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주최하는 「2022년 한국문학번역상」의 웹툰 부문 신인상의 수상자가 알려지며 언론이 들썩였다. 한국문학번역상(이하 번역상)은 번역원 측이 지정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그 수준을 평가한다.이러한 번역상의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일본 오카야마현의 평범한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松末ゆきこ) 씨였다. 하지만 정말로 논란이 된 부분은, 그녀가 AI번역기 ‘파파고’를 통해 구아진 작가의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번역하고 수상했기
정치는 협상의 장이다. 여야가 충돌하고 타협하면서 나랏일을 처리하는 게 바로 정치다. 그래서 정치인은 똑똑해야 한다. 때론 전략적으로 거래를 할 줄 알아야 하며, 때론 비수를 꽂을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둔해 보인다. 전략이 없으니 협치가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걸까.이순신이 차고 다니던 화살통은 그의 활솜씨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다. 용과 봉이 조각된 것으로 그에겐 보물과 다름없었다. 골동품을 좋아했던 당시 우의정 유전柳塡은 활터에서 우연히 순신의 활 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1~2층 높이의 낮은 상점들. 여럿이 걸어도 불쾌하지 않게 어깨가 스치는 정도의 간격. 이런 곳이라면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몇시간이고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슬로 쇼핑(slow shopping)의 요건이다. 김영호의 핫스팟 ‘스트리트형 매장’ 그 두번째는 슬로 쇼핑의 진수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다.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산타모니카(Santa Monica)는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연간 800만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5.6㎞에 이르는 너른 해
1980년대 종로는 핫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차례로 문을 열었고, 밤늦도록 상가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종로는 딴판이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종각역부터 KFC 1호점이 있던 그 거리를 걸어보며 종로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한국경제의 어두운 자화상이 오버랩됐다.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각지하쇼핑센터 12번 출구 앞에 섰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종로의 터줏대감
지난 13일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국내 출판문화 발전과 출판학 연구에 크게 공헌한 출판사, 단체, 인사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제42회 한국 출판학회상의 시상식을 열었다. 부문의 수상자는『인쇄‧출판의 문화사적 연구(완판본)』(역락, 2021)을 저술한 전북대학교 이태영 명예교수다.한국 출판학회는 이태영 교수의 저서 『인쇄‧출판의 문화사적 연구』에 대하여 “전라북도의 인쇄·출판의 문화사를 지역학점 관점으로 체계화하였으며, 서울 , 경기, 대구지역에 이어 전북의 숨겨진 인쇄 및 출판문화를 세상에 알린 점에서 보았을 때,
코로나19로 한국 자영업자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도 속수무책입니다. 이런 자영업자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은 곳이 바로 중고거래의 메카인 황학동 중고거리입니다. 폐업 가게가 늘어서인지 이곳엔 ‘새것 같은 중고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중고시장에서 알짜로 불리는 매물마저 팔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휑한 황학동 중고거리를 가봤습니다.서울 중구 신당역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뒤편으로 몇걸음만 옮기면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냉장고부터 대형 라디에이터, 스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은 1986년 여덟 편으로 구성된 서사시 「스나크 사냥」을 발표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 항해를 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환상의 동물 스나크(snark)를 잡는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서사시에서 스나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지만 다수의 인물이 의인화한다. 각자가 품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스나크란 존재로 발현되는 거다.갤러리2가 다섯명의 작가와 함께 각자가 마주하는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종의 작품이 출발하는 지점은 서사시에 등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호랑이일 것이다. 호랑이는 신통력 있는 영물靈物이자, 해학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하고 있다. 단군신화에 곰과 함께 등장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땐 마스코트 ‘호돌이’로 우리 민족을 대변했다. 그런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통유물·회화·현대영상·설치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열린다.코리아나미술관·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호랑이 관련 소장품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열리는 ‘호랑이는 살아있다’ 전시는 크게 전통 섹션과 현대 섹션으로 나뉜다.
