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
이항복은 조선을 대표하는 천재 중 한명이다. 인물을 잘 알아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그도 인재를 잘못 천거한 예가 있다. 원균이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임금인 선조에게 있다. 그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순신의 직職을 빼앗고 원균에게 수군을 맡겼다. 이처럼 지도자에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실 참모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권력자는 그 자리에 어떤 사람들을 앉힐까.이순신은 도체찰사 이원익과 구례에서 전쟁 가능성을 논의하고, 이원익이 요청한 경상우도의 해안지도를 그려 보내주기도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를 사실상 이끌어온 재벌 주도 경제성장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요 재벌의 총수가 3세로 넘어가면서 성장이 아닌 현실에 안주하고 있고, 그게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으로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언급했다. FT는 22일(현지시간) 게재한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에서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는 올해 초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상황은 냉전시대만큼이나 위태롭다.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흡수통일을 가정하며 우리가 전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이듬해 독일이 통일에 성공했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했다. 서독의 헬무트 콜(1930~2017년) 총리는 붕괴 직전인 소비에트연방의 혼란을 놓치지 않고 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영화 ‘파이트 클럽’ 초반에 꽤 흥미로운 ‘갈등과 협상’ 장면을 배치한다. 생각과 이해관계, 상황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인 ‘화자’도 영화 속에서 두번의 갈등 상황에 봉착하는데, 첫번째 갈등은 협상을 통해 무난하게 해결한다. 하지만 2번째 갈등은 해결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다.# 갈등➊ = 주인공인 화자는 타인들의 극심한 고통을 보면서 자신의 고통을 시나마 잊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타인들의 고통 ‘눈팅’에 나선다. ‘고환을 제거한 남자들의 모임’ ‘말
대체역사를 다루는 웹소설에서 국가 건설과 경영은 단골 소재다. 주인공들은 과거로 돌아가 왕이나 귀족이 돼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패권국으로 자리 잡는 모습에서 독자는 큰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이 생긴다. 소설이 끝난 후 주인공이 세운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서다. 찬란한 문화와 힘을 자랑했던 국가라도 쇠락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무수한 재난, 지도자의 자질 부족, 주변 국가의 발흥 등 수백년에 걸쳐 등장할 위협요소가 가득하다.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은 유훈遺訓을 남겨 후손이 잘못된 역사를
‘파이트 클럽’의 지도자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술집 지하실을 무단으로 점거해 파이트 클럽을 연다. 물론 간판을 내건 것도 아니다. 신입 회원들은 클럽 이름 그대로 그곳에서 회원들과 웃통을 벗어젖히고 맨주먹으로 1대1 ‘맞짱’을 뜬다. 상대가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 한 서로 딱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다. 입술과 코가 터지고 눈두덩이 찢어지는 것은 기본이다.‘록키’의 챔피언 경기만큼이나 처절하다. 사회와 가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소외돼 그곳을 찾아온 회원들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폭발시킨다. 한쪽의 항복으로 난투극이
1095년부터 1291년까지 거듭한 십자군 전쟁으로 중세 유럽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돈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물교환하던 방식이 사라지고, 돈을 매개로 온갖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들이 생겨났다. 길드였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길드 이야기다.고대 로마는 가도街道(viae Romanae)를 통해 제국을 관리했다. 가도의 허브와 같은 지역엔 도시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업자들은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으로 조합을 결성했는데, 대략 고대 로마 말부터 그랬다. 이런 콜레기아
설이 지나고 봄이 오는데 서민 살림살이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아서다. 물가 오름세는 2년 연속 서민 가계를 위협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3.5%로 높았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2월 들어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3대 변수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먹거리 가격, 대중교통 요금이 그것이다. 국제유가는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 가격과 교통요금은 서민생활
# 삼성전자와 애플. 두 스마트폰 ‘공룡’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1년이란 시간을 양분하며 경쟁해 왔습니다.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 애플은 하반기에 우위를 점하며 엎치락뒤치락 점유율 다툼을 해왔죠.# 지난해 하반기는 늘 그렇듯 ‘애플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애플이 미국 시장은 물론 삼성전자의 텃밭인 한국에서도 눈에 띄게 약진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지금껏 단 한번도 내준 적 없었던 ‘판매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애플
[빅테크 시총 지각변동]애플 누른 MS, 구글 넘은 NVIDIA인공지능(AI)이 2024년 글로벌 증시를 휩쓸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큼 위력이 강력하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46% 오른 739달러에 마감했다. 이로써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규모는 1조8300억 달러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조8200억 달러)을 앞지르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비싼 회사가 됐다.이 회사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 순위 4위인 아마존 시총을 추월한 데 이어 이튿날
