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따져 묻지 않은 채 미래를 지향할 수 있을까. ‘그땐 몰랐다’는 말이면 그게 뭐든 면죄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과거를 따지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말은 가해자들이 즐겨 구사하는 언어다. 자국이든 타국이든 과거를 ‘묻어놓고’ 미래를 보자는 사람들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독일의 법대 교수이자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대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는 10대 소년과 30대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1958년 서독 노이슈타트. 비 오는 어느 날
이혼이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만큼 이혼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혼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이혼은 큰 충격과 함께 스트레스를 준다. 이 때문에 이혼의 이유를 자녀에게 설명하는 것도 부모의 의무일지 모른다. 이번엔 위기의 가정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이혼 스트레스’를 살펴봤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이혼’을 금기시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결혼처럼 이혼도 더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란 인식이 확산했다. 그 과정이 여전히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인생의 큰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것을 잊는다. 기억은 불안정하고 우리는 이 불안한 기억을 취사 선택한다. 하지만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응시하는 자만이 용서를 바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생체실험을 진행한 규슈대학 의학부가 2015년 그 자료를 전시하기로 결정한 건 함의가 크다.1945년 6월, 미군의 B-29 폭격기 한대가 일본 규슈(九州) 상공에서 격추돼 승무원 12명이 포로로 잡혔다. 미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본 군부는 재판도 없이 미군 8명의 처형
경제학자들은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한다고 국민들의 행복도 항상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도는 어떻게 될까.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은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많은 경제학자가 성장과 행복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지내고,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벤 버냉키도 이 관계에 많은 관심을 보인 학자 중 한명이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으로 일하던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을 방문해 졸업 축사를 했다. 연설의 제목은 ‘행복의 경제학(
〈아는사람〉의 기획자로 알려진 작가 한소리가 오는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을지로의 '자기만의 방'에서 사진전 'paingreen : 녹색 여자들'을 개최한다.〈아는사람〉은 MZ세대 문학 창작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플랫폼으로, 자유로운 투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웹진의 이름은 한소리 작가의 문장 “우리는 그저 누군가의 아는 사람입니다”에서 유래하였다.이번 전시는 한소리 작가의 대표 에세이 '우리끼리도잘살아'의 연장선 상에 위치한다. 에세이에서는 레즈비언 딸
신각이란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때 한강을 지키던 부원수였다. 그는 왜군이 경상ㆍ충청ㆍ경기 3도를 장악하는 동안 조선 장수 중 내륙에서 승리를 얻은 최초의 인물이다. 1592년 5월 16일 양주전투에서였다. 그런데 신각은 승리를 거둔 지 3일 만에 어명을 받은 선전관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어찌 된 일이었을까.용인전투에서 5만 대군이 무너지기 앞서 조선 관군의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한성’의 수성대장 이양원, 한강을 지키던 도원수 김명원, 부원수 신각, 그리고 우의정 유홍 등 네 사람이 얽힌 충격적인 사건이었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제임스 길리건 지음|교양인 펴냄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수십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정치와 죽음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를 살핀 그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온 나라가 살인과 자살로 고통받았다는 거다.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왜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추구하는지’ ‘사람들은 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더티
제31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정지아씨가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2022년 봄호에 게재된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의 단편소설 '말의 온도'이다.지난 14일 서울에서 개최된 심사위원회에서는 예심을 거친 5편의 작품 중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심사위원으로는 구효서 소설가, 이재복 문학평론가(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였으며, 시상금은 3,000만 원이다.수상작 '말의 온도'는 이혼한 딸이 고향으로 돌아와 노쇠한 어머니를 부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직장인 재테크도 위축되고 있다. 다행인 건 금리인상의 반사효과로 ‘짜다(인색하다)’고 여겨졌던 은행 상품의 수익성이 꽤 높아졌다는 점이다. 투자상품과 함께 적절히 운용하면 달콤한 수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30대 부부의 단짠단짠 재테크를 소개한다.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인색하다는 의미의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철저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재테크 방식
주말이면 공연장과 박물관, 놀이동산엔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로 붐빈다. 자녀가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은 건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문화생활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도 자녀를 위해 뮤지컬 공연을 보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문화생활 씀씀이’를 살폈다.자녀 교육비 문제로 시작된 신경전이 이혼 얘기로 번진 양정훈(가명·36)씨와 이희은(가명·37)씨 부부. 두 사람은 평소 경제권을
