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 당연히 아파트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흡연자들은 어찌 된 일인지 아파트 입구, 화단, 분리수거장 근처, 쉼터 가는 길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연구역보다 흡연구역이 훨씬 더 넓어서다. 더스쿠프가 이름값 못하는 금연아파트의 모순을 취재했다.아파트 단지를 드나들 때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밀려온다. 단지 내 갓길이나 분리수거장 근처, 쉼터ㆍ화단 등 여기저기엔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흡연자도 쉽게 볼 수 있다. 비非흡연자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담배 연기와 냄새에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의 한 연립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1987년 준공했다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다.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실과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건물들. 편의점이나 대기업 마켓 대신 금고를 열고 계산해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15개동의 건물에 338세대가 모여 산다는 이곳은 서울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시간을 비껴간 것 같았다.이곳에는 유난히 노인들과 초등학교를 아직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자 노인들은 밖에 나와 빛을 쐬고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없어 단지에는 언제나 볕이
# 기후 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은 ‘친환경 마케팅’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의 이런 활동이 ‘진심’이냐는 거다.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척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은 또 다른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해 그린워싱에 숨은 기업들의 탐욕을 찾아봤다. 視리즈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의 세계」다.더스쿠프 취재진은 2023년
# 동네 엘리베이터 공사가 한창입니다. 동별로 돌아가면서 공사 시기가 정해졌는데 저희 동은 하필 더위가 한창인 7월에 걸렸습니다. 한달 동안은 반강제로 다리 운동을 하게 생겼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올라가야 할 층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10층 넘게 올라 다니는 분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지요. # 계단으로 오가는 일은 그렇게 일상이 됐습니다.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택배 등등 출퇴근이 아니어도 계단을 사용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집에 들어와 씻고 상쾌하게 있다 보면 외출은 가급적 삼가게 됩니다. 요즘처럼 푹푹 찌고 습
# 복싱 경기에선 ‘체급별’로 대결을 한다. 선수 간 체격 차이가 크면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한 건 같은 맥락에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업종을 지정해, 중소기업이 불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거다. # 그런데 제도 시행 11년 차를 맞은 지금 중소기업적합업종 ‘무용론’이 여기저기서 퍼지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란 ‘틀’이 대기업에도, 중소기업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더스쿠프가 중소기업적합업종의 11년을 분석해 봤다. # 가
쾌락을 즐기고 싶지만, 나의 쾌락을 위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나무일 수도, 동물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를 확진자로 만들어버린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비자들의 이런 책임감은 더 견고해졌다. 그렇다고 재미를 포기하고 싶진 않은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은 없을까.코로나19는 의도치 않은 변화들을 불러왔다. 소비시장도 그렇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1.0% 증가하며 19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감염을 최소화하려는 소비자들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
수백만톤(t)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첫걸음은 시민 한명의 분리배출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분리수거할지,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릴지는 오로지 그 시민의 마음에 달려있다. 어떻게 해야 그가 올바른 분리배출을 하게끔 이끌 수 있을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디자인싱킹’ 수업에 참여한 ‘PJ팀’은 쓰레기 수거함 뚜껑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2.7%밖에 되지 않는다.” 2019년 12월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품의 유혹’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포장재 없이 제품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매장이 하나둘 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정부나 기업이 나서서 만든 게 아니다.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책임을 갖고 만든 매장도 있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넘쳐나는 폐기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제로웨이스트 매장 중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지난 6월 경기도 부천시에 문을 연 ‘산제로 상점’은 엄마들이 만든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영국 시인은 전남 신안 어의도에서 태어나 2018년 예편하기까지 35년 동안 공군에 근무하며 기상예보관으로 일했다. 2004년 13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회 오월문학상과 2010년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는 한국작가회의 회원과 죽란시사회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시인: 저는 2004년에 제13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 이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때 군인 신분이었는데 군인 신분으로 전태일 정신을 시로 쓴다는 것은 좀 뜻밖이기도 하고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이기도 했습니
스마트폰에 단어 하나만 입력하면 갖은 정보가 줄줄이 쏟아진다.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고, 굳이 메모를 할 이유도 없다. 이제 외우는 것보다 잘 찾는 게 미덕이 된 시대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골목을 외롭게 만든다. 골목에 붙은 광고나 전단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도, 그 속에서 공존하는 나무와 꽃에 신경 쓰는 이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 당연히 거기에 누가 사는지, 누가 오가는지도 관심 밖 일이 돼버렸다. ‘세상의 모든 걸 궁금해하는 어린아이처럼 골목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어떨까’ ‘그럼 우리네 마을이 좀 더 아름다
