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르네상스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 거장들의 조각 작품 중엔 신적인 표현력을 뽐낸 게 많았다. 포도밭에서 발견된 ‘라오콘’, 성모 마리아와 그의 아들 예수를 작품으로 승화한 ‘피에타’를 보면 조각 작품 특유의 품격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조각 작가 중엔 자부심이 큰 이들이 제법 많다. 문제는 이런 웅장한 조각 작품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아트 트렌드가 회화 작품 중심이어서다. 고층 건물의 경우, 법적으로 조형 작품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조각 작품을
오랜만에 흥미로운 전시회가 개막했다. 제주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다. 전시명은 ‘그리고 그리다 전展 Draw and Draw’. 작가는 필자가 몇차례 소개한 씨킴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씨킴은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지금까지 설치작품을 주로 공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신이라면 변신이다. 작가 씨킴은 자신의 작품에 철학과 생각, 그리고 삶을 녹여낸다. 사회를 풍자하기보단 에세이를 담으려 한다. 이런 기법은 요즘 시대를 상징하는 트렌드이자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탄생한 배경이다. 최근엔 내러티브(narrative·연결성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나름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갤러리 대표, 디렉터 혹은 기획자의 성향이 전시에 반영돼서다. 종종 자본과 비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컬렉터, 평단, 국내외 작가 등이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갤러리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순 없다. 이 때문에 필자는 ‘그냥 소개되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한남동ㆍ삼청동ㆍ평창동 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갤러리들은 유지관리비용이나 인적네트워크가 없으면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필자가 인사동에서 수십년간 운영해온 ‘선화랑’ ‘관훈갤러리’ 같은 곳의
최근 미술계 평론가와 함께 예술 행사를 기획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서브 컬처(subculture)’를 활용한 미술 작품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10여년 전 명품브랜드의 로고나 제품을 작품에 도입했던 것과는 또 다른 양태다.[※참고: 서브 컬처는 어떤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total culture)나 주요 문화(main culture)와 대비되는 개념이다.]세상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날 땐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이 있다. 모든 사물을 제어하는 철학이 사실상 변화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철학이 변화된 미래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던 지난 2월 말, 한국 미술계에 의미 있는 아트페어가 열렸다. 하루에 수십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악재 속에서 개막한 ‘2022 서울호텔아트페어’였다.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3개층을 임대해 진행한 이 페어는 참가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포문을 열었다.그럼 아트페어는 대체 뭘까. 미술계 사람들은 미술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갤러리를 1차 시장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갤러리는 에이전시이자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기관인데, 한국에 있는 수많은 갤러리는 대부분 1차 시장에서 활동한다
온종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처럼 한 공간에 오랫동안 머문다. 그래서 작업 관련 요소를 고려해 작업실과 그 주변 환경을 선택하는 이들이 숱하다. 가령, 아티스트 토크(Artist talk)를 즐기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고깃집’ 주변에 마련하는 식이다. 대화에 술 한잔을 곁들이기 위해서다. 성수동, 문래동이나 홍대 근처에 화가들의 작업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업실엔 공통점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작업할 때 찾아오는 고독감
수년 전 홍대 출신 중견작가의 작업실에서 모처럼 모임이 열렸다. 때마침 필자도 인터뷰차 그 자리에 동석했다. 명문 미대를 나온 작가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예술과 삶의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필자는 낯선 궁금증이 일었고, 낸시랭을 입에 올렸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을 미술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란 이유에서였다. 작가들의 대답은 뜻밖에도 명확했다. “진지하게 작업하는 작가이고 자기세계가 명확해서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낸시랭이 과거부터 이어온 작품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벽화·걸개그림 등으로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가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We Are Concern about Nothing’ 이후 한국에서 여는 두번째 전시 ‘Lost in Par ody’에선 신작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화려한 색감과 붓질이 특징인 누그로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유쾌한 만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눈만 내놓은 채 가면으로 가린 얼굴들은 하나같이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평화로운 듯싶으면서도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땐 그가 살아온 배
“각각의 작품은 내 삶의 성장이고 내 감정을 시각 언어로 풀어놓은 것이다.” 2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국제갤러리 K1이 재개관 첫 전시로 고故 최욱경(1940~1985년) 작가를 택했다. 이번 ‘Wook-kyung Choi’ 전시는 나란히 배치돼 있는 K1의 두 공간에서 열린다. 첫번째 공간에선 1960년대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던 작가가 다시 미국으로 간 1975년 사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추상회화와 컬러 콜라주 작업, 흑백 잉크 드로잉까지 그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마련된
