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년은 봄날 같았고, 지나고 나면 모두 지금보다 반짝반짝 빛났을 때였다. 금아琴兒 피천득은 이 시기를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라 했다. “유치원 시절,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참으로 기뻤다.” 박노해 시인은 인간에게 있어 평생 지속되는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소년 소녀 시절’이라고 말한다. 인생 전체를 비추는 가치관과 인생관과 세계관의 틀이 짜이고, 저 광대한 세상을 걸어 나갈 근원의 힘을 기르는 때. 아
「일종의 마음」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펴냄MZ세대와 서정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시인의 시집은 사랑과 그 이후 이별의 시간을 담는다. 출판사는 시인의 시집을 “어쩌면 나에게만 슬픔일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보편적인 매일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시인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애지’로 데뷔했다. 산문집 「조각의 유통기한」으로 에세이가 더 널리 알려진 작가는 ‘시’라는 새로운 언어로 우리를 찾아왔다.「어느 노동자의 모험: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배명은·은림·이서영·구
아침새 아침 뜨거운 가슴으로 열다피 흘리는 바다로 일어선다.한 손에 화산을 들고, 정신의 바다지나온 겨울에 빠져 어정거리는새벽을 불 지른다.불가사의한 어둠의 틈새에서 날아온새들은하늘의 동작을날카로운 발톱으로 날라잠든 내 얼굴에 뿌리고신선한 벌판 반야般若의 가지를 흔든다.붉게 솟아, 하늘에깨지지 않는 거울머릿속에 눈부시게 내려앉는 중량.가지들이 어둠에서 뛰어나와당황해할 때세계의 신음을 묶어가는 작업 소리.묶여가는 항구도시를혁명이 뒤에서 아프게 보고 있다.퍼어렇게 반란하는 상징의 칼날.새로운 시간이마당에 생솔처럼 타고 있다.님아, 보는
#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노인ㆍ영유아ㆍ장애인ㆍ임산부ㆍ한부모 가족 등 에너지취약계층에 냉ㆍ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정부는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기존보다 두배 끌어올린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취약계층의 힘겨울 겨울살이를 돕겠다는 취지다. # 그런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조치를 다시 한번 연장했다. 2021년 11월 이후 일곱번째 연장이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조치의 대상엔 ‘저소득층 연료’인 등유가 빠져 있다. 이거 괜찮은 걸까. 에너지바우처를 두배로 지원받고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
시와 정치문봉선시와 정치는 닮은 점이 많다고?닮은 게 아니라 한 몸이라고?먼저 말만 먹고 산다고?냄새도 피우면 안 된다고?개보다 사람 위하는 일이라고?가장 낮은 곳에서 섬겨야 한다고?가장 높은 곳에서 이상을 가져야 한다고?보편적인 마음을 얻어야지,고루고루 감동을 주어야지.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으로 쓰는 언어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몸으로 비비는 언어몸으로 웃는, 몸으로 우는 언어긍지로 배부르다.수시로 몸을 바꾸어 입는 옷.넣었다 뺐다 조석으로 바꿔입는 사람 맘붙들어 맨 뒤엔 광대짓을 해야 한다.정치에 등불을 거는 직업을 천형으로 알고 쓴다
나름대로 음악교육을 받은 ‘인텔리’이자 연장자이기도 한 콜름이 ‘동네 바보형’인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면 콜름의 뜻이 관철되는 게 통상 정상적이다. 한데 파우릭은 의외로 절교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계를 고집한다. 예상치 못한 파우릭의 고집에 멈칫했던 콜름은 한 번만 더 말을 걸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위협한다. 그래도 파우릭이 말을 걸자 정말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인 총공세를 펼친다.파우릭은 콜름의 난폭한 공세에 난폭하게 대응하지도 않는다. 격렬하게 그 부당함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무표정하게 눈만 껌뻑거릴 뿐이다. 그
# 5G 주파수는 28㎓, 3.5㎓ 두개다. 둘 중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담보하는 주파수는 28㎓인데, 사실상 ‘가동 중지’ 상태다. 그럼 3.5㎓ 주파수는 어떨까. 이 역시 금세 깨질 봄꿈처럼 기대할 게 없다. 무엇보다 3.5㎓ 기지국을 충분히 구축할 공간이 부족하다. 설사 전국 구석구석에 3.5㎓ 기지국을 만들더라도 ‘20배 빠른 속도’는 불가능하다. 3.5㎓의 최대 속도가 LTE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어서다. # 두 이야기는 우리가 단독 입수한 ‘5G 3.5㎓ 기지국 설치맵’을 분석한 결과다. 28㎓든 3.5㎓든 지
잠깐 르네상스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 거장들의 조각 작품 중엔 신적인 표현력을 뽐낸 게 많았다. 포도밭에서 발견된 ‘라오콘’, 성모 마리아와 그의 아들 예수를 작품으로 승화한 ‘피에타’를 보면 조각 작품 특유의 품격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조각 작가 중엔 자부심이 큰 이들이 제법 많다. 문제는 이런 웅장한 조각 작품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아트 트렌드가 회화 작품 중심이어서다. 고층 건물의 경우, 법적으로 조형 작품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조각 작품을
한국출판학회는 2023년 6월 12일에 한빛출판네트워크 A동 2층 강의실에서 제24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AI 기술 발전과 출판서비스의 현황과 전망"이었다.행사는 한국출판학회 회장인 김선남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으며, AI 기술이 출판제작 환경에 미치는 변화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등장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 GPT가 출판환경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아마추어라도 전문가 수준의 작가가 될 수 있고, 이용자 맞춤
망 사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 간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망 사용료는 쉽게 말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CP)가 트래픽(데이터)만큼 통신사에 내는 요금이다. 통신사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그만큼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 기업은 이중 과금이란 이유를 들면서 납부를 반대하고 있다.잠잠해진 듯했던 망 사용료 논란이 재점화한 건 최근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지난 3월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그렉 피
