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다. 참을 거짓으로 알았든, 거짓을 참으로 알았든, 사실관계를 오인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지도자도 예외여선 곤란하다. 부서, 회사, 정당,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라면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순신을 미워했던 선조는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네 지도자는 어떨까.이순신은 결국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발끈에 따른, 잘못된 뒤끝 작렬’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의 파직에는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부산의 적 진영에서 일어난 화재를
# 8년 전, 동부혈액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 상급자가 후배직원을 틈만 나면 폭행했다. 사건이 공론화했는데도 동부혈액원 행동강령책임관은 해괴한 말만 늘어놨다. “참아라.” “괴로우면 양주 먹고 자라.” 이 책임자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폭행 문답서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대한적십자사에 있다. 문제의 행동강령책임관은 지난 3월 동부혈액원 원장으로 복귀했다. 지금 대한적십자사에 없는 이는 ‘피해자’뿐이다. 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스쿠프가 동부혈액원에서 벌어
#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는 대리인(Agent·전문가)이 주인(Principal·소비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서있을 때 발생한다. 예컨대, 의학 지식을 독점한 의사(대리인)가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환자(주인) 몰래 과잉진료를 하는 식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가 법조계(검찰)·금융계·의료계·언론계 등 전문가집단에서 더 많이 표출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불거질 때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실함을 거론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집단의 우월적 구조와 폐쇄적 문화를 뿌리뽑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을 얼마나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자장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횡령은 기본이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2월 2.82%였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
“오너가 경영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 회사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대리점주들은 한목소리로 답했다. 직원과 대리점주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작 오너는 곳곳에서 리스크를 만들고 있어서다. 한때 유업계 2위였던 ‘남양유업’의 이야기다. ‘푸르밀 사태’에서 보듯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오너의 철학이 기업문화나 경영에 반영되는 건 물론이다. 오너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고,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다. 그런 결정을 뒤엎는 것도 오너의 손에 달려있다. 아이러니한 건 결정에 뒤따르는 결과는
대통령의 ‘이 **’ 욕설 논란이 끝내 현 정부가 소통 창구라고 자찬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말 한마디로 나라가 흔들리는 것도 촌극이지만, 그 말 한마디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정치권도 우스꽝스럽다. 여기 단어 하나를 다르게 해석해 주목받은 소년이 있다. 높으신 양반들이 이 소년의 지혜를 배우면 어떨까. 아직 어리지만 풍채와 용모에서 진작부터 남다른 기상이 넘쳤던 순신. 어느날 한 아이에게 「통감삼권」이라는 책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나라 여후呂后가 척부인戚夫人의 팔다리를 끊은 뒤에 뒷간에 집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성폭력 등을 둘러싼 법적 공방 과정에서 녹음 파일이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당사자 간 통화·대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녹음 파일을 이용한 협박 등 악용 사례가 많다는 게 발의 이유 중 하나인데, 이 논리를 받아들여야 할까. ‘통화 녹음’이 뜨거운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 8월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이 법안은 “당사자 간 대화일지라도
“1980년대 여공들과 2020년대 콜센터 상담사가 다른 게 무엇인가?” 10여년간 콜센터 현장을 연구해온 김관욱 덕성여대(문화인류학) 교수는 이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대면한 콜센터 상담사의 현실이 1980년대 구로동 여공들의 현실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를 ‘감정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를 만났다. “콜은 언제나 밀려 있다.” 콜센터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고용주가 밀려드는 고객의 콜을 처리할 만한 충분한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난 5월 배달앱 ‘쿠팡이츠’에 입점해 있던 50대 점주가 세상을 떠났다.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대응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게 원인이 됐다. 배달앱에선 이런 ‘블랙 컨슈머’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점주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허약한 데다 ‘비대면’이란 특성도 나쁜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점주와 대면하지 않으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들끓는다는 거다. 하지만 ‘선을 넘은 리뷰’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개념을 상실한 주인.” 한 소비자가 배달앱에 남긴 리뷰다. 얼마나 불쾌한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은 정말
‘녹음’이 일상화하고 있다. 일부 휴대전화에 통화 시 ‘자동녹음’ 기능이 탑재된 건 단적인 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목소리가 녹음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녹음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일률적이지 않다.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불법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A씨는 아이로부터 ‘담임선생님이 폭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담임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수업시간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걱정스러웠던 A씨는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해외에 있는 기관의 ‘장’이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그런데 직원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맘대로 출근하고 휴가도 보고 없이 간다. 그런데도 기관장은 직원을 맘대로 징계할 수 없다. 인사권이 없어서다. 모든 일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급기관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그 상급기관은 한국에 있어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몇몇 직원은 기관장을 ‘패싱’하고 인사권이 있는 상급기관에 SOS를 친다.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스쿠프(The SCOOP)가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생긴 일을 취재했다. 주목할 건 주상하이