담배꽁초에선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필터 때문이다. 하수구로 들어간 담배꽁초가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분해되면서 바다에 유입되는 양이 하루 0.7톤(t)에 이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담배꽁초를 제대로 버리면 된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 수업에서 만난 ‘꿈부기팀’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거리로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담배꽁초 문제를 다룬 이유가 궁금합니다.권효정 학생(이하 권효정) : “처음엔 심곡동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무단투기 문제를 다뤄보려고 했어요. 동대표와 지역
늦은 밤 주문한 식재료가 다음날 새벽이면 문 앞에 놓이는 세상. 신선식품 배송 수요가 늘어날수록 아이스팩 사용량도 증가했다. 지자체들은 직접 사용한 아이스팩을 수거했지만 거둔 아이스팩의 사용처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가톨릭대 하승민·김지윤 학생이 경기도 부천시에 쌓인 처치 곤란 아이스팩의 재활용을 위해 나선 이유다. 이들은 발로 뛰며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모은 끝에 시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이스팩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냈다. 더스쿠프(The SCOOP) 소셜기록제작소가 두 학생의 아이스팩 부활기를 기록했다. 환경보호를 향한 관심이 어
‘ESG(EnvironmentㆍSocialㆍGovernance)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는 거다. 하지만 정작 환경보호의 기본이자 첫걸음인 ‘재활용’에 신경 쓰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재활용도 제대로 못하는 기업이 친환경 경영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풀어낼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나아지지 않는 재활용 현실과 기업의 책임을 들여다본 이유다. 직장인 김현웅(45)씨는 집에서 ‘쓰레기 담당’이다. 그에게 매주 하루는 ‘재활
가톨릭대 ‘사회혁신융복합전공 교과목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의 두드림팀은 부천시 원미동에 계신 독거노인의 놀거리를 고민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놀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르신의 우울감이 생각보다 깊은 데다 자존감까지 낮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두드림팀의 안별·이주현 학생은 그래서 ‘특별한 수업’을 준비했다. 그 첫 수업은 ‘나만의 이름표 만들기’였다.✚ 주제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고 들었어요.안별 학생(이하 안별) : “처음 주제는 외국인의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였어요. 분리수거 경험이 없는 외국인이
갈등관계에 있는 직장 상사가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업무 도중 청소기를 돌리라고 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경쟁사에 채용공고 났던데’라면서 은근히 퇴사를 종용했다면 어떨까. 항의하거나 따져 묻기는 애매하고 그대로 따르자니 속은 까맣게 탈지 모른다. 최근 이런 방식의 ‘교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비물리적 괴롭힘이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2019년)되면서 폭언, 막말, 폭행, 성희롱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쩍 높아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중요한 성과다. 그렇다고 직장 내
생수병에 붙은 라벨을 떼어낸 ‘무라벨’ 생수가 세상에 처음 나온 건 2018년이다. 당시 일본 아사히음료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자사 생수에서 라벨을 떼어냈다. 이른바 ‘라벨리스(labeless) 생수’였다. 라벨에 사용하는 자재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한국 생수시장에 ‘무라벨’ 붐이 일고 있다.가장 먼저 불을 지핀 건 롯데칠성음료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이하 아이시스 에코)’를 출시했다. 라벨을 없애고 생수 관련 의무표시 사항을 뚜껑을 덮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포스트 코로나 기회이자 위기“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디지털ㆍ바이오 분야를 선도하는 주요국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박용만(66)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비대면ㆍ온라인 문화가 보편화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 간 경제 양극화 문제를 우려했다. 경제 역동성이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주요국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박 회장은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낡은 법ㆍ제도를 혁신하고 기업ㆍ산업의 신진대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
페트병 고리에 입이 걸린 돌고래, 페트병 고리에 낀 채로 자라버린 거북이…. 학창 시절 환경 동아리를 만들었던 우태식(30) 에코말리온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무심코 버린 ‘페트병’에 고통 받는 동물이 숱했기 때문이다. 그는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페트병 고리’를 쉽게 떼낼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링컷’이다. 대학교 동아리가 기업이 됐다. 2010년 한신대 학생들이 만든 에코말리온이다.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기대를 현실로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 피그말리온(Pygmalion)의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의 늘봄팀은 부천시 심곡본동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심곡본동처럼 ‘오래된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늘봄팀은 그곳에 ‘공동분리 배출시설’을 설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늘봄팀은 ‘새 전략’을 내보기로 했다. 가톨릭대학교 소셜리빙랩의 ‘늘봄(박효진ㆍ방선혜ㆍ임지수ㆍ차훈ㆍ현수미)’팀은 애초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천 심곡본동의 진짜 문제가 ‘노인 일자리’가 아니라는
층간소음, 주차문제, 층간흡연, 분리수거 등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경험했을 법한 문제들이다. 특히 층간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가톨릭대 스테이케이션팀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주장의 내용은 신선하다. “좋은 시설의 커뮤니티가 있다고 아파트 내 갈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설보다 중요한 건 소통입니다.”✚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는 대학생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은 주제 아닌가요.신주현 학생(이하 신주현) :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느끼진 않았어요. 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