부모님 세대는 보통 집안의 가장이 경제권을 갖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상황이 바뀌었다. 부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혼자 경제권을 움켜쥐는 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아내가 경제권을 가진 부부에게 조언을 건넸다.양정훈(가명·36)씨와 이희은(가명·37)씨는 이혼을 고민 중인 상담자들이다. 저녁 식사 때의 사소한 말다툼이 이혼 위기로 이어질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다.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여기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사소한 말싸움이 발단이었지만, 근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고 싶은 아내와 이를 과소비로 여기는 남편 사이에 의견 차이가 극심했다. 과연 부부는 금이 간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마이너스인 지출도 흑자로 되돌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위기에 놓인 부부의 이이야기를 들어봤다.부부가 다소 거친 말다툼을 시작한 건 6개월 전부터다. 계기는 사소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양정훈(가명·36)씨가 “반찬이 맛이 없다”고 내뱉었던 말 한마디에
1995년, 미국에서 발행된 잡지 하나가 미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다. 〈Divorce〉라는 잡지다.이 잡지는 이름 그대로 ‘이혼’을 다루는데, 독자들이 보내온 남편의 가정폭력, 아내의 불륜, 직장에서의 간통 등등 다양한 사연들을 변호사 등의 전문인이 답변하는 코너도 있고, 이혼 후의 정신적·심리적 회복을 돕는 칼럼, 이혼 후 재혼에 대한 경험자들의 경험담도 개제된다. 이혼에 대해 관대한 서구답게 이 잡지는 미국을 넘어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등 많은 곳에서 호평을 받으며 2022년 현재까지도 발행되고 있다.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
명절 스트레스의 대명사가 며느리들의 고충으로 대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들 역시 그 고충이 만만치 않다. 여성들의 고충이 주로 부엌에서 벌어진다면, 남성들은 거실에서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이유는 바로 나이 지긋한 부모 세대의 ‘자식 자랑 대결’의 주된 대상이 바로 ‘아들’, 즉 남성이기 때문이다.남자는 재력이나 지위로 사회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는다. 만일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연봉은 얼마인지로, 결혼한 유부남이라면 자식을 낳았는지로, 나이가 좀 들었다면 “니 이름으로 등기 찍어 돌린 집 있느냐?” 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나온다.
많은 며느리에게 있어 ‘시어머니’라는 단어는 스트레스 유발 버튼일 것이다.“가끔 청소하고 갈 테니 현관문 번호 좀 알려달라”라는 골 때리는 요구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조심스럽게 돌려 거절해보지만 “남도 아닌데 뭐가 어때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대참사를 어찌어찌 피한다 해도, 시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오는 건 막을 수가 없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냄새묵은 음식이 가득한 비닐봉지를 현관에 내려놓은 뒤에 이어지는 건 집안살림 평가다.주방과 냉장고를 들쑤셔놓으며 “여기 먼지가 있네”,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니?”
‘민생경제사범’. 금융사기·불법다단계·불법도박·취업사기 등의 범죄를 지칭하는 말이다. 용어에서 추정할 수 있듯, 민생경제사범 탓에 피해를 입는 이들 중 상당수는 서민이다. 민생경제사범을 두고 ‘서민을 울리는 범죄’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주식 리딩방’과 여기에서 파생한 ‘사이버피싱’은 민생경제사범에 가깝다. 더스쿠프가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 두 명의 얘기를 들어봤다. ✚ 주식투자에 뛰어든 시기는 언제인가.정미진(가명·49) :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다. 그 이전에 주식시장이 호황이었
주식 리딩방과 같은 사이버피싱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더디기 만한 수사와 빈약하고 불합리한 규정 탓에 고통을 겪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문제는 그사이 사기꾼들은 버젓이 사기행각을 벌인다는 점이다. 법과 규제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수익을 미끼로 유혹한 후 투자자의 돈을 갈취하는 ‘주식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피해는 리딩방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주식 리딩방을 활용한 레버리지 사기, 최근 유행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 사기 등 다양한 꼼수가 리
“왜 여자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설마 나 여자 좋아하나?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이럴 때 주인공은 충격에 휩싸이며 혼란스러워하고 아니야, 아닐 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던데 나는…… 기뻤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본문 중에서레즈비언 딸과 이혼한 엄마, 바이섹슈얼 둘째딸, 그리고 중성화한 암컷 고양이. 한소리 작가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밝힌다. ‘내가 남의 눈치를 볼 바에야 남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겠다’는 작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는다. 한소리 작가의 이야기가 생
코모두스 황제와 노예검투사 막시무스는 AD 180년 어느날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 한복판에 서서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칼을 뽑아 들고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국 두 사람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어쩌다가’ 두 사람이 그날 그곳에서 그렇게 맞서고 그렇게 죽게 됐을까. 누구 탓일까.대중예술에서 극작가와 감독의 시선은 주인공 편향적이고 선악善惡 대결구도에 맞춰져야 한다. 영웅은 절대선이어야 하고, 빌런은 절대악이어야 한다. 막시무스는 강직하고 사심 없고 당당하다. 반면 코모두스는 무능하고 욕심 많고 사악하기 짝이 없다. 막시무스뿐만
설거지남과 이혼물 웹소설, 세태를 반영한 웹소설웹소설 전문 플랫폼 ‘문피아’가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유행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이혼물이다.이혼물이란, 아내에게 배신당한 주인공이 이혼을 한 후, 행운을 거머쥠과 동시에 자유를 만끽하며 성공을 하는 플롯으로써, 유료연재 베스트 목록에 랭킹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연재 화수가 50회차가 넘지 않았음에도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들이 많다. 크게 히트한 작품의 조회수는 100만에 이를 정도로, 지금 문피아는 ‘이혼물’의 흥행이 크다.대표적으로 ‘왕십리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