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시곡의 밤구름 한 장 담은 백지와 한없는 길을 돌돌 말아 내는 만년필로 방안이 어두웠다 밝아진다. 집과 집 사이 방안 천장까지 비가 뭉쳤다. 뾰족하고 높다란 탑이 없더라도 종을 울려 저녁을 선포할 시간이 왔다. 우는 사람을 잠재우고 웃음을 저만치 멈춰놓는다. 시간의 무늬를 따라 구름이 정확히 회전한다. 대낮의 열기도 가만히 숨죽이고 방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젖은 심장에 낚싯줄 달아 출렁이는 바닥 아래로 내려 보내면, 심해어들이 환멸 깊은 곳에서 죽어가는 자의 가죽을 뚫고 방안 가득 솟아오른다. 갱도를 빠져나온 번쩍이는 그림자의
여태까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정부의 대규모 주택 개발이나 민간의 도시정비사업에 기대왔다. 이때 생기는 거대한 공동주택은 필연적으로 거대한 쇼핑몰을 불러왔다. 네오밸류는 이런 기회를 잡아 대형상가 ‘앨리웨이’ 브랜드를 운영해온 디벨로퍼다. 하지만 상가 공실이 늘면서 네오밸류 역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이들이 발굴한 전략적 대안은 복합문화공간이다.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을 해본다고 가정하자. 빈 땅이 있다면 게임 유저들은 무엇부터 만들까. 대부분은 공동주택일 거다. 그다음으로는 대형상가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새 주택이 들어선 자리
# 한국 스마트폰 산업에 세대론이 등장했다. 나이 든 기성세대는 삼성전자 갤럭시를 선호하고, 젊은 세대는 애플의 아이폰만 쓴다는 거다. 실제로 갤럭시는 한국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지만, 20대 이하에선 아이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유독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두드러지는 일일까. # 갤럭시 브랜드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은 “글로벌 관점에선 한국만큼 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선 갤럭시가 청년들에게 매력을 잘 어필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사실과 좀 다른 면이 있다.# 더스쿠프가 스마트폰 세대론과 갤럭시의 위기를 분
「생물다양성 경영」최남수 지음|새빛 펴냄‘생물다양성’이란 동물‧식물 등 생명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생물다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분별한 개발, 벌채와 남획 등으로 자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금 ESG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문제가 다음 이슈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책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경영에 반영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지음|문학동네 펴냄 ‘구술생애사’. 동시대를 사는 타인의 이야
‘넷플릭스’ 효과를 누린 광장시장의 인기는 시장 밖으로 퍼지지 못했다.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이나 젊은층의 발길은 종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종로는 여전히 어르신들과 직장인들의 상권이었다. 그렇다면 그곳 상인들의 현실은 어떨까. 넷플릭스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엔데믹(endemic·풍토병) 효과는 누리고 있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종로의 자화상 두번째 편이다. 어느 상권이 그렇지 않았겠느냐마는 종로 역시 코로나19로 혹독한 계절을 보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이 회복하는 지금 종로는 어떨까.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에
뷰티 영역은 인플루언서나 인기 블로거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특히 메이크업은 차고 넘칠 만큼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화장 전문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비법을 배우거나 공유하고 있다.최근엔 성별이나 연령대와 무관하게 화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메이크업을 여성의 영역, 젊은 층만의 관심사라고 한정하는 사람도 드물어졌다. 어디서든 손쉽게 제품을 구매하고 누구나 원하는 스타일의 화장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넘치는 정보에 비해 화장의 근원적 스토리를 찾
예로부터 우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란 말을 인용해왔다. 과학적 지식을 오랜 시간 불변하는 진리인 양 여기며 어떠한 현상을 연구할 때나 사회적 문제를 논할 때, 미래를 예측할 때면 과학 이론을 찾아 등장시켰다. 여전히 우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많은 걸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근거를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새로운 과학 이론이 예전에 나온 이론을 뒤집는 일이 점점 흔해지고 있어서다. 혁신이라 평가받던 과학 이론들이 저문 자리를 또 다른 과학이 빠르게 채우면서 ‘과학적 근거’ 또한 바뀌고 있다. 과학의 비약적
일본만화 역사상 기념비적인 작품, 「슬램덩크」. 1991년 제 1권이 나올 때부터 1996년 31권으로 완결될 때까지 5년간,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의 작품이다. 일본의 만화 전문 포털 ‘망가젠칸’에서 밝힌 슬램덩크의 발행 누계부수는 약 1억 2천만부. 역대 일본만화 발행부수 10위다.(1위는 오다 에이치로의 로, 5억부다)슬램덩크의 인기는 비단 일본의 것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단행본 전권을 다 보거나 애니메이션 전편을 정주행
BTS 정국이 월드컵 개막식에서 주제가를 불렀다. 아마 그의 이름값에 걸맞는 대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럼 카타르에 세금은 누가 낼까. 정국일까 유명 연예인이나 체육인이 절세 목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속칭 스타컴퍼니(star company)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해외 유명한 팝가수가 내한 공연을 하고 큰 돈을 받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과세를 하지 못했다. 오늘은 월드컵의 두 경기, 축구와 세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린 꿈을 꾸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이뤄낼 거야, 우리의 꿈을 믿으니까(we are the dreamers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혀 온 두가지. 바로 전쟁과 질병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전쟁의 역사, 질병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지켜봐야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 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인류사를 위협해 온 전쟁과 질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때론 전쟁의 선봉에 서기도 하고 때론 다친 병사들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 신간 「전쟁과 약, 기나긴
40대 직장인 김건강씨는 요즘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목이 자주 마르며 소변을 자주 보는 등 전과 다른 신체적 변화를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무기력증도 심해져서 병원을 찾아가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당뇨병 위험. 예상치 못한 건강 적신호에 건강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제 뭘 해야 할까.직장인 건강씨는 지난 1년간 숙면을 취한 날이 거의 없다. 2~3시간에 한번씩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이유는 ‘잦은 소변’에 있었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판정을 받은 건강씨는 그제야 이유를
만일 당신의 나이가 일흔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당신은 과연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아마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나이가 된다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머릿속에 그리기도 힘든 시기다. 젊음이란 그런 것이고 세월이란 그런 것이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시인을 보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조남예. 1948년생으로 올해 나이 일흔 하고도 넷. 2남 1녀에 손주 여덟을 둔 여느 가정의 할머니와 다를 바 없지만, 그녀의 이력만큼은 평범하지 않다.