코로나19가 유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프레임이 파괴되고 온라인과 배송 중심의 ‘뉴노멀’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 트렌드는 오프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존 문제와도 결부되는 중요한 변화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정말 ‘종언’을 고하고 있는 걸까.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주연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배우 생명이 끝나는 게 아니듯 오프라인에도 ‘명품 조연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가야 할 오프라인의 길을 취재했다. 김영호 대표가 제언했다. 글로벌 유통이 빠르게 변화
동묘 앞 시장은 이제 패션피플을 자부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명소가 됐다. 노인들이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던 그때 그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현대화한 것도 아니다. 좁은 길엔 여전히 저렴한 구제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골동품과 잡동사니들도 먼지를 품고 뒤섞여있다. 몇십년째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가게들은 세월을 탐하고, 그곳 골목길은 황학동으로 안내한다. 그 사이 낡은 동묘 앞 시장엔 활력이 감돈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고서연구회가 7월 28일 오후 1시 인사동 백상빌딩 화봉 갤러리에서 “소장도서의 공익적 활용 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고서연구회는 1982년 서지학자 안춘근을 초대 회장으로 창립되었으며, 고서의 발굴과 연구를 수행해왔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고서연구회 이유인 회장은 “청계전편 고서점과 대구, 전주 등지의 고서점 거리가 거의 없어지고 고서가 골동품점의 일개 상품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며 “‘종이책’ 관련 분야인 인쇄 출판 서점 도서관이,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
[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지난 10월 23일부터 종로구 삼봉로 시그나타워에서 진행 중인 “시로 읽는 한국의 역사 100년 가족과 고향展”에서 25일 “한국예술가 한마당 축제, 한국예술상 시상식”을 오후 4시에 개최했다. 이날 진행된 “한국예술가 한마당 축제, 한국예술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시학 이지엽 주간이 앞으로 나와 시상식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지엽 주간은 “2007년 계간 ‘열린시학’이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여 시인과 미술가 1,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화전을 개최하고 이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1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12일 오전 10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이번 문학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는 심포지엄과 공연예술, 영화상영, 시 낭송 등이 진행되는 '문학의 밤'을 본행사로 하며, 본행사 이외에도 시그림전, 학술회의 등의 부대행사가 예정되어 있다.12일 오전 10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심포지움은 "해방과 분단, 경계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문학평론가
자연의 순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봄이 왔다. 꽁꽁 얼어붙었던 만물이 하나둘씩 얼굴을 드러내며 생기를 느끼는 계절이다. 이정은 작가는 과일이나 작은 오브제를 화폭에 담아 일상생활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며느리이며 아이의 어머니로서 평범하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의 평범한 삶처럼 작가로도 거창한 소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대거 들어서고 있는데다 전통상점에서는 국적 불명의 공예품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반면 중국의 전통거리 류리창은 여전히 고색창연한 자태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사동이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류리창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어떤 관광지를 갈 것인가’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고민되는 부
체급이 사라진 지 오래다. 힘이 있든 없든 자본이 크든 작든 ‘작은 시장’을 두고 전투를 벌인다. 한국 시장의 슬픈 현주소다. 약자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강자는 기득권을 거머쥔다. 우리의 전통시장, 동네 슈퍼마켓, 지하철역 상권은 그렇게 명맥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이 살길, 어디서 찾아야 할까. 세계 도시엔 벤치마킹할 게 있을까.“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
상품은 비슷비슷하다. 얼마를 부르든지 가격을 깎으면 깎인다. 제값을 주면 속는 것 같다. 특별한 문화나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다. 운영은 상인 중심이다. 바로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모습이다. 반면 영국 런던의 벼룩시장은 다르다.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정체성이 확실하며, 운영은 고객 중심이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어떤 시장을 가겠는가.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 상권
인사동의 길은 상당히 한국적이다. 직선형으로 만든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길을 둥그렇게 만들어 멋이 넘친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쇼핑이나 문화에 심취하기 어렵다. 인사동에도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더 끌고 싶다면 말이다. 어느 도시를 가든 자신들의 빛나는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가 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세계 각국은 벼룩시장을 최대한 활용한다. 시장별로 특색 있는 테마를 정하고 관련 즐길거리를 마련한다. 쇼핑 품목을 다양하게 만들어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구매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 홍대 주변에서 전개되는 ‘프리마켓(Free market)’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무더운 여름이 조금씩 우리 곁을 지나가는 듯하다. 지난여름 휴가를
북방 오랑캐는 조선과 중국의 우환거리였다. 이들이 침범하면 마을을 분탕질하고 부녀와 재물을 약탈하여 북방에 편안한 날이 별로 없었다. 당시 함경북병사 김우서金禹瑞, 온성穩城부사 신립申砬, 경원慶源부사 김수金燧, 부령富寧부사 김의현金義賢 등은 다 조정에서 선발한 명장이라고 하는 인물들이었지만 이들을 섬멸하지 못했다. 이순신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수없이 많다. 어느날, 전라좌수사 성박成鑮은 발포진 객사에 늙은 오동나무 한그루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거문고 재료로 사용하고자 군관을 보내 베어 오라고 명했다. 성박은 음률에 취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