시인 최승호가 최근 어른을 위한 우화 『마지막 눈사람』을 출간하였다. 최승호는 이 책을 “우리 은하계의 한구석에 있는 어느 별의 죽음에 관한 짧은 이야기”라고 소개하였다.『마지막 눈사람』은 고통, 우울, 불안, 고독, 절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자들은 끊임없이 엄습해오는 고통과 좌절을 고독으로 버텨내는 눈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들이 담긴 가슴 속의 공허함, 비애, 우울, 불안, 고독, 그리움 등을 솔직하게 직시하면서, 어떤 거짓된 위로도 거부하고, 고독을 직시하는 법을 알려준다.류신 중앙대
2023년에도 신춘문예 결과가 나왔다.. 뉴스페이퍼는 [클릭]을 통해 신춘문예를 정리했다.서울에 회사가 위치한 언론사인 경향 동아 문화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는 여성 31명 남성 12명으로 여성 72.1% 남성 27.9 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중 20대 30대가 각각 32.6%와 32.6%로 총 65%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방지에서 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17.7%와 12.7%로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나이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31.6%나 되었다. 최고령 등단자는 부산
지난 22일, 전북작가회의가 이광웅 시인의 30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날 추모식은 군산 이광웅시비 앞에서 김자연 회장의 헌화로 시작되었다.김자연 회장은 “이광웅 시인은 정치권력과의 충돌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온몸으로 겪은 부당한 역사를 문화의 언어로 담아낸 전북의 자랑스러운 문학 자산이다”라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반드시 기억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며 헌화했다.이광웅 시인은 1940년 전북 익산시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원광대학교 국문학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해 1971년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지난 25일 한국출판학회는 제24대 회장으로 김선남 원광대 교수가 선임했다. 김선남 교수는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언론학부 교수로,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한국출판학연구” 편집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과 행정대학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한국지역언론학회장 등을 역임했다.이날 김선남 신임 회장은 “저를 한국출판학회 신임 회장으로 임명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를 믿어주신 회원 여러분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의 말도 전했다. 또한 “한국
로이스 파티뇨(Lois Patiño)는 아마도 풍경을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예술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운 풍광이 있고, 빛이 있고, 바다와 바람이 있고, 광활한 땅이 있다. 인간 중심의 시선이 아닌 자연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펼쳐진다.8월 18일~8월 26일까지 개최된 제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2022)에서는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전작품이 ‘작가특별전’으로 초청상영되었다. 그의 단편영화 은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영화제(독일), 클레
아라리는 엄마다. 그 배속에서 나온 나는 광대다.[알립니다]「정치호의 얼굴」은 독자와 함께 합니다. 촬영을 희망하시는 독자께선 간단한 사연과 함께 연락처를 chan4877@thescoop.co.kr(더스쿠프)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정치호 작가 사진보기 | portraits.kr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친 지 오래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으니, 집값은 여기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 무주택자無住宅者의 한숨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울을 떠날 수 없다면, 결국 전세나 월세를 알아봐야 하는데, 이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다. 6ㆍ1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서울시장 후보들은 어떤 주택공급정책을 갖고 있을까. 무주택자는 누구의 정책에 표를 던질까.6ㆍ1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ㆍ선’이 아니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열리는 선거라는 점에서 6ㆍ1 지방선거의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초기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1~2층 높이의 낮은 상점들. 여럿이 걸어도 불쾌하지 않게 어깨가 스치는 정도의 간격. 이런 곳이라면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몇시간이고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슬로 쇼핑(slow shopping)의 요건이다. 김영호의 핫스팟 ‘스트리트형 매장’ 그 두번째는 슬로 쇼핑의 진수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다.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산타모니카(Santa Monica)는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연간 800만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5.6㎞에 이르는 너른 해
현대조선문학선집을 중심으로 북한이 한국의 근대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월 27일(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예술가의 집' 다목적실에서 열린 '남북의 문학적 통합과 정전' 심포지움이 유튜브 채널 '문학광장'에서 실시간 중계됐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평화통합문화회의가 주관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북한에서 1987년부터 현재까지도 꾸준히 기획하는 방대한 양의 문학선집을 대상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2011년까지 간행된 해
1750년대 남미 대륙은 유럽의 세력 균형이 요동치면서 혼란에 빠진다. 남미 대륙 전체의 패권을 장악해왔던 스페인에 신흥세력 포르투갈이 도전한다. 스페인은 포르투갈과 일전을 불사해 기존 패권을 고수하기보단 포르투갈과의 ‘거래’를 택하고 ‘마드리드 조약’을 체결한다. 이로부터 현재 브라질의 광대한 영토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확정된다. 문제는 브라질의 접경 지역에 살고 있던 과라니족에 대한 처분이다. 스페인의 제수이트 교단이 천신만고 끝에 교화하고 개척한 ‘과라니 공동체 지역’을 포르투갈이 요구하면서 그 지역에서 과라니족들을 쫓아내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