강남구립 대치도서관(관장 유순덕)은 평생교육시대를 맞아 어르신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오는 6월 5일(수)부터 8월 21일(수)까지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에 ‘연필로 그리는 인생노트’를 운영한다.이번 강의에서는 그림, 영화, 음식 등 3가지 주제에 대해 기초 드로잉과 캘리그라피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총 6회에 걸쳐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면서 집중력 향상, 정서안정,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강사 한규호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
짖고 있는 개, 빛나는 아기, 웃는 얼굴, 하트 등의 그래픽 기호들. 1980년대 작품 속 형상이지만 지금 봐도 트렌디하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작품 속 아이콘들이다. 그가 만들어낸 이 상징들은 지금까지 전 세계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전이 열린다. 31년의 짧은 삶을 오로지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살다 간 키스 해링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부터 에이즈로 타계하기 전까지 10년간 작업했던 작품들을 총망라한다. 페인팅·드로잉·조각·포스터 등 주요작 1
[뉴스페이퍼 = 김규용 기자] 국내 중견화가 6명의 전시회가 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선아트센터에서 "여섯개의 빛나는 별"이란 주제로 전시회가 열린다.이번 전시회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범석회장의 후원으로 국내에서 이미 중견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남여주, 박진우, 왕열, 우병출, 정우범, 한상윤 등이 함께하며 여섯 화가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국내 중견작가로 잘 알려진 남여주 작가는 그 작품을 통해 동양적인 분위기와 명상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정적인 작품성이 두드러진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물결에 투영된 듯
마치 클럽에 온 듯 화려한 조명의 전시장 입구.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펑크ㆍ패션ㆍ대중문화ㆍ거리문화를 실험했던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클럽 57’ 모습을 재현했다. 1978년부터 다양한 계층과 인종ㆍ젠더의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새로운 예술을 갈망했다. 세계적 팝아티스트인 케니 샤프와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며 저항정신을 뽐내던 그들의 사진과 영상들은 지금 봐도 실험적이다.롯데뮤지엄은 팝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의 ‘슈퍼팝 유니버스’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젯스톤(Jetstone)
천재 ‘낙서쟁이’ 미스터 두들은 지금 가장 핫한 SNS 스타다. 밑그림 없이 그려내는 라이브 드로잉 동영상이 전세계 소셜 미디어를 강타하며 유명 팝아트 작가로 떠올랐다. ‘Mr. Doodle’로 활동 중인 영국 아티스트 샘 콕스의 ‘미스터 두들 한국특별전- 두들 월드’가 아라아트센터에서 9월 9일까지 열린다. 그를 세계에 알린 독특한 벽화 작품들, 최초 공개되는 드로잉 시리즈, 서울 전시를 위한 한국 시리즈, 현장에서 직접 작업할 초대형 설치 작품 등 총 730여점을 총망라한다.두들(doodle)은 ‘뭔가를 끄적거리다’는 뜻이다.
단색의 대형 화면에 과감하게 자리잡은 인물들. ‘크롭-클로즈업’으로 불리는 이 대담한 구도는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과 같은 효과가 있어 주인공에게 더욱 집중하게 한다.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미국을 대표하는 알렉스 카츠의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展’이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초상화ㆍ풍경화ㆍ설치 작품부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 시리즈까지 총 7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알렉스 카츠는 뉴욕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일
가까이에서 보면, 뚜렷한 직각 형태의 단순한 장난감 레고(브릭). 이 조각들이 모여 경계가 사라지고 곡선을 이룬다. 브릭을 예술로 만든 작가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의 작품들이다. 네이선 사와야는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수백만개의 브릭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3차원 조각품부터 대형 인물화까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규모면에서 압
앤디 워홀과 로이 히텐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팝아트가 1960대에 등장했다면 영국의 팝아트는 그보다 앞선 1950년대에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비주의 사회가 들어서면서 영국의 팝아트도 시작됐다. 영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 중 한명이 리처드 해밀턴이다. 그는 20세기 중반 현대사회를 새로운 관념과 시각으로 바라봤다. 특히 현대사회의 ‘대량생산’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 서울도서관은 6월 1일(목)부터 6월 3일(토)(평일 12:00~20:00, 토요일 10:00~18:00)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거리에서 ‘청계천 헌책방거리 책 축제’를 개최한다.이번 은 헌책을 활용한 팝아트 전시, 청계천 헌책방 스토리 월 전시, 설레어함 판매, 팝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북커버 만들기 체험 등 헌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된다.행사는 크게 전시 코너와 판매 코너, 그리고 시민 참여 이벤트로 나누어 진행된다. 전시는 팝아트로 승화된 북
‘얼굴-이중의 이미지’로 10년 전 미술시장에서 스타작가로 급부상한 김동유 작가가 5년 만에 개인전 ‘김동유, 80년대로부터’를 열었다.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주요 작품들을 망라하는 약식 회고전이다.김 작가는 ‘얼굴 속 얼굴’로 일찌감치 명성을 떨쳤다. 멀리서 보면 마릴린 먼로 얼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존 F. 케네디의 수많이 얼굴이 박혀 있는 형식이다. 2
백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여전히 엄마 등에 매달려 있는 화가. 이중섭의 친구이자 신新사실파 구성원 중 유일한 생존인물인 백영수 화백이 올 초까지 그린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백영수 개인展’은 지난해 목욕탕에서 넘어진 후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작업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4년만의 개인전이라 더욱 반갑다.전시에는 40여점의 작품이 액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