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한국작품은 185만부의 작품이 팔렸다. 유명 해외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한 작품도 숱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김혜순 소설가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올라가 있고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하지만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한국문단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다. 표절 사태, 재현의 윤리, 친일문인기념상, 문단 내 성폭력까지 비난의 범주는 폭넓다. 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마치 학벌처럼 데뷔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 누구보다 가깝다. 그만큼 둘 사이엔 아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모두가 이상적인 엄마, 완벽한 자식이 될 순 없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와 엄마가 바라는 모습의 ‘자식’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온전히 사랑의 감정만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러기 어렵다. 서로에 의해 상처 나고 가까운 만큼 몇 배 더 아프기도 하다.미국 작가 15인의 엄마에 관한 앤솔러지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출간됐다. 책의 기획자이자 편집자인 미셸 필게이트를 비롯한 저자들이 차마 엄마에게 말하지
박일문 작가가 지난 16일 죽었다. 자살로 알려졌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작가다. 1992년에 발간된 이 소설은 ‘후일담 문학’으로 분류된다. 그는 민주주의가 이뤄진 1990년대에 자신이 관통해온 운동권 세대의 방황을 그렸던 작가였다.그래서 나에게 박일문 작가의 죽음은 한 세대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글이 발표되고 10여년 뒤 그는 성범죄로 교도소에 갔다. 그가 운동권 성폭력 실명공개의 대표 사례로 뽑혔음을 생각했을 때 그의 삶은 어떤 면에서 ‘클리셰(clich·진부한 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주
자신에 대한 성희롱 의혹을 폭로한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박진성(43)씨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박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박씨는 2015년 9월 말 인터넷으로 시 강습을 하다 알게 된 B(당시 17세)씨에게 이듬해 10월까지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꺼" 등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고 '
명예훼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1전영규 지금부터 불편하고 지겨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게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하지 않는 이야기. 아무리 말을 해도 바뀌지 않기에 언제부턴가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이야기. 아무리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만큼 지겨워진 이야기. 올해 초에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설문조사로 모든 이들을 경악하
1999년 경상북도에서 태어난 차도하 시인은 2017년 제25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문학에 두각을 보였다. 이후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전공 재학 중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선작인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용기” 등의 호평을 받았다. 등단 이후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연관된 출판사의 신춘문예 당선 시집 수록을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작가를 안 들여 보내면 누구를 들여보낼거야“작가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2023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식에 울렸다. 오정희 소설가가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항의 방문을 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경호원들과 몸싸움 끝에 바닥에 쓰러졌다. 격렬한 저항을 하는 예술가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의 이름을 외치며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날아들어오는 손발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였다. ‘아르코
시중은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을 얼마나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자장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횡령은 기본이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2월 2.82%였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
「시장으로 간 성폭력」김보화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성폭력 감형 패키지를 팝니다.” 반성문 2부, 탄원서 2부, 근절서약서 1부, 심리교육수료증(3일),상담사의견서(3일), 소감문…. 이른바 감형 컨설팅 업체가 만든 55만원짜리 감형 패키지다. 이 상품은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법정에서 성범죄자의 감형 사유로 활용된다. 성범죄자를 지원하는 게 하나의 산업이 됐다는 거다. 이 책은 성범죄자가 감형을 ‘구매’하는 실태를 고발한다. 「정보의 지배」한병철 지음|김영사 펴냄이 책은 우리가 매 순간 접하는 ‘정보’가 실제로 무엇을
