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철수라는 이름에서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교과서 때문일 거다. 관공서가 ‘홍길동’을 예시로 써왔다면 교과서는 오랜 시간 ‘철수’를 예시로 사용했다. 철수는 영희와 함께 시험 시간마다 만나는 단골손님이었다. 철수와 영희가 대화를 나누거나 행동하면, 그 모습을 보고 답을 구하는 식이다.철수는 과목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데, 물리 문제에서 유독 고생할 때가 많다. 문제 속 철수는 고속으로 다가오는 열차 앞에 서거나,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우주선을 탄 채 운석과 충돌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인터넷에는 철수의 처지를 안타까
미국의 2021년 연봉 순위 1~18위는 모두 의사다. 미국 의사들은 전공의를 줄이고, 전문의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연봉을 유지했다. 2010년대 들어 의사보조(PA) 등 대체 직군이 늘어나자 미국 의사들은 전공의 수를 스스로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 의사들이 인력 부족을 주장하면서도 의대 정원 증가에는 반대하는 속내를 알아봤다. 미국의 고임금 직업 1~18위는 의사다(2021년 노동통계국 자료). 미국 심장 전문의 평균 연봉은 35만3970만 달러로 1위, 마취과 전문의가 33만1190달러로 2위다. 18위는 연평균 23만1500달러
요즘 알뜰살뜰 사는 부부들이 참 많다. 먹을 것, 입을 것 줄여가며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열심이다. 그럼에도 가계부가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것까지 줄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30대 자영업자 부부의 ‘눈물겨운 지출 다이어트’ 과정을 도왔다.자영업자의 겨울은 차갑다. 재료비·인건비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불경기인 탓에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는다. 외식업이 특히 그렇다. 한국농수산유통공
[찬바람 부는 실리콘밸리]AI가 열어젖힌 빅테크 ‘해고 시대’미국 실리콘밸리에 찬바람이 분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주요 테크기업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구글이다. 최근 이 회사는 하드웨어 개발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수백명을 해고했다.구글 측은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기회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일부 조직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이다. 구글은 2023년 1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구글 말고도 인력을 감축하는 회사는 여럿이
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광시곡의 밤구름 한 장 담은 백지와 한없는 길을 돌돌 말아 내는 만년필로 방안이 어두웠다 밝아진다. 집과 집 사이 방안 천장까지 비가 뭉쳤다. 뾰족하고 높다란 탑이 없더라도 종을 울려 저녁을 선포할 시간이 왔다. 우는 사람을 잠재우고 웃음을 저만치 멈춰놓는다. 시간의 무늬를 따라 구름이 정확히 회전한다. 대낮의 열기도 가만히 숨죽이고 방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젖은 심장에 낚싯줄 달아 출렁이는 바닥 아래로 내려 보내면, 심해어들이 환멸 깊은 곳에서 죽어가는 자의 가죽을 뚫고 방안 가득 솟아오른다. 갱도를 빠져나온 번쩍이는 그림자의
아침새 아침 뜨거운 가슴으로 열다피 흘리는 바다로 일어선다.한 손에 화산을 들고, 정신의 바다지나온 겨울에 빠져 어정거리는새벽을 불 지른다.불가사의한 어둠의 틈새에서 날아온새들은하늘의 동작을날카로운 발톱으로 날라잠든 내 얼굴에 뿌리고신선한 벌판 반야般若의 가지를 흔든다.붉게 솟아, 하늘에깨지지 않는 거울머릿속에 눈부시게 내려앉는 중량.가지들이 어둠에서 뛰어나와당황해할 때세계의 신음을 묶어가는 작업 소리.묶여가는 항구도시를혁명이 뒤에서 아프게 보고 있다.퍼어렇게 반란하는 상징의 칼날.새로운 시간이마당에 생솔처럼 타고 있다.님아, 보는
ㄴ의 자세서안나의자가 ㄴ으로 자란다흙에 다리를 묻고 싱싱하다군부독재 시절 학생들은 ㄱ으로 각을 잡아야 했다정치군인들은 탱크를 ㄱ으로 몰아 정권을 탈취했다ㄱ으로 허리를 곧게 펴야 바른 정신이 깃든다는공화국의 표어엔 감정이 없다사람의 목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밖을 떠도는 문장이었다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운동장을 고르고 잔디밭 풀을 뽑고 돌을 치우고 폐휴지를 모았다교련 시간에는 교련복을 입고 제식훈련을 했다압박붕대와 삼각건 묶는 법을 배웠다 교련 선생 앞을 지날 때는 손에 날을 세워 ㄱ으로 경례했다교련 선생의 군복에는 퇴역 장교의 계급장
#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몸집이 한결 가벼워질 듯하다. 쿠팡이 기세에 눌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를 털어내고,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쪼그라든 웨이브에서 한발 빼는 데 성공한다면, SK스퀘어로선 ‘추가 투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SK스퀘어의 플랫폼 포트폴리오엔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있다. 최근 프리IPO에 성공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다.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이후에도 원스토어가 제 길을 찾지 못한다면 SK스퀘어의 고민은 깊어질
기계 인간, 인간 기계 이은기계와 씨름하고 난 후 돌아오는 새벽, 교차로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을 때 눈물이 흘러내린 후 태양의 아름다움을 가둘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턴가 기계의 운율을 따라가자니 심장이 한 박자 더 뛰어야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천천히 기계를 설득하기가 너무 어렵다 기계 앞에서 서성이며 숨을 고르고 기계와 동맹을 맺어볼까 하다가한 박자 놓치고 난 쌓이는 상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기계실 유리창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본다 나는 지금 내가 반복해서 하는 일을 모른다 신도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겠지 기계 인간
