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차전지주 주가 흐름 분석
주가 상승률 상위 휩쓴 2차전지
전기차 판매량 급등에 관심 집중
사업 진출 소식에도 주가 ‘출렁’
5월 들어 하락세 기록한 주가
실적 대비 고평가 논란 이어져
6월 이후 상승세 돌아섰지만…
급등세 노린 베팅 위험할 수도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올해 들어 20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이 숱하다. 갑작스러운 급등에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거다. 실제로 5월 이후 큰폭의 주가 하락세를 보이는 종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참고: 이 기사는 5월 31일 주가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6월 이후 2차전지 관련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최근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올 상반기 주식 시장은 두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2차전지와 ‘백색 금’으로 불리는 리튬이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본격화하면서 핵심부품과 소재로 꼽히는 2차전지와 리튬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1083만대로 전년(6713만대) 대비 61.3%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 1분기에만 270만2000대가 등록되면서 지난해 1분기 207만5000대보다 30.2% 늘었다. 2017년 이후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9.0%에 이른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2차전지 관련 기업엔 호재로 작용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2차전지가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서 기인하는 수혜를 2차전지가 입을 가능성인 높은 이유다. 

이런 기대감에서인지 올해 국내 증시에선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유독 빛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주가 상승률 1위와 2위를 차지한 종목은 2차전지 관련주였다. 더불어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종목에 포함된 2차전지 관련주는 7개(35%)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가 상승률 1위 기업인 반도체 부품기업 알에프세미는 올해 들어 941.8% 폭등했다. 올 초 227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5월 31일 2만3650원으로 치솟았다(이하 5월 31일 기준).

흥미로운 점은 주가가 반도체 호재로 상승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알에프세미의 대주주로 올라선 진평전자가 배터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 대주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주가 상승률 2위는 2차전지 대장주로 급부상한 에코프로다. 11만원으로 2023년을 시작한 에코프로의 주가는 56만3000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411.8% 상승했다. 이밖에도 이브첨단소재(337.4%), 자이글(314.5%), TCC스틸(272.0%), 코스모신소재(239.7%), 레이크머티리얼즈(248.7%) 등이 2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률 순위 20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2차전지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의 수혜를 입을 거란 전망도 한몫했다.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유럽, 일본기업들이 중국 기업 대신 한국 업체를 선택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많은 증권사와 시장조사기관이 “미중 갈등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의 기대에 전문가들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2차전지에 베팅한 투자자는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던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의 갑작스러운 부진에 시장의 의견은 둘로 갈리고 있다. 상승 뒤 잠시 쉬어가는 조정기라는 긍정론과 갑작스러운 상승세로 낀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부정론이다.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세는 조정일까 거품의 붕괴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2차전지 관련주 중 시가총액이 큰 10개 종목(LG에너지솔루션·삼성SDI·LG화학·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엘앤에프·코스모신소재·금양)의 주가 흐름을 분석했다. 

1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무척 가팔랐다. 올 초 대비 5월 말 주가는 115.3% 상승했다. 하지만 월별 주가 상승률을 분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1월부터 5월까지 월별 평균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10개 종목의 주가는 1월 평균 12.6%에서 2월 30.8%, 3월 39.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4월 평균 주가 등락률은 7.1%로 뚝 떨어진 데 이어, 5월 평균 주가 등락률은 –5.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0%, 0.1% 상승했다는 걸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증시 격언이 2차전지에만 작용한 셈이다. 

물론 지금의 하락세가 시장의 바람대로 일시적인 조정일 순 있다. 문제는 낙관론을 펼치기엔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경쟁은 2차전지 업체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의 불똥이 배터리로 튈 게 뻔해서다.

여기에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이 실적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살펴봐야 할 요인이다. 2차전지가 투자자의 주목을 받으면서 리튬산업 진출 또는 배터리 사업 진출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나타날 변화가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전환은 내연차에서 친환경차로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는 것이다. 긴 시간을 갖고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2차전지 관련주의 급등세만 보고 올라탔다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거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최근 국내 2차전지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린 설비투자는 공급과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분쟁과 높아지는 경기침체 우려가 전기차 시장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며 “2차전지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정 속 거품이 꺼지는 종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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