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많은 이들이 ‘창조성’도 이젠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AI의 글이든 그림이든 결과적으론 인간의 작품을 학습한 결과물이다. 일종의 모방행위라는 건데, AI가 모방을 넘어 ‘창조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스쿠프의 새 연재물 ‘공병훈의 맥락’ 1편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가는 기점을 뜻하는 ‘싱귤래리티’를 논해봤다.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색채, 거친 붓의 터치, 뚜렷하면서도 애매하기도 한 인상적 윤곽의 그림을 통해 위대한 창조성의 화가로
NFT는 한때 디지털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습니다. 어떤 디지털 콘텐츠든 ‘NFT 기술을 썼다’는 소문만 돌면 시장에서 하나같이 높은 몸값을 받았습니다. 고릴라 그림 ‘메타콩즈’가 수천만원에 팔린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NFT의 위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을까요. 視리즈 ‘2023년 NFT 자화상 준비’ 첫번째 편입니다.2021년 3월 11일, 미술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계적인 경매소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디지털 파일’이 수백억원에 팔린 겁니다. ‘매일: 첫 5000일’이란 이름의 이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장미의 문화사」사이먼 몰리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장미 인문학’이다. 미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지식의 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회화, 종교, 정신분석학, 철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장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장미가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역사를 알 수 있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아르테 펴냄 “창조적 인간이 돼야 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이
일본의 근대소설은 한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는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심심찮게 나오는 이름이 있다.바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다.「달려라 메로스」, 「사양」, 「유다의 고백」등 그의 모든 저서들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유명한 작품은 바로 1948년에 출간된 「인간실격(人間失格)」이다.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을 여는 도입부는, 일본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으로 시작한다.「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
Q.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A. 화가가 본 조선화. 이런 책인데요.제 직업이 화가다 보니까 이 책을 쓰는데, 저는 미술사학자도 아니고, 또 미술비평가도 아니고.그러므로 그 화가가 보는 어떤 관점,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좀 더 신선할 수도 있고, 이렇게 제 나름대로 접근한 이유는 그 전에, 제가 조선화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한국에서 나온 여러 북한 미술책을 보게 됐어요.그랬더니 아, 이거는 제가 한번 다시 다른 각도로 시작해 볼 그런 여지가 있구나.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어요.Q. 제목에서
# 신윤복의 풍속화 화첩 ‘혜원전신첩’이 논란에 휩싸였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다. 혜원전신첩을 소유한 간송미술관이 화첩 속 그림들을 NFT로 만들어 대중에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 안팎에선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상술이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보의 NFT화를 둘러싼 논쟁은 간송미술관이 지난해 발행한 ‘훈민정음 해례본’ NFT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논쟁이 더 날카로운 이유는 혜원전신첩 NFT의 발행·판매 방식에 있다.훈민정음 해례본은 고화질로 촬영한 사진에 고유번호(numbering)를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한 고故 정창섭 작가(1927~2011년)의 작품전이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8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다. 타이틀은 ‘물심(物心) Mind in Matter’다. 이번 전시회의 기획자는 20세기 후반기에 한국적 현대미술을 모색했던 작가의 예술세계를 현재의 시간대로 끌어와 시각예술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이런 재조명의 중심엔 작가가 사용한 재료인 ‘한지韓紙’가 있다. 한지를 통해 정창섭 작가의 미술철학과 그 철학을 구현하는 과정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회에선 정창섭 작가가 각종 재료의 물질적인 특
2019년 말 느닷없이 몰아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의 많은 걸 바꿔놨다. 특히 ‘대면’을 해야 큰 가치를 줄 수 있던 시각예술은 여행업만큼이나 타격을 받았다. 시각예술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비대면을 통한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희비가 엇갈렸다.오프라인 전시에 익숙한 기성 작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젊거나 디지털에 강한 작가는 ‘비대면’이란 새로운 환경에서 또다른 기회를 부여받았다.시각예술계 안팎에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뉴미디어아트 등 새로운 질서가 형성된 것도 긍정적인 변
차갑게 얼어붙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계절이 왔다.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나는 봄이다. 길었던 팬데믹도 서서히 끝이 보이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는 지금, 봄의 설렘을 안고 우리 곁을 다시 찾아 온 문예지들을 읽어보자.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미래에 있을 막연한 일이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점점 넓어지는 사막, 나무가 잘려나가는 숲, 녹아내리는 빙하, 높아지는 해수면, 물에 잠기는 남태평양의 섬들, 오염된 대기,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들... 릿터의 이번 4/5월호는
“공부는 우리를 위로하는 길이다” 언뜻 들으면 이해되지 않는다.우리는 공부라는 말만 들으면 자연스레 한숨부터 나온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라는 12년의 시간동안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 누구든 수능을 앞두고 불안감에 떨며 책상에 고개를 박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원하는 대학에 간다고 해서 끝이던가? 해방감은 잠시 뿐이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또다시 4년이란 시간 동안 학점을 따고 평점을 다듬는다. 그렇게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공부는 끊이질 않는다. 어떤 이는 업무에 관해, 어떤 이는 이직을 위한 스펙을
