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➊
대법원 판결로 불붙은 타다 논쟁
법은 타다를 합법 콜택시 인정
타다금지법에 비난 쏟아져
섣부른 규제 아니었냐는 주장
갈등 해소 방법 없었던 2019년
타다금지법 악법으로 모는 건 결과론
제2의 타다 막기 위한 해법 모색

타다금지법이 혁신을 좌초시켰단 비판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타다금지법이 혁신을 좌초시켰단 비판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정치 얘기를 늘어놓지 않고, 사는 얘기를 번거롭게 묻지 않는 운전기사. 취향에도 안 맞는 시끄러운 음악 대신 조용하고 차분한 클래식이 나오는 스피커.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데다, 휴대전화 충전까지 가능한 차. 목적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는 일도 없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일도 없는 차. 2018년 10월 론칭한 타다의 얘기입니다. 

# 타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택시업계는 ‘타다가 면허도 없이 영업하는 불법 콜택시’라는 이유를 앞세우면서 더 크게 반발했습니다. 타다 측은 ‘우리는 택시가 아니라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타다금지법(2020년)’을 만들어 타다를 멈춰 세웠습니다. 

# 문제는 법적 판단은 달랐다는 점입니다. 2019년 재판에 넘겨진 ‘타다 사태’는 4년여가 흐른 지난 1일 ‘무죄(대법원)’로 막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타다는 달릴 수 없습니다. 언급한 것처럼 ‘타다금지법’이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기득권과 정치권이 마구잡이식으로 규제 전봇대를 꽂은 게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한편에선 타다금지법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문제는 이런 논쟁이 ‘뒤늦은 책임공방’일 뿐이란 점입니다. ‘제2의 타다’를 막기 위해선 더 효율적이면서도 성숙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더스쿠프가 ‘제2의 타다’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 첫번째 편입니다.

대법원이 타다서비스의 여객법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사진=뉴시스]
대법원이 타다서비스의 여객법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사진=뉴시스]

“타다는 불법 콜택시가 아니다.” 지난 6월 1일 나온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현 쏘카 대표는 ‘타다’란 플랫폼을 통해 면허 없이 콜택시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불법 영업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법적 쟁점은 타다의 ‘정체’였습니다. 타다가 콜택시 서비스(유상 여객운송)냐,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운전자를 알선해 차를 대여한 것)냐는 거였는데요.

검찰은 타다를 ‘불법 콜택시’로 판단하고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웅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택시는 면허 없이 사업을 전개하면 불법이기 때문이죠. 반면 타다 측은 택시가 아닌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임 강조했습니다. 렌터카는 면허가 없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설명이 맞을 경우 타다는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결과는 1심과 항소심 모두 타다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타다가 운전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을 수긍한 셈입니다. 

이처럼 타다는 법적 영역에선 승리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타다 경영진을 기소한 2019년 10월만 해도 타다가 불법이냐 아니냐가 꽤 논쟁적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 기사에서 등장하는 타다는 11인승 ‘카니발’을 운전기사와 함께 제공하는 ‘타다베이직’을 둘러싼 얘기입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 서비스입니다. 현재 타다는 모회사가 바뀐(쏘카→비바리퍼블리카) 가운데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전개 중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술했습니다.] 

약간 복잡한 현재의 상황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2020년 3월 국회는 ‘타다금지법’이라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타다 같은 서비스를 지속하는 걸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법원이 타다를 ‘합법’으로 판시한 건 뭘까요? 

간단하게 풀어 설명하면, 대법원의 합법 판결은 개정 전 여객법 아래에서 타다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진 결과입니다. 반면, 우리가 지금 거리에서 타다를 볼 수 없는 건 2020년 3월 개정된 여객법의 결과물입니다. 

1심과 2심에서 합법이란 판결을 받았고, 사실상 대법원 판결도 같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도 타다를 멈춰 세운 이 아이러니한 현상을 두고 재계 안팎에선 여러 말이 나왔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말을 들어볼까요.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스타트업 업계도 정치권을 아프게 꼬집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앞서가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판단이 혁신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벤처기업협회).” “혁신적인 서비스가 불합리한 규제와 경직된 법 해석에 가로막혀 성장동력을 잃은 것에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 

급기야 타다금지법 입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반성문을 썼습니다. 지난 5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타다의 승소가 국회의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실제로 타다금지법을 시행했음에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그다지 건강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 법은 렌터카가 아닌 ‘택시’와 연결했지만 사실상 타다와 같은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성장하는 데 되레 도움을 줬습니다. 카카오 독점 체제가 굳어지면서 마카롱택시, 차차, 풀러스 등 수많은 모빌리티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심야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요금은 잔뜩 올랐습니다. 택시 이용 중 불편사항을 겪었다는 민원도 여전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에서 타다가 사라진 게 화를 불렀다는 겁니다. 