이젠 관심 장르로 자리 잡은 ‘아카데미물’의 인기는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전교 1등 이야기, 기상천외한 동아리 스토리, 테러리스트와 싸우거나 세계를 구하는 극단적인 설정을 답습한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잇따른 탓에 “또 아카데미냐?”는 빈축도 숱했다.속칭 ‘또카데미’가 범람한 와중에 등장한 웹소설 「지잡 아카데미와 폐급 히로인들(이하 지잡아카)」은 아카데미물 전성기의 끝무렵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독특한 차별점을 갖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배경은 ‘지잡’ 아카데미다. ‘지잡’은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교란
한국 역사, 특히 조선 말기나 일제강점기를 접할 때면 말하기 힘든 울분을 느낀다. 주권을 잃어 노예국가로 전락하고, 독립 후 벌어진 상잔으로 분단까지 이어지는 흐름에서 무력함을 느껴보지 않은 한국인은 아마도 없을 거다.그래서인지 영화ㆍ소설 등 창작물에서 이 시기를 다룰 때 조선 민중은 으레 식민제국주의 피해자로 그린다. 울분을 참지 못한 작은 영웅들이 악에 저항하는 모습도 통상적인 조선 민중의 모습이다. 밀정ㆍ암살자ㆍ지하조직 등으로 표현되는 이 저항은 무력한 역사에서 패배감을 느낀 이들에게 소소한 만족감을 준다. 다만, 역사란 어쩔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능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유권자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렇게 정치권에 들어온 정치신인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21대 국회 정치신인의 법안활동 성적표를 분석했다. 더스쿠프의 22대 총선 특별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네번째 편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돌입했다. 이럴 때면 으레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인재를 영입했다는 거다. 각 정당은 ‘영입
# 전쟁터에서 한눈을 잃은 왕이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이 왕은 자신의 모습을 충성스러운 신하들에게 담아내라고 명령했다. 첫번째 화가는 왕의 한쪽 눈이 없는 현실적인 모습을 그렸다. 왕은 “모욕과 초라함을 느낀다”면서 격분했다.# 다른 화가가 소환됐다. 두번째 화가는 왕의 눈이 멀쩡한 위엄 넘치는 초상화를 그렸다. 하지만 왕은 “자신이 기만당했다”고 느끼며 성을 냈다. # 마침내 세번째 화가. 사색 끝에 화가는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활시위를 당기며 한쪽 눈을 자연스럽게 감고 있는 왕의 모습을 그렸다. 그제야 왕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언젠가부터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워졌다. 이긴 자들은 그 승리를 공정ㆍ합리ㆍ효율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다. 어쩌면 이 포장술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펼쳐졌던 우생학적 논리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이런 사회는 괜찮은 걸까. 새 기획물 ‘전쟁과 문학’ 첫번째 편 ‘나치의 혈통관리로 본 우생학의 위험성’을 펼쳐보자.19세기 말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주의 저변에는 특정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유럽 제국은 이 사고를 ‘과학’으로 포장했다.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은 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든 규제 완화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우리가 규제 완화를 꾀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아일랜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착을 통해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교육·연금·노동개혁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끝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명 직후인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역동 경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한마디로 표현한
1593년 6월 진주성이 함락된 뒤 이순신은 전황의 변화에 대비해야 했다. 그래서 이순신은 7월 15일 한산도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면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지만, 전제가 있다.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신당을 준비한다. 그들은 과연 누굴 위해 창당하려는 걸까.왜군은 무려 8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많은 공격을 펼쳤으나 진주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9일째 되던 날, 왜군 장수 후등기차後藤基次(고토 모토쓰구)가 계책을
올해도 세계 곳곳에선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잇따랐다. 내년에도 안심하긴 어렵다. 지구환경을 위한 각국의 협약과 노력에도 지구의 평균 온도는 매해 상승 중이며, 더 큰 기후위기에 직면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이렇듯 지독한 환경 변화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불러왔다. 세계 각국은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정책 지원에 앞장서고, 팬데믹과 전쟁을 겪는 동안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려는 세계적 흐름은 더욱 강해졌다. 국가별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은 점점 확대하고, 각 나라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저장 매개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