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4ㆍ10 총선은 야당 압승과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까지 포함하면 192석의 ‘거야’가 탄생했다.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이(이재명)ㆍ조(조국) 심판론’으로 맞서며,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여당의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국민은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
일본이 2035년까지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수출한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전투기 시장은 1980년대 이후 다시 다국가 생산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전투기 시장은 앞으로 5년간 매년 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 무기 수출 경쟁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일본이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방위 장비·기술 이전 3원칙’ 규정을 완화하기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첨단 전투기 수출을 승인했다. 일본 헌법 9조에 담긴 평화주의 원칙에 어긋나지만, 예견된 결정이다. 일본은 2022년에 영국·이
‘금연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 당연히 아파트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흡연자들은 어찌 된 일인지 아파트 입구, 화단, 분리수거장 근처, 쉼터 가는 길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연구역보다 흡연구역이 훨씬 더 넓어서다. 더스쿠프가 이름값 못하는 금연아파트의 모순을 취재했다.아파트 단지를 드나들 때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밀려온다. 단지 내 갓길이나 분리수거장 근처, 쉼터ㆍ화단 등 여기저기엔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흡연자도 쉽게 볼 수 있다. 비非흡연자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담배 연기와 냄새에
[美 달구는 틱톡 논란]틱톡 금지, 정부가 강요할 수 있나“미국 하원의 입법(틱톡금지법 통과)은 연방법원에 ‘국가 안보상의 이유(하원이 인용)’와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놓고 평가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렇게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건데, 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에서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IT 기업 바이트댄스를 향해 ‘6개월 안
# 지난 2월 더스쿠프는 視리즈 글꼴 저작권 사냥 1편 ‘7년 전 글꼴 도용했습니다: 갑자기 저작권 소장이 날아왔다(통권 586호)’란 기사에서 무분별한 글꼴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던 한 비영리법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재판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비영리단체는 똑같은 사안 탓으로 ‘쪼개기 소송’을 당했는데, 건별로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視리즈 ‘글꼴 저작권 사냥’ 마지막 편이다. 가정을 하나 해보자. A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 B도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
국가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고약한 건 ‘세금稅金’이다. 때만 되면 국민들의 돈을 거둬가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금은 인류 역사에 선재先在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가 성립과 필요에 따라 후천적으로 생성된 개념에 불과하다. 당연히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요구할 때 자세를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고 경제의 운영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경제체제가 발달하면 할수록, 시장의 특성상,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일도 망설이지 않는 ‘맘모니즘(mammo
때아닌 상속세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법의 개정을 두고 의견이 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상속세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금보다 비장하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해 개시된다”란 민법(제997조) 조항처럼, 상
# 22대 총선 D-70. ‘민생 밖’에서 정쟁을 일삼던 금배지들이 또 국민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공약을 늘어놓은 채 ‘국민을 위해’란 수식어를 곳곳에 붙인다. 하지만 지금껏 내놓은 공약을 얼마만큼 이행했는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법안을 만들었는지는 고찰하지 않는다. 그저 공약의 성찬盛饌만 차려놓으면 끝이다.# 거대 양당의 수장은 한술 더 뜬다. 틈만 나면 “인재를 영입했다”면서 1호·2호 등 꼬리표를 붙이지만 정작 그들이 국민을 섬길 자격을 갖췄는지, 기존 영입인재의 성적표가 어땠는지는 제대로
21년 만에 도서정가제에 큰 변화가 나타날 조짐입니다. 정부는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웹툰ㆍ웹소설 등 웹 콘텐츠를 제외하겠다는 겁니다. 영세서점들은 도서정가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더 많은 할인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출판업계에 내재된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찬반 논쟁도 격합니다. 2022년 대선 당시엔 거대 양당 후보가 ‘도서정가제 축소(윤석열)’와 ‘강화(이재명)’란 엇갈린 정책을 내놓기도 했죠. 도서정가제는 책 할인을 15%(가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12년 만에 사라질 듯합니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찬성하는 여론도,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당사자 격인 소상공인이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와 함께 대형마트 영업
