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기가 없을 때 성경은 사람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 배포됐다. 성경 66권을 묶은 ‘1질(일종의 세트)’을 사려면 집 10채값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성경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은 돈이 많은 수도원이나 교회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도원이나 교회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교리를 해석해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1448년 재정가 요한 푸스트(Johann Fust)를 설득해 인쇄기와 800굴덴(Guldenㆍ독일어권 금화 단위)
「고독사 워크숍」박지영 지음 | 민음사 펴냄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이 출간됐다. 「고독사 워크숍」의 인물들은 존엄한 죽음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시시하고 모순된 욕망이 담겨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고독사 워크숍의 참가자들이 털어놓는 내밀한 자기 이야기이기도 하고 고독했던 자신과 타인의 과거를 애도하며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현실을 껴안고 있는 인물들은 고독사를 말하면서도 희망을 찾는다.「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SF는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박웅현 지음|인티N 펴냄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등 전작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강조해온 저자가 이번엔 조직문화를 이야기한다. 한국을 성장시킨 ‘시스템의 시대’는 끝났고, 민첩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해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해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조직이 시대의 문맥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면서 “구성원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직 문화와 조직의 창의성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짚는다.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잠비 펴냄 2018년 출간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개정증보판으로 발행됐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모르던 저자가 강아지 피피를 맡으면서 시작한다. 피피와 함께 살기 위해 ‘개’의 모든 걸 배우기 시작한 그는 ‘버려진 개에 대해’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눈을 뜬다.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다니며 번식업자, 육견업자, 동물보호소 운영자 등을 직접 만났다. 개를 향한 애정과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확산한다. 「이주하는 인류」샘 밀러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시대가 머지않아 본격화할 것임을 예감했다. 인간의 영역이 점차 로봇으로 대치될 거란 전망이 쏟아졌고 ‘로봇이 내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란 우려로 이어졌다.어떤 직업군이 ‘로봇 시대’에 살아남을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시 많은 전문가가 ‘화가나 작가처럼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군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지 않아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나오면서 AI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주인이 천천히 1㎞를 걷는 동안 주변을 달리며 돌아다닌 개는 4㎞를 산책했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경제는 지속 발전하지만 한 걸음 또는 두 걸음 멈추기도 하고 때때로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같은 시기에 100번도 넘게 위아래로 널뛰듯 변동한다.”“나는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런 메뉴는 대개 그 레스토랑에서 빨리 팔아버리려는 거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이나 투자 조언의 90%도 마찬가지다. 참고할 만한 좋은 조언은 정말 매우 드물다.” ‘유럽의 워런
밀란 쿤데라는 소련의 프라하 침공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의 원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프라하의 봄(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이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던 쿤데라는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등 수모를 겪은 후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신간 「납치된 서유럽-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주는 에세이 모음이다.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혀 온 두가지. 바로 전쟁과 질병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전쟁의 역사, 질병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지켜봐야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 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인류사를 위협해 온 전쟁과 질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때론 전쟁의 선봉에 서기도 하고 때론 다친 병사들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 신간 「전쟁과 약, 기나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의 과거에 속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합니다.”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4월 윈저궁에서 한 대국민 연설의 일부다. 국가 대응력이 취약해진 상태였던 시기에 여왕의 연설은 정부의 그 어떤 연설보다 강렬한 통합의 힘을 발휘했다. 이 연설에서 96세(당시)의 군주는 포용적 언어로 종교인과 비종교인, 필수노동자와 재택근로자 등 모두를 끌어안았다. 여왕의 연설은 여성의 목소리, 우리 삶의 대부분을 함께해온 군주의 목소리, 세상이 거꾸로 뒤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9월 21일(수) 서울책보고에서 “2022년 제9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시상식을 개최하였다.전자출판대상은 디지털 독서문화를 확산하고 우수한 전자출판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전으로, 6월 15일(수)~7월 14일(목) 기간 동안 총 128종의 전자출판 콘텐츠가 접수되었다. 수상작은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1편과 우수상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5편이며, 금번 시상식에는 총 6편의 전자출판 콘텐츠가 출판 및 관련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 의해 선정되었다.올해 대상을 수상한
