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
전쟁은 누군가 ‘미사일 스위치’를 눌러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벌과 풀이 사라지는 시대.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 시대. 그리고 그 모든 멸종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불안해진 식량 수급에 그간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사라지고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스로 불러온 전쟁이다.코로나19가 휩쓴 시대에 ‘인류의 절멸’을 다룬 두편의 소설을 다시 펼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이 멸망하기 전에 앞서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1975년~)의 디스토피아 소설 「
도시는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거주지가 됐다. 이는 도시 생활을 형성하는 동력이 세계 전체를 움직일 수도 있단 뜻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가 심각한 사회 분열, 불평등, 전염병, 기후변화 등 난제를 풀 수 있는 답을 도시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도시는 줄곧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우리의 운명을 되레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규모는 커지는데 거주민은 빈곤해지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가상 공간은 사람들을 점차 단절시킨다. 여기에 각종 유행병과 기후위기까지 도시를 위협한다. 「번영하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김준녕 지음 | 고블 펴냄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부터 인간과 인간의 섬세한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SF의 모양이라면 어떨까.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가 김준녕의 첫 SF 소설집이 나왔다. SF 장르는 유지하면서 각 단편마다 완급을 조절했다. 김준녕 작가는 여러 스타일의 단편 소설로 인간의 운명을 깊이 파고들다가도 시선을 돌려 인간 문명 이후의 세계까지 바라본다.「밤은 내가 가질게」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안보윤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이
# 우리나라 출산율이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육아용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아이를 위한 투자와 놀이 문화 지출은 되레 늘고 있다는 거다. # 키즈산업이 블루오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브랜드와 자본이 시장에 몰려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크지도 않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유아용 세탁세제’로 조용히 입지를 다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저자극ㆍ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베베버블’이다. # 더스쿠프 소셜기록
농업은 기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그만큼 이상 기온이나 자연재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금 세계 각국의 농업은 역대급 기상이변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곧바로 세계 식량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식량 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와 우리를 위협한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마지노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지구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말한다. 더 강력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칠 거
[유럽조세관측소의 의문]억만장자의 세금은 합당한가 “세계 각국이 억만장자들에게 2%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연간 2500억 달러(약 338조원)의 추가 재정 수입이 발생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한 유럽조세관측소(EU Tax Observatory)의 연구 분석 결과다. 유럽조세관측소는 프랑스 파리경제학교(PSE)에 본부를 둔 조세연구소다. 유럽조세관측소는 전세계 억만장자 2700명이 소유한 재산을 13조 달러(약 1경7583조원)로 추정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억만장자는 개인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사람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8일째 이어가면서 한국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확률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올해 1.3% 미만, 내년 1.9% 미만을 기록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해온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현실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정확한 진단 없이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 내년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한은은 경제전망에
# ‘尹 정부 에너지 플랜 괜찮나’ 1편에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적인 RE100 추세에 발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를 줄이고 원전만 키우고 있어서다. # 물론 정부가 대안 없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한국형 CF100’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24시간 7일 내내 실시간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을 의미하는 CF100은 RE100과 달리 재생에너지 외에 원전도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형 CF100’은 ‘원전 에너지를 사용한 무탄
#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중요한 건 이제 RE100을 충족하지 않으면 무역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RE100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원전으로 RE100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인 ‘한국형 CF100’로 시장을 돌려놓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꿨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 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들이 한경협 회원으로 승계돼 한경연에 가입하게 됐다.[※참고: 한경협 명칭은 정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9월 이후 공식 사용한다.]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전경련이 청와대 요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원사들이 거액 출연금을 내는 데
“여름철 온열질환, 물, 그늘, 휴식만 지키면 된다.” 고용노동부가 여름철만 되면 강조하는 슬로건이다. 실제로 물, 그늘, 휴식은 여름철 실내외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자, 가장 좋은 온열질환 예방책이다. 그런데도 매년 폭염 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허술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법안만 쏟아낸 채 처리할 의지는 없는 국회의 ‘나쁜 컬래버’다. “지구 온난화 시대가 지나가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7월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
통계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과 경제활동이 담겨 있다. 여러 개념과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는 정책 담당자와 정치권의 몫이다. 각종 경제지표와 사회지표가 전하는 의미를 제대로 읽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정책이 신뢰를 얻고, 정부와 정당 등 정치집단의 실력도 인정받는다. 매달 나오는 통계이지만, 9일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했다. 올해 들어 월 30만~40만명을 유지하던 것이 7월에 21
[디지털의 덫 ‘독과점’]빅테크, M&A에 열 올리는 까닭 디지털 산업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두고 전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 산업이 워낙 독과점에 취약해서다. 해당 시장을 독점한 플랫폼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경쟁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는 탓에 시장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인지 디지털 산업 내에선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구글ㆍ애플ㆍ메타ㆍ아마존 등 4대 빅테크 기업의 2021년 업종별 M&A 비중을 분석한 결과,
「생물다양성 경영」최남수 지음|새빛 펴냄‘생물다양성’이란 동물‧식물 등 생명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생물다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분별한 개발, 벌채와 남획 등으로 자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금 ESG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문제가 다음 이슈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책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경영에 반영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지음|문학동네 펴냄 ‘구술생애사’. 동시대를 사는 타인의 이야
2022년 여름 비가 그렇게나 많이 쏟아지던 때. 우린 기후위기로 일상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반지하에 수해방지시설을 설치하는 일들이 진행됐지만, 진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더스쿠프 같이탐구생활 ‘붉은점’, 이번엔 ‘기후소송’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기후소송. 우리에게 더 이상 생소한 말은 아닙니다. 2020년 3월 기후위기 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헌법재판소에 기후 관련 헌법소원(이하 기후소송)을 제기한 이
지구온난화가 야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홈런 수가 1.96% 증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홈런 중 1%는 기온이 상승한 덕분에 홈런으로 기록됐다고 합니다.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엔 기후변화가 전체 홈런의 10%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온난화가 야구의 흐름까지 바꿔 놓은 셈입니다. 웃픈 결과입니다. 이윤주·조창원 눙눙이 친구들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
「얼굴 없는 중개자들」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알키 펴냄 2000~2011년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3곳의 순이익은 총 763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기업 애플이나 코카콜라의 누적 이익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 책은 원자재 중개 업체와 중개자들의 세계를 다뤘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석유와 석탄을 거래해 큰돈을 벌고, 독재와 아동 착취로 만들어낸 면화와 원두를 거래하는 이들의 실상을 밝힌다. 우리 삶을 진짜로 조종하는 ‘얼굴 없는 이들’의 이야기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박상영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전작 소설
[아디다스 중국서 휘청이는 이유]중국 MZ ‘애국심’ 사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2020년 19.0%에서 2024년 1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스포츠 브랜드 ‘리닝’과 ‘안타스포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5.0%에서 22.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자국 브랜드들이 약진하는 모양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와 ‘플로
전 세계가 미중 관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숱한 쟁점을 두고 충돌하며 각국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중 관계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드물다. 경제적·군사적으로 두 나라와 깊게 얽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국의 경쟁 속에 어떻게 대처하고 생존할지 고민스럽다. 각종 보도나 뉴스 사이트엔 연일 미중 관계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친미’와 ‘반미’, ‘친중’과 ‘반중’ 등 상호비방과 공격이 혼재한 가운데 균형 잡힌 지식을 접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중국 관련 정보 또한 편향적이다. 중국 정부가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