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효과 없는 이유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현대상선의 영업손실은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5000억원에 육박했다. 현대상선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까닭은 뭘까. 이유는 두가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답을 찾아봤다. 

현대상선에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정상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현대상선에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정상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7월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출자전환하면서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됐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을 살리기로 결정한 것에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당시 정부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여 현대상선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7년 연속 적자다. 더구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2888억원보다 2042억원이나 커졌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산업은행과 한국선박해양은 적지 않은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016년 산은은 두차례  영구채(4485억원)를 매입했고, 2017년엔 한국선박해양이 영구채(6000억원), 유상증자(1043억원), 컨테이너선 세일즈앤리스백(1504억원)을 통해 8547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에도 1조원의 영구채를 인수했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유조선(VLCC) 5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도 각각 4475억원, 2조7000억여원의 자금이 지원될 계획이다.


 

그럼에도 현대상선이 영업손실만 커지고 있는 덴 이유가 있다. 우선 비싼 용선료 때문이다. 해외 해운사들은 경기가 어려울 때 값싸게 배를 만들어 원가를 낮춘 반면, 국내 해운사들은 배를 팔았다가 호황이 찾아왔을 때 비싼 값에 배를 빌려야 했다. 2016년 일부 선주들과 용선료를 조정했음에도 여전히 연간 5700억원가량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용선료 부담은 해외 해운사들과의 원가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산업연구실장은 “현대상선의 단위비용은 해외 해운사들에 비해 20%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낮은 원가경쟁력은 영업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네트워크와 영업력도 현대상선의 고질병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두고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류동근 한국해양대(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선박 투입 시기나 규모는 시장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정해야 한다”면서 “성급하게 투입했다가 화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2020년 3월 종료되는 2M과의 동맹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면 새로 인도받는 39만6000TEU의 선복량을 혼자 채워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상선에 들어갈 공적자금이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부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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