이게 다 타다를 불법으로 내몰고, 타다금지법을 제정한 정치권과 국회의 탓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급기야 지금이라도 타다금지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문재인 정부)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계산되는 표를 위해 국민 전체의 권익을 무시하고 기득권과 각종 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혁신 대신 규제를 선택한 결과, 타다 금지법이란 괴물이 탄생했다”면서 “우리는 함께 타다금지법 폐기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타다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ㆍ택시업계ㆍ모빌리티 업계ㆍ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 노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했고 1년의 오랜 숙의 끝에 대타협안을 도출해 여야 모두 당론 수준으로 개정했다”며 “이제와 반혁신, 반시장이라는 덫만 씌우려는 정치적 프레임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죠. 당시엔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법에 찬성해놓고 이제 와서 입법 취지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걸까요. 우리는 이 사건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고쳐야 ‘제2의 타다’가 등장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을 내려면 먼저 타다라는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등장했던 그때로 시계추를 돌려야 합니다. 

■ 타다의 화려한 시작 = 타다는 2018년 10월 론칭했습니다. 카셰어링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쏘카의 자회사 VCNC가 키를 잡았습니다. 

타다는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기아 카니발)를 빌려주는 서비스였습니다. 언뜻 택시처럼 보여도, 택시와는 다른 점을 내세웠습니다. 길을 돌아다니다 손님을 태우는 배회 영업이 아닌 앱으로 호출하면 승차거부 없이 즉각 배차했습니다. 기사는 승객에게 운전 이야기 외엔 일절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것도 특이했죠. 라디오에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고, 와이파이에 스마트폰 충전기능까지 제공했습니다.

당시 타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수 25만명을 넘겼습니다. 같은 기간 드라이버는 3000명으로, 렌터카는 600대로 증가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0년 4월엔 회원수 170만명, 렌터카 1500대 규모의 국내 최대 모빌리티 서비스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국민들이 타다의 등장에 환호하는 덴 이유가 있었습니다.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등 기존 택시의 고질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두가 타다를 반겼던 건 아닙니다. 특히 면허를 가진 개인 택시기사들은 불만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곤 ‘여객법에선 면허 없이 손님을 운송하는 일이 불법이었는데도 타다의 차량이나 기사들은 택시 면허 없이 운행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타다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타다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할 경우에 운전자(대리기사) 알선이 가능하다는 여객법 34조(개정 전)를 근거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당시 여객법이 ‘택시 면허 없는’ 운전자의 알선을 허락한 취지는 관광업 활성화에 있었습니다. 단체로 온 해외 관광객이 렌터카도 부르고, 운전기사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예외를 터줬던 겁니다. 타다 측은 이 법을 서비스에 제공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도 받았습니다.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대표가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하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나서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택시산업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어렵게 택시 면허를 샀을 뿐만 아니라 요금제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면허도 없고, 규제도 받지 않는 타다와 경쟁하는 건 당연히 불공정하다.” 

얼마 전 대법원의 합법 판결을 끌어낸 재판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택시업계가 “타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한다”면서 검찰에 고발했던 게 도화선이 됐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여객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타다금지법 시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타다는 택시업계로부터 '불법 콜택시'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사진=뉴시스]
타다는 택시업계로부터 '불법 콜택시'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사진=뉴시스]

타다금지법은 면허 없는 운전자의 알선을 ‘관광’에 국한했습니다. 아울러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인 경우 혹은 대여,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기존과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할 수 없었던 타다는 입법과 동시에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습니다(2020년 2월). 

그 이듬해엔 모회사 쏘카가 타다 운영사 VCNC를 토스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손을 떼버렸죠. 자! 어떤가요? 기존 택시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갖춘 타다가 택시업계의 반대로 멈춘 게 안타깝긴 할 겁니다. 하지만 당시 타다를 아무런 규제 없이 운영하게 놔뒀더라면 더 큰 사고와 반발이 잇따랐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제2 타다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린 어떤 관점을 유지해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 두번째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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