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 상품이 유행한 적 있다.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라는 소비자의 일반적 관념을 토대로 만든 상품이다. 그럼 우리의 일상은 정말 반복적이고 지루할까.부천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매년 문화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부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은 「도시다감都市多感:감정사전」을 발간해 왔다. 평범한 일상을 문학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거다. 자신에게는 흔한 일상이 남들에겐 이렇게 낯선 여행이 되곤 한다. ‘도시다감’은 ‘도시의 다양한 감성’이라는 뜻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다. 참을 거짓으로 알았든, 거짓을 참으로 알았든, 사실관계를 오인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지도자도 예외여선 곤란하다. 부서, 회사, 정당,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라면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순신을 미워했던 선조는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네 지도자는 어떨까.이순신은 결국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발끈에 따른, 잘못된 뒤끝 작렬’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의 파직에는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부산의 적 진영에서 일어난 화재를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원 노후화 개선을 명목으로 10억원이 넘는 나랏돈을 타냈다.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사건이 ‘시설 노후화’ 때문이라고 주장한 결과다. 하지만 이 혈액원에 불이 난 진짜 이유는 직원이 피우다 만 ‘담배꽁초’였다. 도대체 대한적십자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22년 7월에 발생한 ‘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사고의 진짜 원인은 더스쿠프가 단독 보도한 내용 그대로였다(“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직원 담뱃불 때문”ㆍ더스쿠프 통권 532호). 화재를 일으킨 장본인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당직
7.6%(교육부·2023년 1차).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비중이다. 이유는 ‘이야기해도 도움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3월 1일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 이후 강화된 조치다. 달라진 학교폭력예방법은 우리 학교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에게 당했어요.” 누구에게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피해자의 48.3%(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2023년 1차)가 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네북’이 됐다. 산업부 직원들이 피감기관인 지역난방공사의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썼기 때문이다. 난방공사가 일찌감치 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하면서 이들의 ‘법카 찬스’는 3년이나 이어졌다. 결국 감사원이 뒤늦게 비위를 발견했고 징계 요청을 했지만, 후속조치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환수 여부도 ‘깜깜이’다. 더스쿠프 視리즈 법카: 부당한 사용과 구멍 네번째 편이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유용은 대표적인 ‘혈세 빼먹기’다. 매년 국정감사에선 단골처럼 오르는 비위 이슈이기도 하다. 경영진이나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공공기관이 법인카드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관리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서다. 어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로 얼마를 쓰는지 확실치 않고, 불법 사용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視리즈 ‘법인카드: 부당한 사용내역과 구멍’ 두번째 편이다. 나랏돈은 ‘공돈’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관리가 허술하니 마음대로 써도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여기면 오산이다. 이를 몸소 보여주
나름대로 음악교육을 받은 ‘인텔리’이자 연장자이기도 한 콜름이 ‘동네 바보형’인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면 콜름의 뜻이 관철되는 게 통상 정상적이다. 한데 파우릭은 의외로 절교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계를 고집한다. 예상치 못한 파우릭의 고집에 멈칫했던 콜름은 한 번만 더 말을 걸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위협한다. 그래도 파우릭이 말을 걸자 정말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인 총공세를 펼친다.파우릭은 콜름의 난폭한 공세에 난폭하게 대응하지도 않는다. 격렬하게 그 부당함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무표정하게 눈만 껌뻑거릴 뿐이다. 그
고금리를 틈타 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유럽 몇몇 국가가 ‘횡재세’를 부과하면서 맞섰다. 바람처럼 날아온 이득을 끌어들여 나라곳간을 채우겠다는 포석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 횡재세를 매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고금리에서 기인한 횡재를 누린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역대급 실적잔치 = 역대급 실적을 이번에도 경신했다. 대부분의 기업과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를 힘겹게 버티는
2021년 상장 당시 일었던 주가 고평가 논란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뭘 해도 주가가 떨어지기만 한다. 주가 하락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얘기다. 올 2분기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대주주인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문제는 대주주 논란이 이제 시작이란 점이다.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0년 6월 45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반기 기준)은 올해 6월 183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 20여년 전만 해도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교사의 체벌은 불법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등 학생의 인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문제는 이번엔 ‘교사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폭력이라고 주장하거나, 충분한 사유 없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존중을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지식을 쌓는 곳이어야 할 학교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교사들이 연이어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은행의 횡령·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금융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선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개정안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예금·적금·대출·이자 등 은행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단어가 있다. 그중에서도 은행의 핵심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신뢰와 안전성이다. 피 같은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은행이라는 거다. 하지만
