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유리지갑 건드리는 정부 정책
33조9000억원 덜 걷힌 세금
법인세‧종합소득세 많이 줄어
유일하게 증가한 근로소득세
추경도 강제불용도 없다는 정부
부족한 세금 어떻게 메우려나
간접세 올려 유리지갑 털까 걱정
현실적인 세수확보 방안 찾아야

국세수입에 구멍이 났다. 올해 4월까지 걷힌 세금은 13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흥미로운 점은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가 유리지갑을 더 힘들게 하는 증세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거둬들인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1~4월 거둬들인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했다.[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두장짜리’ 보도자료가 직장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가 먹고살기 힘든 유리지갑만 털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서다. 어찌 된 영문일까. 5월 31일 기재부는 ‘4월 국세수입 현황’을 발표했다. 4월까지 걷힌 세금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동기(167조9000억원) 대비 33조9000억원 줄어들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세수 진도율은 33.5%로 지난해 42.4%를 8.9%포인트 밑돌았다. 최근 5년 평균인 37.8%와 비교해도 4.3%포인트 낮다. 세금이 그만큼 적게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들과 비교해도 세수 감소세는 심상치 않다.

1월 6조8000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세수 감소 금액은 2월 8조9000억원, 3월 8조3000억원, 4월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세운 계획과 달리 거둬들이는 세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분야에서 세수가 감소했을까.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법인세다. 올 4월 누적 법인세는 3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51조4000억원보다 15조6000억원 덜 걷혔다. 

다음은 소득세다. 4월 소득세는 35조7000억원(누적기준)으로 지난해 44조5000억원보다 8조9000억원이 감소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토지·건물 등 부동산이나 주식을 거래하고 발생한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1000억원) 대비 7조2000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종합소득세는 4조2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감소했다. 


종합소득세는 흔히 고소득층이 내는 세금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회자된 “근로소득세 내는 네가 모르는 종합소득세 내는 세계가 있단다”는 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참고: 직장인도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긴 하다. 다만, 직장인은 연말정산을 하기 때문에 굳이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세수가 줄어들 때 유일하게 증가한 세금이 있다. 바로 근로소득세다. 근로소득세는 직장인의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세금이다.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22조7000억원에서 올해 22조8000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는 줄어들었는데 근로소득세만 늘어났다. 직장인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34조원이었던 근로소득세수는 2020년 40조9051억원으로 기록하며 4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57조4418억원으로 전년(47조2312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20 17년과 비교하면 68.9%(23조4418억원) 늘어난 수치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의 세금부담만 크게 증가한 셈이다. 

정부는 취업자 수의 증가와 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세가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17년 1800만5534명이었던 연말정산 신고자 수는 2021년 1995만9148명으로 증가했고, 평균 임금도 3541만원에서 4044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판을 받는 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인 감세정책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다. 과세표준 9억원 이하의 세율은 10%에서 9%로,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세율은 25%에서 24%로 낮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거운 세금을 내는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한 데 이어 보유세 산출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에도 나섰다. 최근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줄여주기 위해 주택 의무 보유 기간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줄이는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감세를 이어가면서 서민의 지갑만 쥐어짜고 있다는 거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근로소득세 최저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연소득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과제표준 구간을 조정했지만 큰 절세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직장인 대부분이 해당하는 총급여 3000만~5000만원 구간의 세금 감소액은 8만~18만원에 불과해서다. 

국세수입이 줄어들면서 정부가 목표한 약자복지 강화와 재정건전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연합뉴스] 
국세수입이 줄어들면서 정부가 목표한 약자복지 강화와 재정건전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세수결손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법인세는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양도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8월에는 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소급적용될 것”이라며 “여기에 기업의 실적이 상반기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법인세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추경도, 지출을 강제로 줄이는 강제불용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은 채 올해는 어떻게든 버틴다고 해도 법인세 인하 효과와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화하면 걷히는 세금은 더 줄어들 게 뻔하다. 

증세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인데, 이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이어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을 지난 5월 종료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도 8월 끝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장에선 담뱃값을 8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그런 방안을 논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담뱃값을 빼더라도 인상하는 게 손쉬운 간접세를 손댈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론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세수확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상황이다. 세금을 더 걷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고 써야 하는 곳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의 지갑을 터는 소득세 인상이나 미봉책에 불과한 간접세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을 올릴 땐 어떻게 해야 생산을 촉진할 수 있느냐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이 낮다. 소득계층과 세대 간 형평성 면에서도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가지 확실한 건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약자복지’ ‘건전 재정’ ‘감세’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며 “하지만 올해 세수 결손으로 불가능한 꿈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일은 세금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세수 결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그 시작은 세금이 부족해진 이유와 문제 해결 방안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증세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