 돈이다. 국민이
2020년 5월 호텔을 리모델링한 첫번째 청년주택이 입주민을 받았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는 데다 호텔 특성상 주거에 적합한 지역도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 일대에는 공동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주거 용도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호텔형 청년주택 ‘숭인 영하우스’를 찾아가봤다. 그 주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을까.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행객이 급감하자 중소형 호텔은 위기에 처했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이들의 탈출구는 ‘리모델링’이었다. 호텔을 주택으로 리모델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