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건 그때의 사건을 여전히 풀지 못해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사건. 폭력적인 공권력이 개입한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사과와 인정, 반성을 원했다. 또 누군가는 그 사건을 직접 기록하고 나섰다. 광주 독립서점 '소년의 서'는 그런 아픔이 서사처럼 흐르는 곳이다. 광주의 시간은 1980년에 멈춰 있습니다. KTX를 타고 송정역에 내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5·18광주민주화운동입니다. 광주는 5월 18일이 되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그날 제사를 지
# 1990년대 체첸과 러시아는 전쟁과 테러를 반복했다. 러시아 탐사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이때 민간인까지 학살한 푸틴의 만행을 고발했다. 폴릿콥스카야는 2006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24년.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아직도 대통령은 푸틴이다. 러시아는 22년 전 걷던 길을 아직까지 맴돌고 있다.1991년 냉전이 종식되고 소비에트연방의 공화국들은 차례로 독립을 선언했다. 연방의 맹주였던 러시아는 냉전 후 소비에트연방을 유지할 힘을 상실했다. 그나마 옛 소련의 국토와
‘기본사회 5대 정책’ ‘결혼출산 지원금’ ‘주 4일제 전환’….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22대 총선 공약은 훌륭하다. 3고高(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에 지친 서민의 걱정을 덜어주겠다면서 ‘모든 이의 삶의 질質 향상’을 약속했는데, 사뭇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건지가 없다. 얼핏 봐도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한데, 뭘로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늘 빈말만 늘어놨다.[※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
「전홍식 관장의 판타지 도서관」전홍식 지음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판타지를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판타지 도서관이 나왔다. 저자인 전홍식 관장은 초등학교 1학년 판타지와 SF에 빠진 후 2009년 SF&판타지 도서관을 세웠다. 이번 책에서는 톨킨을 비롯한 여러 판타지 세계관에 영향을 준 신화들과 전설, 판타지 하위 장르, 환상 생물과 몬스터, 판타지 속 종족, 직업과 스팀펑크 등의 레트로 퓨처를 소개한다. 텀블벅에서 4월 13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백조 2024 봄」백조 편집부 | 노작홍사용문학관 펴냄계간 문예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문경수 지음 | 걷는사람 펴냄시인은 ‘적당히’를 모른다. 그럴듯해 보이는 질문으로 시를 채우지 않는다. 적당한 대답으로 글을 마치지도 않는다. 시가 원래 이렇게 단단한 것이었나. 시인은 자신을 꾸며내거나 자신도 모를 소리를 하지 않는다. 곤혹스러울 정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는 눈앞에 보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과 기억하는 것을 새기듯 쓴 기록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자꾸 되묻는다. 반쯤 시선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베개 8호」권경욱·박소희·조원규·조은영·조은정·지곡·한소리 지음 | 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현행 만 14세)로 하향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는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한 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보단 완화했지만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렇다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재범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25일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서울 강남
때아닌 상속세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법의 개정을 두고 의견이 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상속세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금보다 비장하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해 개시된다”란 민법(제997조) 조항처럼, 상
첫눈이승하 세상에 처음 아기가 태어난 날첫눈이 펑펑 내립니다.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가 우는 날첫눈이 녹아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이 흘러내려 따뜻한 세상입니다. 눈물이 녹아 낙숫물이 떨어지고눈물에 씻겨 한결 고운 세상입니다. 눈물처럼 가슴 후련케 하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처음 아기가 태어난 날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ㅡ『제2회 KBS 방송문학상 수상작품집』(KBS, 1987)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와 처음 하는 일이 펑펑 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한자로는 고고지성(呱呱之聲)이라고 한단다. 10개월 동안 엄마의 따
소록도 시편 1최하림살갗을 간질이는 아지랑이 속에서오른쪽 발가락이 또 하나 떨이지고내일이면 왼쪽 발가락도 떨어질 것이다소록도에서는 다들 발가락이 떨어진다저기 지팡이를 짚고 가는 문둥이가 누군지,고향이 어딘지, 뉘 집 자식인지 몰라도여기서는 모두 발가락이 떨어진 문둥이다날마다 아픔을 발가락에 싸서 보내는문둥이들은 오늘도 소록도 남쪽 끝,공적비들이 국한 영문으로 씌어진 중앙공원을지나 어두워지려는 숲길로 의지하며 간다ㅡ『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문학과지성사, 1998) 이 세상에 많고 많은 병이 있는데 왜 한센병(일명 나병)
#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 대화는 녹음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기업 고객센터나 공공기관에 전화하면 으레 이런 멘트가 날아온다. 그런데 해당 기업과 기관은 녹음파일을 별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을까. #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한 온라인 보험서비스 기업이 보험상담 녹음파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2014년과 2015년 대형 생보사에서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사고가 터졌는데도 여전히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거다. #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숱한 기업과 기관이 녹음 행위를 강화하고 있다.
