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야당 유명 정치인의 부모 무덤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주변에 구멍을 내고 한자가 적힌 돌을 박아둔 거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흑주술’ ‘주술 저주’ 같은 단어를 공중파 뉴스에서 언급했다. 민속학자나 무속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진지하게 주술 여부를 논의했다.이 사건은 지지자들이 벌인 것으로 밝혀지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술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부모의 무덤을 훼손해 정치인을 저주한다’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에 많은 사람이 공감과 공분을 보냈기 때문이다.여전히 누군가는 점을
# 지난 1월 31일 맘스터치가 ‘가맹점 갑질’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억원을 부과받았다. 여론은 “공정위가 점주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의문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우리는 視리즈 ‘맘스터치 끝없는 잡음 1편’에서 지난 3년간 계속된 맘스터치와 점주 간 갈등과 남은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이어서 아직 풀지 못한 과제들을 짚어보자.맘스터치와 점주 간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19년 11월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를 인수한 이후부터다. ‘가성비’ 브랜드로 불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에서 사는 청년 가구가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다. 그런데 청년 가구의 주거 만족도나 주거 환경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 역설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셰어하우스’가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집 가진 사람은 늘고, 부담은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보유율은 2021년 60.6%에서 2022년 61.3%로 상승했다. 자가 보유에 따르는 부담을 뜻하는 PIR(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ㆍPrice in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장기간 피해가 확산한 일종의 ‘느린 재난’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00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 ‘가정의 청결과 건강을 관리한다’는 이 제품은 2011년 원인불명의 폐 질환 사례가 수집되면서 전대미문의 환경재난을 부른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3년 10월 말까지 피해를 신고한 7877명 중 확인된 사망자만 1835명에 달한다. 「재난에 맞서는 과학」은 오랜 시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연구해온 환경사회학 연구자 박진영이 정치와 과학이 부딪히는 장場에서 서서히 변화해 온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가습
# 골프장의 구조는 위험해 보였다. 일행의 골프 실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두 변수는 결국 큰 사고를 유발했다. 일행이 친 공이 골프카트에 앉아있던 여성의 눈을 강타했고, 여성은 시력을 잃었다. 2021년 강원도 골프장에서 벌어진 사고는 이렇게 터졌다. # 피해자 여성은 타구자와 골프장 대표, 경기팀장, 캐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였다. 피해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경찰은 네명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달랐다. 2년 만인 지난해 10월 판단을 내린 검찰은 캐디를 뺀 나머지 사람을 무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관련 기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다룬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댓글이 빠지지 않습니다. 더스쿠프가 지난 2월 노란봉투법을 다루는 기사를 썼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연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일까요? ‘반론에 반론: 댓글에 답하다’ 노란봉투법 편을 살펴보시죠.“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자신
올해 3분기 가계빚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1월 시작한 부동산 연착륙 정책, 시중 금리 인하 유도 정책의 결과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에 한창인데, 우리는 왜 거꾸로 가는 걸까.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통위의 올해 회의록을 토대로 긴축 효과가 실종된 이유와 그 영향을 알아봤다. ■ 가계 빚의 명암=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에 카드대출 등 판매신용을 합친 게 가
몇개의 카테고리(category)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속에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것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대단히 난폭해질 수 있어 썩 바람직하지 않다. ‘여자와 남자’라든지 ‘흑인ㆍ백인ㆍ황인’이라는 분류도 그렇고, ‘상류층ㆍ중산층ㆍ서민층’이라는 분류도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모든 현상이나 인간은 하나의 카테고리 속에 집어넣어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이다.사람들은 예술작품이나 영화를 대개 ‘장르(genre)’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어떤 영화든 복합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어 특정한 장르로 규정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자세한 건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게 계획(안)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스쿠프가 그 논의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보려 합니다. 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3편입니다. “연금개혁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국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최초로 열린 인공지능(AI) 컨퍼런스 이후로 AI의 발전은 폭발적이었다. 이러한 발전은 슈퍼컴퓨터의 등장, 광케이블 인터넷, 그리고 데이터 혁신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었다.한국의 만화와 웹툰 세계는 이러한 AI의 발전에서 큰 가능성을 봤다. 이미 몇몇 소규모 업체들은 AI를 활용하여 자동 채색 등의 기능을 실험하며 그 효과를 시험 중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웹툰 AI 페인터'는 30만 장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웹툰의 다양한 채색 스타일을 구현했다.그러나, AI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졌다. 