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은 선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가족 구성을 인생의 한 과정으로 여기던 시대는 먼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 젊은이들은 경쟁·차별·박탈 같은 사회적 불안 요소를 내세우며 가족을 구성하는 일도 출산도 멀리하고 있다. 심각한 건 이로 인해 마주할 인구절벽이다.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대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곧 0.6대로 내려앉을지 모른다.정재훈 서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22년 말이다. 이때부터 피해자들은 피해자를 먼저 돕고 나중에 정부가 전세사기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외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특별법’도 반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렇다면 지역 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역 내에서 도울 수 있는 조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신축 다세대 주택(빌라)을 매입했던 집주인들은 애초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 기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광주문학관에서 작은 발표를 연다고 해서 광주광역시에 방문했다. 광주에서 업무를 볼 때는 일종의 루틴이 있다. 오전에 KTX를 타고 점심시간에 송정역에서 내려 바로 앞에 있는 영명국밥집에 들르는 것이다. 항상 그러했듯 살코기 국밥을 시켰다. 그리고 깨달았다. 광주문학관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걸. 광주문학관이 지난 6월 개관했기 때문이었다.광주문학관 앞에 섰다. 넓은 부지와 큰 건물 앞에 서자, 어째서인지 이곳에 와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광주 각화동에 있는 광주문학관 자리는 과거 시화마을이 있던 공간이다. 문학관 뒤 벽화들을 보
중국은 3세기부터 목판 인쇄를 했다.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고려다. 그럼에도 15세기에 개발된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의 인쇄기가 ‘혁신의 산물’로 꼽히는 건 여러 장을 한번에 인쇄할 수 있는 ‘압축기술’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의 기계식 인쇄 방법을 오프셋인쇄(offset printing)가 출현하는 20세기까지 그대로 사용했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 15세기 서양의 지식 혁명에 불을 지핀 주인공인 그는 포도주를 짤 때 사용하는 압착기를 개조해 근대적 인쇄기계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를 ‘근대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한때 ‘텐트 알박기’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일부 지자체는 ‘텐트 알박기’를 제재할 조례를 만들어 단속과 철거에 나서고 있다. 그러자 이번엔 ‘캠핑카 알박기’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캠핑하기 좋은 장소에 캠핑카를 상시로 대놓는 걸 꼬집은 말인데,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민폐임에 틀림없다.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팬데믹은 풀렸고,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시대로 접어들었다.2020년부터
언젠가부터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워졌다. 이긴 자들은 그 승리를 공정ㆍ합리ㆍ효율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다. 어쩌면 이 포장술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펼쳐졌던 우생학적 논리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이런 사회는 괜찮은 걸까. 새 기획물 ‘전쟁과 문학’ 첫번째 편 ‘나치의 혈통관리로 본 우생학의 위험성’을 펼쳐보자.19세기 말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주의 저변에는 특정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유럽 제국은 이 사고를 ‘과학’으로 포장했다.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책이 실패하자,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플랜B’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파티 명소로 떠오른 양양이 이를 입증한 사례다. # 흥미로운 건 ‘관광’을 유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로컬 스타트업도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 숙소 중개 플랫폼 미스터멘션이 대표적이다. 로컬 혁신 전문가 이준호 지역혁신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부회장과 함께 ‘로컬 르네상스’를 꿈꾸는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간, ‘이준호의 로+네상스’ 2편이다.소멸 위기에 놓인 여러 지자체의 부러움
용산구청은 2019년 ‘경리단길(이태원2동)’에서 보행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곳을 ‘다시 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23년, 용산구청은 이번엔 ‘용리단길(한강로동)’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 보행로를 정비한 경리단길에선 기대한 만큼의 ‘다시 찾는’ 효과가 창출됐을까. 용리단길은 또 어떨까.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한강대로에서 동쪽 골목길로 들어가 보자. 한강로2가로 불리던 이곳은 몇년 전 새 별명을 얻었다.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즐비했던 ‘경리단길’
청년주거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20년.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쓸모가 줄어든 호텔이나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에게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맹그로브는 그 발상을 실현한 곳 중 하나였다. 맹그로브는 다세대 주택이던 숭인 지점, 호텔이던 동대문과 신설 지점을 거쳐 ‘신촌’에 새 지점을 열었다. 3개 지점의 노하우를 담아 설계와 시공도 직접 관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코리빙 하우스가 ‘공동주택’이 됐다는 거다.올해로 4년째다. 2020년 종로구 숭인동에서 30여명의 입주민과 함께 시작한 ‘맹그로브’ 코리빙(Co-living
죄가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고, 두려움이 없으면 당당하게 마련이다. 이순신이 그랬다. 젊은 시절 그는 수없이 많은 의심을 받았지만 언제나 당당했다. 모반에 연루된 누군가의 집에서 자신이 쓴 서신이 발견됐을 때에도 “안부를 묻는 편지가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라면서 되레 호통을 쳤다. 얼마 전 검찰에 출두한 야당 대표에게 이런 기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순신 리더십, 아홉번째 편이다. 정읍현감과 태인현감을 겸임하던 시절에 전라도사 조대중曺大中이 서신으로 순신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조대중의 호는 정곡鼎谷으로 어질고 반듯한