「상처받은 나들에게」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봉
“예산은 무조건 다 써야 한다는 논리면 예산을 낭비하라는 거냐?” 더스쿠프의 ‘예산 안 쓰면 절약 아닌가요? 답은 반대입니다(통권 551호)’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정부가 지난해 18조원의 예산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였는데, 댓글로 반론을 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더스쿠프는 독자들의 댓글에 기사로 답했다. ‘반론에 다시 반론: 댓글에 답하다’ 코너를 통해서다. 가계 살림이라면 예산을 다 쓰지 않은 게 ‘절약’이지만, 나라 살림은 그것과 다른 문제다. 애초에 예산 계획을 잘못 짰거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
“딱 봐도 예산에 맞춰 구색만 갖춰놓은 것 같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로컬상품을 만날 수 있다.” 동네축제를 다녀온 후기다. 어떤 축제는 형식만 갖춰놓은 탓에 외면받고, 또 어떤 축제는 로컬브랜드 발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축제의 두 얼굴이다. 더스쿠프가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동네축제 두곳을 가봤다. 이곳은 어땠을까. 서울 중랑구 면목동 겸재교에서 중랑교 방향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노란 컨테이너를 만난다. 2017년 7월 개관한 ‘겸재작은도서관’이다. 2층으로 구성된
# 초마다 밀려는 콜 탓에 자리를 잠시도 뜨지 못한다. 몇몇은 화장실을 갈 때도 ‘이석離席 체크’를 해야 한다. 성난 고객을 상대할 땐 감정을 접어둔 채 ‘욕받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모른다. ‘파견직 근로자’ 콜센터 노동자(상담사) 앞에 놓인 일그러진 현실이다. # 사람들이 흔히 고객창구라 부르는 콜센터는 퇴행적 노동문화가 판을 치는 곳이다. 어떤 이는 그곳을 ‘원형감옥’이라 비판하고, 또 어떤 이는 그곳의 숨 막히는 삶을 ‘수형생활’에 빗댄다. # 그런 콜센터 노동자 1500여명이 지난 4~
# 20여년 전만 해도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교사의 체벌은 불법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등 학생의 인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문제는 이번엔 ‘교사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폭력이라고 주장하거나, 충분한 사유 없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존중을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지식을 쌓는 곳이어야 할 학교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교사들이 연이어
우리는 주변에 착한 사람을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촘촘한 법망이 우리의 일상을 규제하는 시대에 정말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얼마든지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문제는 사법시스템의 지나친 남용으로 ‘피해자가 되는 피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평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들어왔던 직장인 K씨는 올해 초 직장동료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두 사람은 회사에 처음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차츰 사귀어 가는 사이였다.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 ‘굿바이 중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신新냉전 체제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하나둘씩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까지 ‘차이나 엑소더스’를 행동으로 옮긴 기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테슬라의 행보가 유독 튄다. “아첨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에도 테슬라는 왜 중국행을 고집할까.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두번째 편이다.‘일론 머스크, 방중 기간 아부와 연회로 환대하다(Elon Musk greeted with flat tery a
「신비 섬 제주 유산」고진숙 지음|블랙피쉬 펴냄 “이 책을 읽다 보면 제주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제주의 2000년 역사를 담았다. 역사, 문화, 자연을 속속들이 담은 ‘제주 이해 완결판’이다. 한라산, 오름, 감귤, 해녀, 화산 등 제주의 단면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지식을 원하던 사람들에겐 선물 같은 책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사는 저자는 제주인과 비제주인을 통역하고 연결하는 유의미한 시도를 선보인다.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배진희 지음|시대의창 펴냄 쿠바는 독
최근 기승을 부리는 ‘피싱범죄’에 휘말렸음을 뒤늦게 인지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은 십중팔구 경찰서다. 문제는 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했을 때 사기꾼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한탄한다. 왜 그럴까. 비상장주식 사기에 얽힌 피해자 정희진(가명·64)씨, 김민진(가명·42)씨, 박형진(가명·35)씨의 이야기를 이어서 들어봤다.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열번째편이다. 정희진씨, 김민진씨, 박형진씨. 이들 세 사람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비상장주식 사기의 피해자다. 정씨는 높은 수익률에, 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