제리 룬드가드는 청부업자들에게 “아내 ‘진’을 납치해서 몸값으로 8만불을 요구해 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한다. 장인에게 몸값 8만불을 받아서 그들에게 수임료 4만불 주고 자신이 4만불 갖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제리 룬드가드는 왜 이러는 걸까.청부업자들도 자기 아내를 납치해 달라는 기상천외한 의뢰가 황당해서 그래야 하는 이유를 물어본다. 제리도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청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듯 생각을 가다듬는 것 같더니 이내 ‘내가 당신들한테 그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느냐’고 버럭한다.아마도 돈 4만불을 마련하
김천역한다혜은어 떼 팔딱거린정겨운 감천강에계림사 전설같이호터를 다스리고꿈속의 이수원 고향뱃노래에 잠든다손에 든 방아깨비내달린 김천역에소금배 따라오던걸쭉한 천리 소식지금의 김천구미역풍문마저 낯설다ㅡ『시조가 그린 풍경』(국제PEN한국본부, 2023) 대구의 한다혜 시조시인이 김천의 역사와 김천역에 대해 이렇게 잘 아는 게 신기하다. 김천은 예로부터 ‘삼산이수의 도시’로 불렸는데 삼산은 황악산ㆍ금오산ㆍ대덕산이며, 이수는 감천(甘川)과 직지천(直指川)을 가리킨다. 예전에는 감천과 직지천에 소금배가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곳
“당신의 하루는 전날 밤, 갤럭시워치6와 함께 시작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8월 출시한 ‘갤럭시워치6’의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이 광고에 업계가 주목한 건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상 말미에 손흥민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그것도 모자라 믹서기에 갈아 주스로 만드는 장면이 나와서다.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스마트워치 업계 1위인 애플의 로고다. 언뜻 봐도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애플을 도발한 셈이다.사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저격하는 광고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엔
가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손님을 위해 켜고, 손님이 나가면 끈다. 영세상인들의 땀방울을 식혀주는 건 낡은 선풍기 한대뿐이다. 그러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는 에너지 고요금 시대를 지나고 있어서다. 폭염에 더 뜨겁게 메말라가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더스쿠프 視리즈 ‘우림시장 겨울 그리고 여름’ 두번째 편이다. 치솟는 식자재 가격에 하루하루 한숨이 늘어가는 영세상인들. 가뜩이나 무거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또 있다. 바로 에너지요금이다.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연일 밤낮 가리지 않고 공격하지만
8월 2일,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Zakaria Mohammad)가 세상을 떠났다. 심장 마비로 별세한 그는 향년 73세였다.무함마드는 1950년 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에서 태어나 이라크 바그다드대학 아랍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의 귀국 날짜가 이틀 늦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점령군은 국경을 닫아 버렸다. 그로 인해 그는 25년간 난민으로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등을 떠돌다가 1993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고향의 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되었다.그의 시집은 첫 시집인 『마지막 시들』(1981)부터 『쥐방울덩굴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후속작, 『헌신자』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동조자』는 베트남전 직후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으로 통해 풍자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그려내었다. 이 책은 HBO 드라마로 제작되며 2024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반면에 후속작 『헌신자』는 미국 침략 전, 1858년부터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식민주의의 그늘을 담고 있다.번역은 김희용,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자가 맡았다. 김희용은 현재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군 회사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다. 6월 들어 숨 고르기에 돌입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또다시 고점을 찍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를 향한 투자 열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가 불과 몇달 새 글로벌 증시의 주역에 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수익률 267% 기록했습니다” “만세를 부르고 싶네요” “지난해에 팔았는데 후회막심입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제는 무섭기까지 합니다”.여기 환호와 성찰, 흥분과 공포가 뒤섞인 현장이
# 아카데미 시상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 아이언맨2, 히어애프터, 인셉션…. 타이틀만 봐도 알 법한 다섯편의 영화는 세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2011년) 시각효과상 후보작이다. 둘, 당시로선 혁신에 가까웠던 3D 기술을 사용했다.마지막 공통점은 다소 흥미롭다. 다섯편의 영화를 한데 묶은 셋째 키워드는 ‘엔비디아(Nvidia)’다. 이들 후보작은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화려한 3D 기술을 구현해 냈다. 그래, 엔비디아는 이미 10여년 전에도 알찬 회사였다. # the Ne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44)/ 첫사랑에 대한 기억–김진환의 「생머리를 찰랑이는 여자」 생머리를 찰랑이는 여자 김진환혼잡한 전철에서머리를 비껴 흔들며생머리를 찰랑이는 여자나풀대는 긴 머리카락이내 얼굴을 사르르 훑고 갔다생명부지 여자의 급작스런 한 방익숙하게 풍겨오는 샴푸 향기 한 줌무심한 듯 별일 아니라는 듯시선을 돌리고 말았다지워진 기억이 한 풀 두 풀 얼굴을 훑고 갔다가지런히 빗어 내린 긴 생머리마음이 크게 찰랑거릴 만큼공기처럼 훑고 갔던 그녀가 생각났다습관처럼 머리를 흔들어대는그런 여자와의 첫사랑이 떠올랐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