# 최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켓에 속해 있던 한국 시장을 올해부터 ‘단독 마켓’으로 전환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거다. # 하지만 정작 아디다스코리아의 경영전략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십년간 함께해온 점주와의 거래관계를 일방적으로 정리한 후 대화마저 하고 있지 않아서다. 2년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디다스코리아와 점주의 갈등을 취재했다.“아디다스가 한국 시장을 단독 마켓으로 격상했다.” 아디다스코
# 2023년 3월 눈을 감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 일본인으로선 두번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를 불편하게 여겼다. ‘제국 일본’의 잘못을 끈질기게 직시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작가 오에는 역사를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희망을 품을 자격이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보수든 진보든 집권만 하면 역사를 바꾸려 하는 우리네 권력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23년 연말, 한 작가를 다시 기억한다. 지난 3월 3일,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사망했다. 오에는 가와바타
2023년은 팬데믹으로 숨죽였던 문학계가 활기를 다시 찾은 한해였다. 전국 단위의 문학행사들이 활발하게 열리고 K-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이 범람하고, 도서정가제 합헌, 알라딘 해킹, 블랙리스트 기억의 소환 등 곱씹어볼 만한 이슈도 숱했다. 더스쿠프와 Lab. 러터러시가 2023년 한해 문학계 이슈를 모아봤다.■빛 : 대형 문학 행사 =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 목포문학포럼, 한국문학번역원 디아스포라 교류행사 ‘경계를 너머, 한글문학’ 등 문학계 내 대형 행사가 모두 성황리에
# 정치 테마주의 꽃은 단연 대선 테마주다. 국정 운영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인 만큼 대선 레이스 내내 테마주가 판을 친다. 하지만 테마주가 만들어지는 요인은 역시나 단순하다. 시장은 유력한 대권주자와 맞닿아 있는 기업을 찾아내 연관성을 부여한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관계라도 있는 기업이면 테마주로 엮인다. 그럼 대선 테마주의 끝은 어땠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 세번째 이야기에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정치 테마주의 흐름을 분석했다. 우리는 視리즈 ‘정치 테마주 역사적 분석’ 파트2에서 202
인터넷뉴스 매체들이 검색포털 다음과 법정다툼을 시작했다. 다음이 뉴스 검색 정책을 변경한 게 발단이 됐다. 지난 11월 22일 다음은 뉴스 검색페이지에서 콘텐츠제휴(CP) 언론사만 검색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CP는 포털과 언론사의 제휴 단계를 뜻한다. 다음의 경우, 크게 ‘CP’와 ‘검색제휴’로 나뉘는데, CP는 포털이 언론사 뉴스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포털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CP 뉴스 본문은 포털 사이트 안에서 볼 수 있다. 검색 제휴는 포털에서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그 결괏값에서만 기사가 보인다. 다음의 이번 정책 변
세계 각국이 폐지하려고 시도했던 건 ‘불평등의 세습’이지 ‘부의 세습’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부잣집 자식과 평범한 집 자식의 출발선을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상속세는 존재가치가 크다. 이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되레 상속세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합리적이다. 상속세는 젊은층의 ‘사회 출발점 평등’이란 정치적 이념적 당위성이 짙은 세목이다. 100m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90m 앞에 있는 재벌집 아들의 출발선을 상속세를 통해 가난한 농부 아들이 서있는 지점 언저리로 내
# 올해로 시행 11년차를 맞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오랜 시간만큼 소비자는 제도에 적응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에 미리 장을 보거나, 동네슈퍼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 그런데도 이 제도는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해당사자인 대기업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의 생각이 너무나 다른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 유통업체는 의무휴업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울타리’로 여겼다. #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뜨거운 이슈에 불을 붙였다. 지난 2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1420억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두차례 치른 2022년, 정당들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규모다. 사상 최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이 각각 600억원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도 수십억원에서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없는 민생당에도 18억원을 지급했다. 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정당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다(정치자금법 제3조 6호). 정당 보조금은 1980년 제정한 제5공화국 헌법에 처음 명문화한 이후 정당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전 정부와 현 정부의 갈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 정부는 전 정부의 거의 모든 걸 부정하고 있고, 전 정부는 이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정치적 이념도, 철학도 모두 달라 보인다. 그런데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하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특활비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거다. 납세자연맹이 두 정부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6월 납세자연맹은 대통령실의 특별활동비ㆍ업무추진비ㆍ식사비ㆍ영화관람비 등의 내역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대통령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