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는 경영컨설턴트 A씨로부터 한가지 질문을 받았다. “어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를 만들면 될까요?” 필자는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줬다.“미술 관련 NFT 어때요? 유망할 듯해요.” 필자는 A씨가 무슨 답을 바라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필자가 아트와 NFT의 상관관계를 종종, 아니 자주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명한 글도 기고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A씨가 아트 NFT에 참여하기 위해 ‘확인사살’을 했던 거였다. A씨는 아트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abstract expr essionism)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술운동의 동향이다. 이는 뉴욕이 파리 대신 예술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선 유럽의 피카소에게 필적할 만한 예술인이 등장하길 염원하고 있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액션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이었다. 세계적인 컬렉터들과 후원자들은 잭슨 폴록을 대대적으로 후원해 뉴욕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자리잡는 데 영향을 줬다. 이런 역사를 가진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국내 작가는 김향희다. 김향희
별다방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스타벅스를 연상할 것이다. 흔히 줄여서 ‘스벅’으로 불리는 글로벌 커피 체인인데, 오늘은 스벅을 통해 커피와 아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요즘 아트페어나 갤러리·미술관에 방문하면 그 안에 카페가 있거나 커피머신을 별도로 설치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왜 와인바가 아니라 카페(커피머신)일까. 필자는 대중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의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해 봄,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 1층에 스타벅스가 ‘별다방’이란 이름으로 오픈했다. 독특하게도 넓은 공간을 할애해
평론가 한명이 작품을 평론할 땐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작품이 갖는 미술사적 위치와 의미와 함께 작가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다음 현재의 시대상, 작가가 처한 환경, 작가의 무의식에 깃든 사상과 이미지를 추적한다. 이를 종합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글의 형태로 표현하는 게 바로 평론이다. 우리가 블랙홀·다중우주·양자역학 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마도 물리학이 갖는 수리논리학적 부호와 기호논리학적인 상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지 모른다. 미술평론 또한 마찬가지다. 단순한 글로
갤러리에 가면 한 명의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와 관련한 세계관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갤러리스트는 작가의 모든 걸 소개하기 위해서 갖은 힘을 쏟는다. 글·영상·이미지·도록 등을 활용해 방문객이 갤러리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떠나가는 순간까지의 동선을 예상하고 접점이 있는 곳마다 신경을 써서 방문객이 오롯이 작품 세계만 경험하도록 만드는 게 갤러리스트의 몫이라는 거다.이렇게 하나의 전시만 해도 공을 많이 들어야 하는데, 만약 수백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짐작건대, 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
수년 전 홍대 출신 중견작가의 작업실에서 모처럼 모임이 열렸다. 때마침 필자도 인터뷰차 그 자리에 동석했다. 명문 미대를 나온 작가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예술과 삶의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필자는 낯선 궁금증이 일었고, 낸시랭을 입에 올렸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을 미술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란 이유에서였다. 작가들의 대답은 뜻밖에도 명확했다. “진지하게 작업하는 작가이고 자기세계가 명확해서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낸시랭이 과거부터 이어온 작품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섈 위 아트 세번째 편은 인상적인 작품 전시를 회상하려 한다. 2019년 5월 23일~10월 1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하모니(Voice of Harmony)’전이다. 이 전시회는 씨 킴(CI KIM) 작가의 열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씨 킴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본 것은 2017년 열린 그의 개인전 ‘논다놀아’전에서였다. 당시 작품들은 그 수나 스케일 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씨킴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분류하면 ‘나이브 아트(naive art)’ 혹은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라
신간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은 ‘범민’에게서 시작한다. 범민은 저자인 전종환 아나운서의 다섯 살배기 아들 이름이다. “이제 막 말을 배워가는 범민을 보며 한 인간이 평생 배워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자주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으로 쓴 일기장이기도 하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을 되짚으며 ‘어른’의 태도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준비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의 서투름과 마흔 넘어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 중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자를 꿈꾸던 대학생이
숲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하나의 생명체다.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숲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 생명력을 드러낸다. 다양한 세대·국적·예술관을 가진 작가들과 이색적인 작업을 이어온 아라리오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뉴욕 온라인 뷰잉룸(OVR)에 출품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숲 Foret’ 그룹전을 연다.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됐던 작가들의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담은 작품, 일본과 독일 출신 작가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