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➋
자녀 특혜채용 의혹 터진 선관위
사무총장 자녀 등 4명 특혜채용
최고 헌법기관 중 한곳의 불명예
선관위 규모 훌쩍 커졌지만…
폐쇄적 운용으로 고질병 커져
사무총장 35년째 내부인사 발탁
선관위는 왜 ‘고인물’ 기관 됐나

# 또다시 ‘채용비리’ 사태가 터졌다. 2016년 강원랜드 사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 7년 만이다. 이번에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특혜채용 논란이 발생했다.

# 문제는 논란의 핵심이 선관위의 감사 여부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거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 정책에도 비슷한 사태가 계속해서 터지는 이유를 살피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스쿠프 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 두번째 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이 터졌다.[사진=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아빠찬스’ 논란이 터졌다. 선관위 고위 간부의 자녀가 합격한 경력직 채용 과정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도마에 처음 올라선 이들은 선관위 내부 서열 1위와 2위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다. 지방직 공무원이던 두 간부의 딸들이 지난해와 2018년 선관위에 경력직 채용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5월 10일 제기됐다.

이런 의혹에 선관위는 펄쩍 뛰었다. 선관위는 “면접 당시 해당 직원의 선관위 간부 자녀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면접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현대판 ‘음서제도’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논란이 발생한 지 나흘 만인 5월 14일 선관위는 ‘사무총장·차장 자녀 경력경쟁채용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이같은 반박과 특별감사가 무색하게 또다른 채용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2021년 경력직 채용)과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딸(2021년 경력직 채용)의 채용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아빠찬스위원회’란 원색적인 비판이 거세졌고, 지난 1일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직권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5월 25일 특혜채용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나온 선관위의 특별감사 결과는 가계속되는 관이었다.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4명의 선관위 자녀 모두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무총장 딸의 면접에 참석했던 위원들은 점수표 채점란을 공란으로 두고 순위만 정해서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사무차장은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딸의 채용을 추천했다. 다른 두건도 간부의 지인이 면접위원으로 참석하거나 간부 자녀의 응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관위는 5월 31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던 선관위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별감사위원회는 “감사 대상자 4명 모두 자녀의 경력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며 “국가공무원법(제44조·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 위반의 소지가 있어 수사를 의뢰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의혹으로 떠돌던 ‘아빠찬스’가 사실이었다는 얘기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논란의 선관위➊ 최고 헌법기관 = 아빠찬스로 논란을 일으킨 선관위는 어떤 기관일까. 선관위의 법적 성격부터 살펴보자. 선관위는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공무원 조직과는 다르다. 행정기구나 공공기관에 속하지 않는다.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기관이어서다.

그럼 헌법기관은 또 무엇일까. 허완중 전남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헌법기관을 이렇게 정의했다. “헌법기관은 그 지위와 주요 권한을 헌법이 직접 창설한다. 내부조직이 대체로 자유롭고, 다른 어떤 기관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국가의 특별한 존재양식(본질)을 형성하는 기관이다.”

이를 근거로 창설된 최고 헌법기관은 선관위를 비롯 국회·대통령·국무총리·행정각부·대법원·헌법재판소 등 7곳이다. 선관위는 헌법기관답게 규모도 적지 않다. 올해 기준 예산은 4073억원으로, 조직 인력은 지난해 기준 2961명이다. 문제는 선관위의 규모와 위상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점이다.

■ 논란의 선관위➋ 감사 사각지대 = 선관위의 문제는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헌법이 부여한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감사를 받지 않으니 하나의 성역처럼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선관위원장은 헌법재판소 대법관이 겸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위원장은 대법관이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위원장은 상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선관위의 실제 서열 1위는 사무총장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사무총장직을 35년째 내부인사로 채웠다. 선관위가 얼마나 폐쇄적인 곳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해 4월 선관위가 마련한 자체 쇄신안에서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개방형 직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제도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논란의 핵심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논란의 핵심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이같은 선관위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특혜채용 사태가 터진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의 ‘아빠찬스’ 논란이 확산하자 감사원은 5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의 채용·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를 정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닌 데다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직무감찰을 받지 않는 게 헌법적 관행이라는 게 선관위가 내세운 이유다.

[※참고: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선관위는 지난 9일 감사원의 부분 감사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선관위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문제만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감사원의 감사가 선관위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라는 점도 문제 소지가 있다. 더구나 감사원 감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국민권익위가 특혜채용 조사에 착수했고, 경찰도 선관위 특혜채용 논란을 수사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선관위와 감사원의 대립은 정쟁의 결과물일 수 있다. 여당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관위가 ‘야권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권 인사도 많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면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반론을 편다.

이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둘러싼 논쟁에 집중하면 선관위 채용비리 사건의 본질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선관위에서 어떻게 ‘아빠찬스’가 횡행했는지, 폐쇄적 조직문화를 바꾸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거다.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나선 법적‧제도적 배경은 뭔지, 또 그 주장에 결함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선관위가 60년 동안 법적 사각지대에서 군림해왔는데, 왜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는지도 냉정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

자! 선관위는 왜 ‘고인물’과 같은 조직으로 전락한 걸까. 여기엔 ‘헌법기관’을 감시의 눈에서 배제한 정부의 안일함과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은 금배지의 무관심이 숨어 있다. 이 문제는 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 세번째 이야기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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