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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빅테크 사용료 다툼
트래픽만큼 돈 내라는 통신사
부당하다 말하는 빅테크
망 사용료 파급효과 미지수
각국 정부 신중해진 이유
오리무중 된 망 사용료

망 사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 간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망 사용료는 쉽게 말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CP)가 트래픽(데이터)만큼 통신사에 내는 요금이다. 통신사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그만큼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 기업은 이중 과금이란 이유를 들면서 납부를 반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빅테크 기업과 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잠잠해진 듯했던 망 사용료 논란이 재점화한 건 최근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지난 3월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는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이라면서 “기업들의 투자 감소, 창작 커뮤니티의 발전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망 사용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넷플릭스가 이중 과금이란 표현을 쓴 건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에 접속하는 대가로 내는 ‘망 접속료’를 이미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트래픽양에 따른 망 사용료까지 내는 건 비용을 두번 청구하는 것이니 부당하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참고: 망 접속료는 복잡한 개념이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통신사끼리는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슷하면 ‘상호무정산의 원칙’을 적용해 서로 접속료를 매기지 않는다. 국가 간 트래픽이 오고가는 것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 사업자는 미국 통신사에, 한국 사업자는 한국 통신사에만 접속료를 내면 된다. 한국 소비자가 미국 사이트에 접속한다고 해서 미국 통신사에 인터넷 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선봉에 선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에서 유선통신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 중이다. 2021년 6월 1심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는데, 넷플릭스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만 한달에 515만명(모바일인덱스·5월 기준)이 사용하는 ‘1위 OTT’다. 그래서인지 패소할 경우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망 사용료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게 분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패소 시 SK브로드밴드에 1년간 최대 1465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넷플릭스로선 필사적으로 망 사용료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팽팽해진 통신사와 빅테크의 논쟁과는 별개로 망 사용료 논쟁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망 사용료 납부가 어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렉 피터스 CEO가 지적한 것처럼 망 미디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최근 들어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지난 12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는 망 사용료를 논의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망 사용료 논쟁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한 콘퍼런스에서 “유럽 내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빅테크들의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망 사용료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반면 독일 정부는 지난 5월 18일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망 사용료가 미디어의 다양성과 품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망 사용료를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묵 한양대(정보사회미디어학) 교수는 “빅테크 기업이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할수록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빅테크와 통신사는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이익 관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정부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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