한쪽에선 대통령이 검찰이란 ‘충견’을 동원해 자신들의 대표에게 누명을 씌운다고 말한다. 대통령 쪽에선 ‘법과 원칙’이란 구호만 거듭 내세울 뿐이다.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역사는 정의로운 쪽을 선택할 것이다. 온갖 누명을 받았음에도 결백함을 끝내 밝혀낸 이순신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한양의 훈련원에서 8개월 동안 상관인 서익의 인사청탁을 거부하며 힘겹게 지내던 이순신은 1579년 10월 충청병사(병마절도사의 약칭·무관 외관직 종2품)의 군관으로 발령났다. 충남 해미로 부임한 순신이 기거하는 숙소 안.거기에는
위반건축물인지 아예 모르고 샀다. 지자체의 공지도 없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에야 ‘위반건축물’이란 건 인지했다. 문제는 이 위반건축물을 원상복구할 때까지 이행강제금(벌금)을 내야 한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근생빌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한번 더 짚어봤다. 2020년 위반건축물 소유주는 ‘무제한’으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건축법 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위반건축물이라는 걸 몰랐던 사람들이었다. 2021년 우리는 이행강제금 ‘무한 부과’로 곤란해진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 가격이 조금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휘발유차나 경유차에 기름을 넣는 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기차가 아직은 고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몇몇 전문가는 LPG가 휘발유차ㆍ경유차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연료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성능도 몰라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제조업체가 LPG차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국제 사회의 질서를 단번에 무너뜨리며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자동차
종합예술 프로젝트 "화²음무²시 : 시, 예술로 번지다"가 오늘 9월 22일부터 관악구 관천로에 위치한 문화플랫폼 "S1472" 에서 개최된다.(이하 화음무시)는 청소년기의 비정형적 반항과 정체성의 확립, 사회화 과정중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의 양상들과, 신지영의 청소년 시집『최고는 짝사랑』을 기반으로, 식물을 소재로 한 플라워 아트(花), 일러스트레이션(畵), 음악(音), 무용(舞), 퍼포먼스(舞)가 시(詩)와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성되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하나의 시공간에서 드러내는 융․복합 전시다. 주제
2010년부터 2011년 서울에는 1시간에 7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2022년에도 비공식적으로 한강 이남 일부 지역에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호우로 인한 피해는 재산부터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서울시는 12년 전에도 ‘반지하’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애초부터 빈틈이 있던 대책은 12년 뒤의 호우 피해도 막지 못했다.갑작스러운 폭우는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냈다. 8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에 쏟아진 비는 건물을 잠기게 하고 도로를 마비시켰다. 이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본 건 불안한 주거 환
[글로벌 식량 도미노 위기]밀가루, 육류, 다음은 쌀 “밀가루, 식용유, 육류… 다음은 쌀이다.” 최근 몇개월간 식량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는데, 다음 차례는 쌀이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CNB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기후 위기, 식량 보호주의 등으로 많은 식품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상승한 비료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5월 식량가격 지수에 따르면 국제 쌀값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인 노무라의
흔히 기업과 정부는 선수와 심판 관계로 묘사된다. 시장에서 선수로 뛰는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심판인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불가피해서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심판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제대로 된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정부는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전락할 수 있다. 불행히도 국내 자동차 튜닝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2년간 전세계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전례 없는 도시 봉쇄 조치, 이로 인한 자국 우선주의 확산은 국제 통상의 질서
코로나19 국면에서 기간산업이 타격을 입자, 정부는 2020년 4월 ‘기간산업안정기금’이란 지원책을 꺼냈습니다. 9개 업종이 대상이었는데, 그중엔 항공업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던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단비를 맞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서 그 효과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결국 ‘돈 많은’ 항공사만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실일까요?항공업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을 걸어 잠갔던 세계 각국이 빗장을 풀
“국내 유통업계 최초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VIC Market) 오픈(2012년)” “광주 첨단점 계기로 창고형 할인점 늘려갈 계획(2017년)” “유료회원제 폐지하고 개방형 매장으로 전환(2020년)” “도봉점·신영통점·킨텍스점 폐점(2020년)” “2023년까지 빅마켓 20개점 확대(2021년)”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 오픈(2022년)”. 롯데의 창고형 할인점 전략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2012년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금천점을 오픈했다. 1994년 국내 진출한 미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