갈등관계에 있는 직장 상사가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업무 도중 청소기를 돌리라고 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경쟁사에 채용공고 났던데’라면서 은근히 퇴사를 종용했다면 어떨까. 항의하거나 따져 묻기는 애매하고 그대로 따르자니 속은 까맣게 탈지 모른다. 최근 이런 방식의 ‘교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비물리적 괴롭힘이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2019년)되면서 폭언, 막말, 폭행, 성희롱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쩍 높아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중요한 성과다. 그렇다고 직장 내
“폭행ㆍ성추행 등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거급여 조사원들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조사원들은 정부로부터 ‘주거급여’를 지원받는 수급자의 상황을 방문조사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부정수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LH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인1조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조사원들의 요구도 형식적으로만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원들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중단했던 방문조사를 7월 1일 재개했다. 코로나 위험까지 떠
또 망쳤는데 어쩌면 좋죠? 삶이 파괴되는 상처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뉴스페이퍼 = 강윤슬 에디터] 망했다, 또 망했어. 아니 대체 이게 뭐람? 뭐가 망했느냐고? 이것저것 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곧잘 하곤 하는 말이다. 잘 그리려고 할수록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것보다 어째 더 망치는 것 같다. 이런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대충할 때보다 더 잘 안 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요리든 뭐든 열심히 만들다 순간의 실수로 앗 하는 사이에 이미 일은 그르쳐버린 후다. 이런 경험 나만 하나요?“어쩌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개인 간의 갈등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엔 직장 내 괴롭힘이고, 어떤 경우엔 개인 간 갈등일까. 그 미묘한 기준을 살펴봤다. “팀장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회사 가기가 싫어.” 직장인 A씨는 B팀장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심한 질책을 받았다. A씨는 B씨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일까. A씨가 인격 모독이라고 느낄 만큼 과도한 질책을 당했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유로
2018년 삿포로 전前 총영사가 자신의 비서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해당 비서가 피해 상황을 녹음한 40여개의 파일이었다. 흔히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음하는 건 불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피해 근로자가 직접 당한 폭언이나 모욕적 발언을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뇌 어느 쪽이 고장났어.” 전前 일본 주재 삿포로 총영사가 자신의 비서 A씨에게 쏟아낸 폭언이다. 총영사(당시 직책)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A씨에게 수십차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 근로자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관련법이 시행됐음에도 회사에 신고하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가해자의 폭언 등이 너무 괴롭지만 진흙탕 싸움이 될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숱하다. 문제는 피해자의 이런 태도가 가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가해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행동은 바로 ‘침묵’이란 거다. 노윤호 변호사의 記錄 세번째 편이다.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가정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진흙탕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의뢰인
최근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인 또는 가까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트폭력의 경우 감정적, 정신적인 압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데이트폭력에는 성적인 폭력을 포함한 지나친 통제와 감시, 폭언, 폭행 등 다양한 범주가 포함된다.이에 다가오는 12월 5일 오후 4시,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10대들을 위한 데이트폭력 토크쇼가 개최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하는 해당 행사는 그간 서로 존중하는 연애, 데이트 관계를 고민하고 있거나 데이트폭력에 관한 문제의식이 있는 10대라면 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거급여조사원. 역할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주거급여 자격요건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주거급여조사원은 50대 전후 여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행, 성희롱, 질병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실제 피해사례도 있다. 하지만 LH가 꺼내놓은 방지대책이란 게 허술하기 짝이 없다. LH 관계자는 “맹견퇴치교육과 호신교육도 시켰다”면서 이상한 답변만 늘어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H 주거급여조사원의 사각지대에 들어가봤다. 폭언, 폭행, 성희롱…. 가구 방문조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새 폴더블폰 가로본능 삼성전자가 새로운 형식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10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SDC19)’에서 삼성전자는 가로형 폴더블 스마트폰의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선보인 ‘갤럭시 폴드’가 책이나 수첩처럼 세로로 접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새 폴더블 스마트폰은 가로 방향을 축으로 안으로 접히는 형태다.이밖에도 삼성전자는 다양한 개발도구와 서비스,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 템플릿, 인터페이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