서언 가치는 그 무엇이 옳다, 좋다, 바람직하다 할 때에 있어서의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관념적 실체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주관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가치는 더불어 나오는 것이지 혼자 나올 수 없는 것이 사회적 모럴로서의 가치의 기본 특징입니다. 그런데 ‘한국적’이라 하먼 가령 한국의 대표 음식Korean staple food인 김치를 말할 때처럼 한국 사회 내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요소를 지닌 것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가 '한국적 가치The Korean Value'를 논하고자 하먼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전 지구적 재앙이 오리란 불안감에서다. 각국 정부가 제시한 ‘탈탄소 녹색 성장’이란 새로운 비전은 에너지 산업과 기업 경영 환경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화석연료 관련 기업과 거리 두기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의 종언이 앞당겨지고 있다. 「에너지 시프트」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버려야 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현실에서 녹색 경영으로의 이행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떻게
김경옥 시인이 새 시집 를 출간하고 지난 3월 26일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2003년 무등일보와 이듬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경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는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본과 물질세계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박두규 시인은 “김경옥의 이 시집에는 그의 퇴직한 후의 일상 삶과 교사 시절의 삶과 사회변혁에 복무했던 삶 그리고 그런 일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 내면의 자아가 가지고 있던 의식들까지 가득 차 있다”며 표제작 ‘외주’는 “자본의 자랑인 편리함과
한국 미술계는 다양한 구성원이 ‘아트신(artscene)’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웹사이트·앱 등 다양한 플랫폼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종이매체의 힘도 무시할 순 없다.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컬러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상당수 시각예술 작품이 종이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특히 종이매체는 ‘장기보관’ ‘대여가능’이란 장점 덕분에 도서관·서점·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유통됐다.[※참고: 도서관과 미술관은 미술데이터를 보관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그럼 미술계엔 어떤 종이매체가 있을까. 하
서언2-1, 김수영 사유의 내적 기원2-2, 김수영 사유의 외적 기원마무리 서언세상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관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시대의 아들1)이라고 했거니와, 현존재인 나는 세계 속의 존재라는 하이데거의‘세계-내-존재’ 또한 같은 말이 아닌가 말입니다.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예술도 마찬가지고, 김수영의 시적 성취와 사유의 열매 또한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김수영의 시작 초기 이력을 자세히 보니,‘묘정의 노래’(‘45)에 이어‘공자의 생
청포도 작가 항일 시인 이육사 선생 ‘사인’(sign,서명)의 비밀이 사후 78년 만에 마침내 풀렸다.지난 16일(일) 오전 11시 이육사문학관(경북 안동시 소재)에서는 육사 이원록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이 열렸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이육사 시인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그 중에서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금껏 주인을 알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서명/사인’sign(사진 참조)이었다.이 의문의 ‘사인’은 이육사가 소장한 책으로 알려진 일본어 책, 『예지와 인생』(叡智と人生)(
0.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지난해 2020년 12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전 세계에 백신이 공급되며 2021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2022년을 목전에 둔 오늘까지도 바이러스로 인한 여파는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의 여파는 문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예술현장의 위기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작가들의 3분의 1에 가까운
서언 자, 나는1) 이미 김수영을 “서구의 합리적 이지와 동양의 고전적 소양, 송곳style같이 날카로운 모던한 감각을 지녔으면서도 고유의 민중적 전통의 뿌리를 깊이 있게 의식했던 한국의 보기 드문 문화 검투사a cultural gladiator”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결코 그냥 한 헛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나의 연륜과 학문과 철학적 예지라 할까요, 머 그런 이미지의 연쇄작용에서 어느 날 운이 닿아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머 음악의 황제 베토벤이“짜자자 잔~”하고 ‘운명’이 지닌 영웅적 삶의 본질에 대한 음악적 리듬을 읽
1, 문제제기나도 남들처럼 뽀대나는 세계철학사를 쓰고 싶은 오랜 꿈이 있었습니다. 문예비평가의 소임을 다하느라 서가에 수천 권의 관련서들이 뒹굴고 있지만, 그 중에 가장 믿음이 가는 것은 들뢰즈/가타리의 등 적지 않은 철학 애서들입니다. 대체 모든 걸 돈으로만 가치를 매기는 부박한 신자유주의의 세상에 저 수밀도와도 같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농익은 사유의 열매를 맛보는 재미를 그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이킥 오르가슴’이라 할까요? 그러니 나는 연애보다 철학이 더 좋다니 이 늘샘의 헛소리를 믿을 수 있을까요
최근 문학상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상을 주고받거나 특정 출판사의 작가들이 상을 받는 것이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2019년 문학동네는 자사 직원인 김봉곤 작가에게 젊은작가상을 수여했다. 또한, 한 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문학상이 지난 몇 년간 자사 문예지에 발표한 소설을 문학상으로 선정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에 휘말렸다.지난해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상화시인상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학세계사 대표가 자사에서 발간된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 심사위원 선정 과정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