일본 서점인 키노쿠니야의 키노베스에서 민지형 작가의 "나의미친 페미니스트 남자친구"가 서점원이 선정하는 ‘2023년에 열심히 팔고 싶은 책’ 30선에 선정되었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남자친구는 일본에서 출간당시 로멘스 분야 1위를 기록했음을 생각해 보았을때 일본내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남자친구》는 민지형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페미니스트가 되어 돌아온 첫사랑 여자와 재회한 남자의 연애기가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진 페미니즘 연애 소설로, 2019년 5월에 출간돼 현재까지 일본, 중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2021년 문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들이 최근 3년간 문학창작 과정중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소득이 없거나 낮은 것과 작품 발표를 위한 지면의 부족함으로 뽑았다.여기서 말하는 지면이란 것은 문예지 청탁 지면을 이야기한다. 한정된 문예지의 청탁지면으로는 현재 활동하는 모든 작가들이 작품을 소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문예지의 섹트주의(파벌주의)와 계급화로 자신의 등단한 문예지외에 다른 곳에서 청탁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예지는 일종의 공공플랫폼의 역활을 해 왔다. 작가들이 청탁을 받아 원고를
지난 해 12월 실천문학에서 고은 시인의 신간 서적이 나왔다. “고은과의 대화”라는 대담집과 “무의 노래”라는 시집이다. 이외에도 실천문학 146회 겨울호에는 고은 시인의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이 실렸다. 2018년 고은 시인의 성범죄 사실이 공론화 되자 연재를 중단하는 등 은거활동에 들어간지 5년만의 일이다. 당시 고은 시인의 신간 시집 출판이 중지 되었으며 고은 시인의 집필 공간을 재현한 만인의 방이 철거되고 교과서에 수록된 시들이 삭제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에 발간한 책 모두 2018년의 있었던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A씨가 16년 당시 썼던 트위터에 의해 고소당하는 사건이 최근에 일어났다. 경찰은 명예훼손 피의사건에 대한 각하의견으로 불송치를 진행했다.2016년 10월 중순, A씨는 트위터 상 #00계_내_성폭력 운동의 일부였던 문단 내 성폭력 운동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트위터에 올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에 고소로 대응했다.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법정 공방을 통해 해당 트윗이 공적목표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되었다. 그럼에도 6년 뒤에 다시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그렇기에 이번에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한예복)이 주관하는 2022년 하반기 교육(이하 교육)이 11월 7일(월)부터 11일(금)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지난 9월 25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예술인 복지법」에 비해 보호받는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예술계의 불공정행위 예방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재단은 예술계 공정한 계약문화를 정립하고자 예술인
씨네21에서 진행한 소설가 김연수의 인터뷰가 뒤늦게 재조명이 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등단하게 하는 것이 꿈" 이라고 한 발언이 문학계 내에서 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사건의 시작은 이문영 소설가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학 작품을 쓰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등단’이 목표라는 것을 보면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다. ‘등단’해야 문학을 하는 건가”라고 말하며 김연수의 인터뷰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면서였다.문단문학에서 대표적인 작가 데뷔 방식은 ‘등단’ 제도다.
한국 SF문학의 빛나는 별(토끼) 듀나가, 이번에는 미스터리로 독자를 찾아왔다.“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8편의 연작 단편집이다. SF 작가로만 알려진 듀나의 새로운 일면을 드러낸 소설이기도 하다. 듀나의 SF적 세계관을 새로운 장르를 통해 확장한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듀나 특유의 간결한 문장이 미스터리 장르와 결합돼 시너지를 일으킨다.“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새로운 배경과 설정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8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미스터리 틀을 깨고 선구자의 역할을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문단 내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성폭력 등을 둘러싼 법적 공방 과정에서 녹음 파일이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당사자 간 통화·대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녹음 파일을 이용한 협박 등 악용 사례가 많다는 게 발의 이유 중 하나인데, 이 논리를 받아들여야 할까. ‘통화 녹음’이 뜨거운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 8월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이 법안은 “당사자 간 대화일지라도
홍정선 평론가는 문학과지성사의 전 대표였으며 1953년 경북 예천 출생으로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문학의 시대』를 창간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7년부터 당시 80년대 대표 무크지였던 『우리 세대의 문학』(문학과지성사 刊)에 동인으로 합류했고, 이후 1999년까지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한민국문학상(신인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2007년부터 한·중작가회의를 이끌며 양국 간 문학 교류에 애쓴
# 질문 하나를 해보자.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이 유통된 N번방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는가. 답은 간단하다. 누군가 아이들의 휴대전화로 알 수 없는 문자를 보내 휴대전화 속 개인정보를 탈취한 게 사건의 시작점이다. # 질문 하나를 더 해보자. 그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 역시 간단하다. 정보 탈취, 이를테면 해킹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정부와 국회는 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때도 ‘해킹 방지’보단 ‘성 착취’ 쪽에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