각종 규제와 안전 문제로 몸살을 앓던 ‘공유 모빌리티’ 산업이 국내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법이 바뀐 데다, 킥보드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면서입니다. 카카오·쏘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또다른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킥보드 등 모빌리티의 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겁니다. 사용 후 찾아가지 않는 모빌리티가 보도를 점거한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심하길래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킥보드가 많이 다니
김희선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김희선 작가는 반전을 거듭하며 무한히 확장하는 소설 구조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다각도로 탐구해 왔고 김희선의 소설은 그만의 유일한 장르가 된 지 오래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김희선 작가는 광산업이 쇠한 뒤 황폐해진 극동리 마을이 SF 촬영 영화 부지로 선정된 뒤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그 사건의 배후에 놓인 욕망의 연대기를 추적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에
1980년대 종로는 핫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차례로 문을 열었고, 밤늦도록 상가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종로는 딴판이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종각역부터 KFC 1호점이 있던 그 거리를 걸어보며 종로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한국경제의 어두운 자화상이 오버랩됐다.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각지하쇼핑센터 12번 출구 앞에 섰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종로의 터줏대감
노량진 공시생이었던 서른 살 소민은 이제 더 버티기 힘들다. 친구 유화의 도움으로 명동 코스메로드의 화장품 매장 페이스페이스의 직원으로 취직한다. 조선족, 한족 직원들 사이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정직원이 되는 것. 그런데 이게 뭐야? 베일에 싸인 인스타 셀럽, ‘드래그퀸, 버거’가 바로 내 남자사람친구 ‘강하오’라고??-시놉시스 中청춘물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은 10대 중반부터 20대의 남녀. 배경은 학교 아니면 아르바이트 현장. 분위기는 톡톡 튀고 발랄하며, 결국에는 ‘이 시절 참 웃기기도 하고
오리지널 로고를 내세운 프로스펙스의 뉴트로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 88올림픽을 경험하지 않은 MZ세대는 프로스펙스의 라떼 전략에 공감하지 못했고, 워킹화 고객인 중장년층까지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는 동안 LS네트웍스의 실적은 내리막을 탔다. 특히 브랜드 부문(프로스펙스·몽벨) 손실이 뼈아팠다. MZ세대를 겨냥했지만 그들을 사로잡지 못한 프로스펙스의 현주소를 MZ세대인 대학생 독자가 냉정하게 평가했다.첫째, 오리지널 로고를 브랜드 로고로 통합한다. 둘째, MZ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MZ 세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코로나가 처음 화두에 오른 2020년 초까지만 해도 대학로는 각종 신년기념 공연과 끝나지 않은 송년 공연으로 분주했다. 혜화역 1번 출구 뒤편부터 이어지는 대학로 연극 거리는 전두환 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만든 축제의 거리에 그 본을 두고 있지만, 이때부터 대학로가 젊음과 청춘을 상징하는 거리가 되었기에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표현되곤 한다. 공연예술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대학로가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에는 총 201개의 공연장이 존재하며 그간
지난 1월 30일, 대중서사학회가 2021년 상반기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줌으로 진행된 금번 학술대회는 작년 10월에 개최되었던 대중서사학회의 기획 학술대회 ‘뉴미디어 시대, 장르의 재발견’에 이어 다시 한번 더 ‘웹장르와 플랫폼’을 주제로 하여 관계된 질문들을 더욱 확장하는 자리였다. 대중서사학회 박숙자 회장은 “한국 문화사에서 매체와 서사가 가장 예민하게 만나고 충돌하는 자리가 대중서사의 자리가 아닐까 싶다”며 ‘웹장르와 플랫폼’을 주제로 한 금번의 학술대회를 통해 대중서사의 외연에 대한 질문과 웹장르의 서사를 어떤 새로운
호송차에서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젊은이는 호송차에 실려 형무소로 끌려갔지 나카노구(中野區) 에코다(江古田)의 동료들 눈앞에서젊은이 이름은 K팽팽한 한 꺼풀 눈, 설렌 듯한 말투그 한 꺼풀 눈이 젖어 있었네솜씨 좋은 치과기공사로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를 애독했었네1952년 6월 초여름조선전쟁 반대 데모를 했었지젊은이는 감시 대상이 되었네그 데모 때문에 감시 대상이 되었네조선에 소생해야할 평화가 적과 함께 저주받았지 젊음이의 눈에 조선이, 평화가, 그것을 소생시키는뜨거운 불꽃이 타올랐기 때문이라네에코다, 이케부쿠로(池袋)의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