이번 패소로 정부가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돈은 1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패소 이유는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사실상 정부의 결정’으로 판단해서다.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지금이든 그 이후든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소지가 전혀 없느냐다. 視리즈 ‘국민연금과 입김’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자. 첫번째 편이다.8년 전 사건이 다시 소환됐다. 바로 2015년 9월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사건이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결혼 자금,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노후 준비…. 우린 일생 돈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기 어렵다. 많은 이가 ‘돈 나갈 데는 많은데 들어올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혹여 목돈이라도 필요할라치면 그간 돈을 모아두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사람들은 돈을 모으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자산 운용을 해서 수익을 높이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다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자산 운용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린 가장 현실적이며 안정적인 방법으로 ‘지출 줄이기’를 꼽
우린 거의 매일,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저녁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대 사안까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문제는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의 대부분이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정하는 마음」은 의사이자 오랜 시간 인공지능(AI)을 연구해온 저자가 AI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사결정 문제를 분석한다. 선구적인 AI 연구자들의 최신 결과물과 논리를 소
대학 졸업 전시회를 다녀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인 ‘집단무의식(선천적 무의식의 심층)’이라는 개념이 떠오를 만큼 비슷한 소재들이 하나의 패턴을 이룬다. 기린, 화분, 해체된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최근 도입된 미디어아트의 졸업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파도, 도형이 중첩되는 이미지들이 주로 보인다. 하지만 석사 이상의 졸업전은 분위기가 다르다. 석사 과정은 프로 작가로 활동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밟기 때문에 그들의 졸업전엔 학부 졸업전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흐
# ‘포켓몬빵’ 열풍에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 외식 브랜드의 성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SPC그룹. 쾌속열차처럼 질주하던 SPC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0월 15일 안전장치 하나 없는 소스 배합기 앞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터지면서다.# 허영인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과문 발표 이틀 만에 또 다른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소비자 사이에선 ‘SPC 브랜드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문제는 불매운동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임대차 2법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이 임대차 2법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인데, 정말 이 법은 시장을 교란했을까. 더스쿠프가 임대차 2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냉정하게 짚어봤다.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상한제가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7월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상한제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TF팀을 만들고 2개 법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과학적인 분석이 먼저다. 가령, 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때는 세수부터 정확히 추계해야 하고, 세율을 조정할 때는 그 여파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일부 대학 경영자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정말 어려운지, 학부모와 학생이 등록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등록금 인상’이란 방향성을 설정한 걸까. # “대학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에 관한 교육당국과 재정당국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6월 23일 장상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길이 막힌 흉노족은 게르만족이 사는 쪽으로 전선을 넓힙니다. 흉노족에 밀린 게르만족은 로마로 쳐들어오고, 로마 제1검 막시무스는 전쟁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막시무스는 새 황제의 미움을 사 가족을 잃습니다. 그렇다면 막시무스의 삶을 무너뜨린 건 막시무스일까요? 아님 막시무스를 영웅으로 만든 게르만족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흉노족을 후방으로 밀어버린 진시황이 막시무스의 삶을 빼앗은 원흉일까요? 글=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이지원
전력, 하수도, 수도는 원가原價를 공개한다. 전기, 물 등이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활 필수재인 주택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문제는 반대론은 반대론대로, 찬성론은 찬성론대로 주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최근 SH가 공공주택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서 이 논쟁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엔 양쪽의 주장이 한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까.원가原價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다. 원가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더해 시장에 내놓느냐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서다. 사업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펼칠 때, 최소한의 이익을 담보하는 ‘입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