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아닌 학교로 향한 예산
세심하지 못한 정책 추진한 결과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코로나19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9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전면등교를 추진하던 교육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학생 확진자도 크게 늘고 있어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선언을 앞둔 지금, 지금까지의 비대면 교육정책을 손보지 않으면 교육 사각지대의 문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 3개월에 걸쳐 더스쿠프(The SCOOP)는 기획기사 12편·영상 5편을 통해 코로나19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아이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동시에 ‘바이러스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짚어봤다. 비대면 교육정책의 그림자를 봐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사]

▶ 1편: 원격수업 17개월과 방치된 아이들
▶ 2편: 학교는 태블릿을 줬지만 아이는 배울 수 없었다
▶ 3편: 할머니는 멍하니 바라만 봐야했다
▶ 4편: 정부 정책의 수혜 학교가 더 누렸다
▶ 5편: “학교와 교사는 만족” 교육부, 함정에 빠졌다
▶ 6편: 이동도서관은 달리고 싶다
▶ 7편: 도서관이 달리자 사각이 사라졌다
▶ 8편: 선생님 없는 곳에 멘토가 머물렀다
▶ 9편: 홀로 남은 아이들의 기댈 언덕 ‘동네 멘토’
▶ 10편: 교육 중단만큼 무서운 감정중단
▶ 11편: “힘들지? 널 믿어” 짧은 말의 울림
▶ 12편: 그림자를 봐야 대안이 보인다

[영상] 
▶ 1편: Intro
▶ 2편: 홀로 남은 아이들
▶ 3편: 태블릿 딜레마
▶ 4편: 빈자리 메우기
▶ 5편: 내 아이 마음 듣기


“코로나 발생 이후 역대 최다(2434명·9월 24일).” “사상 첫 3000명대 진입(3269명·9월 25일).” “일요일 발생 확진자 기준 역대 최다(2383명·9월 27일).” 또다시 바이러스 시대다. 아니, 1년 9개월째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는 점점 더 위력을 키우고 있다. 

학생 확진자도 급증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전국에서 876명의 학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하루 평균 219.0명으로 연휴 기간이 포함된 9월 16~22일 하루 평균 학생 149.4명이 확진을 받은 것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전면등교’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9월 23일 기준 전국 2만446교 중 91.0%에 해당하는 1만8615교가 밀집도 등을 조정해 등교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인 9월 15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추석 연휴에 방역 고비를 잘 이겨낸다면 10월에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전면등교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안타깝게도 방역 고비는 이겨내지 못했고, 전면등교 계획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4학기째 이어지고 있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부작용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완전히 수그러들면 좋겠지만, 그렇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언제 또 우리를 습격할지 알 수 없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원격수업 체제에서 취약계층의 아이들이 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짚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 시대를 인간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한 ‘교육 사각지대’에서 머무르는 아이들은 더 늘어날 거고, 그들이 느껴야 할 결핍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다시, 코로나19 확산세로 개학 일정을 잡지 못하던 지난해 3월로 거슬러 가보자. 교육부는 2주 간격으로 개학을 미루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4월 9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고1~2, 중1~2, 초4~6학년, 초1~3학년이 순차적으로 학교가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새학년을 맞이했다. 교육부는 자신만만했다. “그동안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왔다”며 “온-오프라인 융합 학습을 통해 미래형 학습모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코로나19대응원격교육인프라구축과’를 신설하고 ▲공공 학습관리시스템 구축 ▲초·중·고 전 교실 무선망 구축 ▲노후 컴퓨터와 노트북 교체(교사) ▲스마트기기 대여(학생) 등 4개 사업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예산 규모만 보면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왔다는 교육부의 자신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배려와 돌봄이 부족했다. 


먼저 4개 사업 중 학생들을 위한 스마트기기 대여사업을 보자. 교육부는 태블릿PC가 없어 원격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대여해주는 사업을 실시했다. 각 학교와 교육청이 ‘교육 장비 구비’ 명목으로 보유하고 있던 걸 대여로 전환한 건데, 그러다 보니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다. 취약계층의 가정에서 “스마트기기 성능이 좋지 않아 수업을 받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작은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다 시력이 나빠졌다”는 목소리를 낸 게 괜한 투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막대한 예산은 학교와 교사에게 돌아갔다. 교사들이 사용하던 노후 PC와 노트북 25만대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했는데, 이는 교사 2명 중 1명은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꾼 셈이었다. 물론 학교와 교사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원격수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책에서 정작 학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원격수업을 위해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느냐, 학교와 교사를 먼저 생각했느냐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정책 방향성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세심하지 못한 정책은 가뜩이나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을 더 깊은 수렁에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생 간 학습격차는 벌어졌고, 학습결손도 커졌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원격수업 시스템에서 아쉬운 건 아이들을 위한 든든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학교 담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아이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 지역아동센터나 다른 시설도 코로나19로 이용이 제한되며 아이들은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비단 학습에만 비상이 걸린 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4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9~24세 청소년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1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변화’ 결과를 보자. 코로나19 이후 아동청소년이 겪는 가장 주된 감정은 ‘불안과 걱정(53.2%)’ ‘짜증(39.3%)’ ‘우울(30.2%)’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공백뿐만 아니라 돌봄공백, 아이들의 건강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교육공백뿐만 아니라 돌봄공백, 아이들의 건강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반면 긍정적인 감정은 1년 전 동일 조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업 성취도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발달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아동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굿네이버스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66.2%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소통할 시간이 줄자 아이들이 인터넷 세계로 빠져든 거다. 혼자서 공부하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생활해야 하며 느껴야 하는 학교의 빈자리는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 내용을 보자.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습권 침해, 아동 정신건강 문제 등이 생긴다.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의 피해가 크다.” UCL 연구진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볼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더 우려되고, 홀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영양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결손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다행히 아이들과 동네 어른친구를 연결해주는 러빙핸즈와 같은 멘토링 NGO 사회단체가 그 공백을 메워주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언제 또 어떤 바이러스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대에서 중요한 건 세심하면서도 촘촘한 정책적 배려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교육부 등이 발표한 정책이 소외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효과가 있었는지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교육부 정책에 쏟아지는 합리적 비판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책을 두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참고: 교육부는 지난 5월 “전면 원격수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도전으로 다가왔지만,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안정되고 성숙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봄·교육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추진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0 교육분야 코로나19 대응’ 중간백서를 발간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교육부가 추진한 코로나19 원격수업 인프라 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학생들에게 미흡한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학교와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질이 개선됐다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급했듯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또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할 가능성은 높다. 언젠가 ‘전면등교’를 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또 ‘비대면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이 나라와 사회의 몫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