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위메이드
위메이드는 왜 코인에 집착하나
P2E 접목한 자사 게임 미르4
글로벌 흥행으로 코인 청신호
문제는 적신호 켜진 회사 상황
코인으로 제2의 도약 가능할까

위메이드가 암호화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암호화폐에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사들도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긴 합니다만, 위메이드만큼 암호화폐에 힘을 쏟는 곳은 드뭅니다. 위메이드는 왜 암호화폐에 집착하는 걸까요?

위메이드가 암호화폐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메이드가 암호화폐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00년 설립돼 올해로 23년차를 맞은 위메이드는 게임 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게임 제작사입니다. 업력으로만 따지면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이라 불리는 1세대 게임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죠.

내세울 만한 흥행작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수십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르의 전설’이 대표 게임입니다. 이밖에 현재 운영 중인 게임만 25개에 달할 정도로 위메이드는 게임 개발에 특화한 업체입니다.

이처럼 ‘게임 외길’을 걷던 위메이드가 눈을 돌린 신사업은 ‘암호화폐’입니다. 시작점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네트워크’를 ‘미르의 전설2’ ‘애니팡’ 등 운영 중인 자사 게임 대부분에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위메이드는 2020년 암호화폐 ‘위믹스’도 발행했습니다. 위메이드가 암호화폐를 만든 이유는 사실 별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암호화페와 게임 속 아이템을 접목해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탄생한 게 2020년 11월 론칭한 ‘미르 4’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위메이드는 관련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엔 자체 개발한 신규 디파이 서비스인 ‘커런시(Kurrency)’와 ‘컨버터(Konverter)’를 선보였습니다.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 금융’의 약자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금융회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개인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커런시와 컨버터는 위메이드가 새로 선보이는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다.[사진=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는 암호화폐 관련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사진=위메이드 제공]

다소 복잡한 두 서비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커런시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위메이드가 새로 만든 암호화폐 ‘위믹스 크립토 달러(WCD)’를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존 암호화폐를 두고 굳이 WCD를 발행하는 건 WCD가 일반 암호화폐와는 다르게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죠. 안정성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운 겁니다.

내년 하반기에 정식 출시하는 컨버터는 ‘탈중앙화 거래소’로, 쉽게 말해 커런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WCD를 가장 널리 쓰이는 암호화폐로 만들겠다는 게 위메이드의 계획입니다.[※참고: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DEX)는 이용자들끼리 서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사용자가 암호화폐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게임사가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장현국 대표의 주장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암호화폐와 게임의 궁합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P2E가 보여주듯 게임에서 벌어들인 재화를 수익화하는 게 가능하단 점에서 게임 이용자에게 강한 동기 부여를 줄 수도 있죠. 위변조에 강한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이 운영돼 해킹의 위험성도 적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다른 게임사들도 암호화폐 개발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넷마블이 암호화폐 마브렉스(MBX)를 발행한 게 대표적입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전담조직팀을 구성,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게임사의 개발 진척도는 위메이드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그칩니다. 그만큼 위메이드가 암호화폐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위메이드는 왜 암호화폐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암호화폐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위메이드 관계자는 “암호화폐라기보단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립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습니다. 다만, 업계에서 생각하는 그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긴 업력에 비해 게임 업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업체”라고 꼬집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미르 4) 덕분에 게임 업계에서 단숨에 입지를 쌓은 케이스다. 위메이드는 P2E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을 거다. P2E의 핵심인 암호화폐에 위메이드가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은 분석은 미르 4의 흥행 성적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위메이드의 대표작인 데다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란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미르 4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1년 8월 글로벌 론칭 후 동시 접속자 140만명을 기록할 정도였죠. 전작인 ‘미르의 전설2’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65만명이란 걸 생각하면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의 실적도 덩달아 급증했습니다. 미르 4 출시 후 위메이드 매출은 1267억원(2020년)에서 지난해 4635억원으로 2년 새 3.6배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 연초 1만1919원이었던 회사 주가도 연말엔 17만7900원으로 1409.0%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위메이드의 현주소는 썩 좋지 않습니다. 암호화폐로 업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던 위메이드는 공교롭게도 암호화폐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위믹스가 “유통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일제히 상장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재상장하긴 했습니다만, 위메이드의 상폐 소식은 많은 투자자들을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1월 초 25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위믹스는 현재 1018원(6월 6일 기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위메이드의 주가 역시 4만원대(6월 9일 기준)로 추락했습니다.

그렇다고 주변 환경이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위메이드가 꿈꾸는 ‘암호화폐 생태계’엔 아직 변수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선 사행성이 있다는 이유로 P2E 게임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P2E 게임의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김남국 리스크’에 위메이드가 얽히면서 더 복잡해졌습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수십억원어치의 위믹스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위메이드가 지난 4월 27일 출시한 신작 게임 ‘나이트크로우’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이용자의 입소문을 타면서 구글 플레이 2위(6월 10일 매출 기준), 앱 스토어 4위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에 승부를 걸고 있는 위메이드는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암호화폐의 미래처럼 위메이드의 미래도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