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쇄기가 없을 때 성경은 사람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 배포됐다. 성경 66권을 묶은 ‘1질(일종의 세트)’을 사려면 집 10채값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성경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은 돈이 많은 수도원이나 교회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도원이나 교회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교리를 해석해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1448년 재정가 요한 푸스트(Johann Fust)를 설득해 인쇄기와 800굴덴(Guldenㆍ독일어권 금화 단위)
# 소설을 담는 그릇의 변화는 소설의 형식도 바꿔놨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작은 화면을 통해 스크롤하며 읽는 소설들이 붐을 일으킨 거다. 웹소설은 사람들의 욕망을 빠르게 채워주는 걸 목표로 한다.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 등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부자가 되는 꿈은 누구나 꾼다. 당장 땅을 판다고 해도 1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100억원이 있다면…’ ‘내가 재벌그룹 총수라면…’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상상을 ‘대리 만족’해 줄 수 있는 3편의 웹소설을 소개한다. 「회귀로
# 260m의 행렬 때는 2007년 ‘민의의 정당’ 국회의사당 앞. 검은색 고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몇몇 비서진은 우산을 받쳐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5분여가 흘렀을까. 멋들어진 양복을 차려입은 금배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껏해야 가랑비 수준이지만, 비서진은 ‘행여 의원 나리가 젖을까’ 법석을 떤다. 의사당에서 의원회관까진 260m. 고작 340걸음만 옮기면 닿을 만한 거리지만, 그 짧은 길을 걷는 금배지는 소수다. 대부분은 고급차에 올라타 의원회관 앞 ‘의원용 승하차 구역’까지 이동한다.뭐, 놀랄 일도 아니다. 금배지가
여론과 법의 반대에 부딪혀 타다는 운행을 멈췄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섣부른 규제가 신사업을 멈춰 세웠다는 게 논쟁의 골자입니다. 이 때문에 제2의 타다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현명한 걸까요. 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 두번째 편에서 알아봤습니다. 2018년 한국 모빌리티 산업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타다는 법적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면허 없이 택시를 운행하는 건 불법인데, 면허가 필요 없는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 정치 얘기를 늘어놓지 않고, 사는 얘기를 번거롭게 묻지 않는 운전기사. 취향에도 안 맞는 시끄러운 음악 대신 조용하고 차분한 클래식이 나오는 스피커.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데다, 휴대전화 충전까지 가능한 차. 목적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는 일도 없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일도 없는 차. 2018년 10월 론칭한 타다의 얘기입니다. # 타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택시업계는 ‘타다가 면허도 없이 영업하는 불법 콜택시’라는 이유를 앞세우
신경숙 작가의 신간 소설 5월 3일 '작별 곁에서'를 출간했다.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이번 책은 총 세 편의 중편소설을 엮인 책이다.문제는 이 책을 낸 출판사가 "창비"라는 것이다.신경숙 작가는 2015년 표절 문제와 함께 문단권력 논란을 만들었다. 문단권력 논란이란 문학계 특정 세력이 자신의 문예지 혹은 출판사에 소속된 작가를 사회적 ,자본적 이유로 우대하고 다른 소속 작가를 배척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5년 문단권력 논쟁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를 창비가 조직적으로 은폐시킨 사건을 이야기한다. 2015년 신경
김관식의 입관천상병심통한 바람과 구름이었을 게다. 네 길잡이는.고단한 이 땅에 슬슬 와서는한다는 일이가슴에서는 숱한 구슬.입에서는 독한 먼지.터지게 토해 놓고,오늘은 별일 없다는 듯이싸구려 관 속에삼베옷 걸치고또 슬슬 들어간다.우리가 두려웠던 것은,네 구슬이 아니라,독한 먼지였다.좌충우돌의 미학은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드디어 끝난다.구슬도 먼지도 못 되는점잖은 친구들아,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되레 기뻐해다오.김관식의 가을바람 이는 이 입관을.ㅡ『새』(조광출판사, 1971)에서 천상병(1930〜1993) 시인이 4년 연하 김
4월 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함에 따라 치러진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두 후보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후보는 5위로 낙선했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국회의 역할을 방기한 채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당 체제의 폐해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로 해석된다. 투표율 26.8%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 국민연금 고갈론, 건강보험 위기론….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머지않은 시점에 적립금이 바닥나 ‘보험 혜택을 못 받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관건은 적립금 고갈을 피할 ‘대안’이 뭐냐는 거다. 성난 민심은 ‘연금 폐지론’ 등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한편에선 프랑스 마크롱 정부처럼 연금 개혁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 하지만 국민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운용방식을 혁명적으로 손실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가장 직접적인 대안은 두가지다.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기욤 피트롱 지음|갈라파고스 펴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스타’의 SNS에 ‘좋아요’를 눌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달되는 ‘좋아요’는 어떤 경로를 통하는 걸까. 가상현실처럼 느껴지는 디지털 세계는 사실 육중한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다. 이 책은 ‘좋아요’가 전달되는 경로를 추적하고, 디지털 세계를 구성하는 인프라를 탐사한다. 이 인프라를 갖기 위해 강대국들이 어떻게 ‘영유권 전쟁’을 벌이는지, 그 경쟁 속에서 지구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짚는다. 「들숨에 긍정 날숨에 용기」지나영 지음|자음과모음