# ‘웃으면서 인사한다’는 이유로 맞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며 또 맞았다.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 직원 B씨는 그렇게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됐다. # B씨는 어쩔 수 없이 동부혈액원에 폭행의 실체를 털어놨다. 달라진 건 없었다. 폭행 여부를 감사한 동부혈액원 책임자 C씨는 “괴로워서 잠이 안 오면 양주 먹고 자라”는 등 괴상한 말만 늘어놨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폭행 문답서’를 가해자 A씨에게 넘겨줬다. 훗날 A씨는 폭행 혐의로, C씨는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 이 이야
# 8년 전, 동부혈액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 상급자가 후배직원을 틈만 나면 폭행했다. 사건이 공론화했는데도 동부혈액원 행동강령책임관은 해괴한 말만 늘어놨다. “참아라.” “괴로우면 양주 먹고 자라.” 이 책임자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폭행 문답서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대한적십자사에 있다. 문제의 행동강령책임관은 지난 3월 동부혈액원 원장으로 복귀했다. 지금 대한적십자사에 없는 이는 ‘피해자’뿐이다. 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스쿠프가 동부혈액원에서 벌어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플린 신부가 자기 입으로 흑인 중학생 아이와 동성애의 죄를 범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 하지만 플린 신부는 끝까지 부인한다. 수사 권한도 없고 형사 콜롬보나 CSI 과학수사대급의 추리력과 수사능력도 갖추지 못한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분기탱천하는 원님 재판 수준을 맴돈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순순히 ‘자복’하지 않는 플린 신부에게 최후의 협박을 한다. 플린 신부를 둘러싼 의혹을 플린 신부의 전 근무지와 교구의 수녀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한다. 신부의 비위나 비리 의혹을 조사
#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는 대리인(Agent·전문가)이 주인(Principal·소비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서있을 때 발생한다. 예컨대, 의학 지식을 독점한 의사(대리인)가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환자(주인) 몰래 과잉진료를 하는 식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가 법조계(검찰)·금융계·의료계·언론계 등 전문가집단에서 더 많이 표출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불거질 때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실함을 거론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집단의 우월적 구조와 폐쇄적 문화를 뿌리뽑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을 얼마나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자장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횡령은 기본이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2월 2.82%였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학교폭력’이다. 드라마에서도 뉴스에서도 학폭 관련 소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교육부도 학폭 근절대책 마련에 나섰다. 핵심 내용은 ‘생활기록부상 학폭 기록 보존 기간 연장’ ‘학폭 기록, 대학 입시 반영’ 등이다. 그렇다면 가해학생의 학폭 기록을 오래 남기고, 입시에 불이익을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학교폭력(이하 학폭)’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학폭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흥행한 데 이어 논란 끝에 낙마한 고위공직자(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과거
KT, 포스코 등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은 2010년대 초반까지 관치와 외풍, 낙하산의 희생양이었다. 권력자들은 툭하면 이들 기업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낙하산을 투하했다. 이런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 ‘주인 없는 기업’은 나름대로 시스템을 혁신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그 시스템 위에서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더스쿠프의 視리즈, 소유분산기업과 권력 그 첫번째 편이다. 주총 시즌을 맞아 사령탑을 교체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주총 때 경영진 교체는 흔한 일인데도 이번엔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는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교
# 워치독(Watch dog·감시견)의 역할은 정부·기업·조직의 법적 부정과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거다. 워치독이 울지 않는 조직은 그래서 퇴행적일 뿐만 아니라 모럴해저드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여기 한 공공기관이 있다. 누군가 징계 이력을 숨긴 채 고위직 임원에 올라도 내부감사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법인카드를 유용하고, 내규에 없는 값비싼 사택舍宅에 주거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그 자리에만 오르면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지만 내부 감시망은 침묵한다. 웃지 못할 불공정 특혜다. # 이뿐만이 아니다.
시와시학신인상 수상으로 데뷔한 곽경효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인 "사랑에 대한 반성"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문학의전당에서 펴냈으며, 시인동네 시인선 187번째 시인으로 등재되었다.첫 번째 시집인 "달의 정원"에서는 소통의 어려움과 소통을 향한 갈망을 다루었던 곽경효 시인이, 이번 "사랑에 대한 반성"에서는 제목 그대로 사랑을 통한 자아성찰을 주제로 한 시를 담았다.누구나 사랑에 젖어있지만 그것이 정말 사랑인지 모를 때의 기억들, 사랑으로 인해 잠 못 이뤘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은 이번 시집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