파산, 대규모 구조조정, 전 경영진의 배임ㆍ횡령, 부정채용 논란…. 한동안 이 회사에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꼬리표가 마침내 사라졌습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재운항에 나서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14일 이스타항공은 항공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당분간 제주행 국내선 운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전략인데, 여기엔 어떤 함의가 있는 걸까요?오랜 시간 날갯짓을 멈췄던 이스타항공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14일 재운항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김강 작가의 장편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발전된 의료기술로 인해 노인들이 영원히 살아가는 도시인 영산시를 배경으로, 모든 것이 노인들을 위한 사회가 되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에 따라 노인들은 정치, 부의 축적 등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젊은 세대들은 하급 계급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는 초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작중에 등장하는 남매 안나와 노마는 아직 노인이 되기 전인 20~30대이며, 재벌의 마이걸이나 로봇 관
3월 봄바람과 함께 기업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8~15일 지원서를 접수한다. 예년처럼 1만명 안팎을 뽑을 예정이다. 삼성은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6개 계열사도 26일까지 신입사원 채용 원서를 받는다. SK그룹은 세자릿수의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4개 계열사도 22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에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매출액
# 잠잠하던 알뜰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지난 1월 알뜰폰 사업을 본격 시작한 토스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시장에선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 하지만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돈다. 숱한 대기업이 그랬듯, 토스 역시 별다른 활력을 불어넣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이유는 토스의 전략이 좀 이상해서다. # 토스는 알뜰폰답지 않은 요금제를 론칭하면서 평균 17분(서울과 수도권 기준) 만에 유심(USIM)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편에선 이를
「윤동주 청춘의 별을 헤다」이승하 지음 | 비람북스 펴냄시인이자 평론가인 이승하 교수가 윤동주의 시와 생애를 다뤘다. 2020년 출간한 책을 리뉴얼해 디자인과 내용에 변화를 실었다. 일제강점기 시인 중 일본을 찬양하는 시를 쓰지 않은 몇 안되는 문인인 윤동주의 청춘을 해석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 한 시인의 삶을 다시 살펴보자.「짧다」 김선태 지음 | 천년의시작 펴냄김선태 신작 시집 「짧다」 에 실린 시편들은 제목처럼 짧다. 아홉행 이내의 짤막한 시에 시인의 고향인 남도의 토속적 이야기와 시인의 경험을
9946원.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인 가구 기준으로 오른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액입니다. 부가세나 누진제까지 적용하면 실제 인상폭은 더 큽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여전합니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론과 전력도매가격 조정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전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 얘기만 나오면 한전 직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왜일까요.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이해할 만한 (한국전력공사의) 자구책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거진 지난해 6월 추경호 경제부총
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만나지 못했던 가족·친지들이 3년 만에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세배도 하게 됐다. 일상 회복에 따라 귀성·귀경객은 물론 여행객이 동시에 몰리며 설 연휴 기간 교통 혼잡이 상당할 전망이다.명절이면 흔히 ‘민심의 용광로’가 열린다고들 한다. 차례와 밥상머리에서 으레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것이 여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이미 지난해 추석 때부터 그런 흐름이 있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모여도 과거보다 정치 이야기를 덜 한다. ‘정치 말
#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벌써부터 후유증을 앓고 있다. 피해보상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의 앱 서비스를 쓰는 소비자의 대다수는 무료 이용자다. 무상으로 서비스를 사용해온 사람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는 물론 여론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택시호출 서비스 앱 ‘카카오T’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카카오T 이용자 중엔 일반 승객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도 있다. 문제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가맹 제도다. 유료 가맹 상품 계약을 맺은 가맹기사와 그렇지 않은 비가
나라가 또다시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나라밖 상황도 어지럽다. 이 때문인지 시대와 대중은 현재의 버팀목이자 미래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순신 같은 리더를 원한다. 더스쿠프가 새 기획으로 ‘통찰·열정·소통의 리더 이순신’을 다시 꺼내든 까닭이다. 이남석 발행인이 직접 펜을 들었다. 2018년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던 「원칙」의 저자 레이 달리오(Ray Dalio). 그는 얼마 전 자신의 두번째 역작 「변화하는 세계질서: The Changing World Order」를 통해 이렇게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