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렇지만 같은 조건을 가진 다른 나라들보다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하고 있다. 현재 지정학적 위기를 측정해보고, 우리 경제가 여기에 유독 취약한 이유를 알아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4월 셋째주까지 원·달러 환율은 7.3% 오르며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4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금융위기였던 2008년, 2009년보다도 더 상승했다. 강달러, 국제유가 상승,
미국에서는 신선식품 구매가 어려운 지역을 ‘음식 사막’이라고 부른다. 미국인의 12% 이상이 ‘음식 사막’에 산다. 신선식품이 빈곤층을 나누는 잣대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도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에 쓰는 지출이 늘면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대신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채소, 과일, 신선한 수산물과 육류를 먹는 것이 언제부터 고소득자의 특권이 됐을까.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은 1936년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겪은 체험을 담은 르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쓰고
이 사진 앞에서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데뷔지훈상, 편운상 등 수상「공포와 전율의 나날」, 문학의전당, 2015‘무심無心하다’는 두가지 뜻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인 ‘로봇’과 인간 같은 곤충들, 인간에 의해 강제로 대량 증식된 도롱뇽, 전염병을 권력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는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년)’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는 인간들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영화의 고전이
# 4ㆍ10 총선을 앞두고 지하철 무임수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지하철 무임수송 제도의 폐지와 존속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면서다. 이 대표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강조했고, 김 회장은 무임수송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질 정도로 예민한 이슈란 방증이다. # 그런데 지하철 무임수송 논란에서 핵심이 빠졌다. 무임수송에서 발생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메워야 하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불탔다. 용산 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철거에 반대해 농성 중이던 건물이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이날을 사람들은 ‘용산참사’라 불렀다.지난 20일 용산 참사 15주기를 맞았다. 예술은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하기에 ‘재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과 인구감소 대응책을 같은 선상에 놓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가 꼭 경제에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인구감소는 경제에 나쁜 것일지 아니면 좋은 것일지 두 진영의 논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집값, 사교육비 증가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 부동산과 교육 정책을 조정해 대응할 계획이다. 국토연구원이 3일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의 골자는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주택 관련 세금을 인하
「정신머리」박참새 지음 | 민음사 펴냄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박참새 시인의 첫 시집이 민음의 시로 출간됐다.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된 올해 김수영 문학상 투고작 가운데서도 박참새의 시는 활화산처럼 들끓는 에너지로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풍부한 문학적 레퍼런스를 토대로 한 과감한 발상과 다채로운 화자, 우회나 주저함 없이 끝까지 시적 주제를 파고드는 정통적인 힘은 비할 데 없이 압도적인 장점이라고 평가받았다.「고백」 김기준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1980년 후반 독자에게 엽서를 통해 시를 배
탁란(托卵)에 대한 예의ㅡ아홉 살짜리를 여행가방에 가두어 죽인 의붓에미에게 한상호열흘 남짓 품었던그 정 하나로뱁새는 오늘도애벌레를 물린다아기 뻐꾸기 붉은 입 속에ㅡ『어찌 재가 되고 싶지 않았으리』(책만드는집, 2023) 2020년 6월 천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의붓어미는 3학년인 아이를 가로 50㎝, 세로 70㎝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가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사인은 질식사가 아니라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추정되었다. 이 땅에서 계모와 계부를 포함해 부모의 손에 의해 살
플래카드들ㅡ서울이은봉튼튼한 거치대를 다리 삼아 제 몸을 주욱, 펼치는 놈들 있다 거치대들 사이사이 종로에도, 여의도에도 제 몸 크게 펄럭이며 ‘나를 보아라’, 소리치는 놈들 있다무엇인가를 자랑하기 위해무엇인가를 홍보하기 위해무엇인가를 선전하기 위해무엇인가를 팔아먹기 위해이놈들, 서울 도심의 이곳저곳 뻔뻔하게 널브러져 있다 바짝바짝 고개를 쳐들고 있다 어쩌다 보니 이놈들, 서울의, 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ㅡ『뒤뚱거리는 마을』(서정시학, 2023) KBS였는지 MBC였는지 SBS였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뉴스
Las Vegas의 밤과 낮김송포골 깊은 가슴의 샘을 훔쳐보고 있다광기의 엉덩이는 복숭아를 넘어선 흥분된 불멸,가슴과 힙에 흥분되어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다광란의 야성과 그랜드 캐니언의 대지가 어떻게 조화되는지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맞추려 하자 밤과 낮이 울부짖는다너희는 광야의 코끼리, 우리는 호랑이의 발걸음거리에 선 그들이 땋은 머리칼의 정체를 묻고 싶다밤에 다니는 불나방처럼 변신의 카멜레온에게 발산의 행위를 물어보고 싶다낯선 거리에서 본능이 드나들다그들의 존재가 명치를 자극했다사암(砂巖)이 그들의 몸을 통해 불끈거린다는 것을세속
가족사진 백옥희격자 장롱 맞은편 벽에뜰채처럼 걸린 잉어 네 마리꼼짝없는 찰나가 형광등 아래 있다왕소금 뻘을 누비던 잔뼈를 부려놓고허기로 잘록한 아내는 머플러를 둘렀다곧 죽어도 대학생이라고 비늘을 번쩍이며낚싯줄쯤이야 얕보던 아들이 그 옆에어부 낚싯바늘에 아가미가 걸린 딸안간힘으로 팔딱팔딱거리다 멍이 들고거친 풍랑과 맹골수에 식솔들 챙기느라풍성하던 지느러미 다 뽑힌 아버지가 중심에 있다저녁 바람이 곱게 다림질한 물 실크 옥색 치마동해 바다가 태곳적 고향이라는데,비린내만 일렁이는 항구 마을은이제 진저리가 난다는 턱걸이 급들 데리고무리를
기도를 위한 기도허영자내가 함부로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쓰리고 고단한 삶 때문에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알 수 없는 궁륭穹窿어두운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운명의 굴레를 헤치고 헤쳐 나와만신창이 얼굴이 꽃같이 피어날 때신이여비로소 당신의 이름을부르게 해 주세요.ㅡ『허영자 시선집』(동학사, 2023) 오늘은 크리스마스날입니다. 중동지방의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날을 오늘로 잡아 전 세계에서 축하 행사를 갖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날이 경건한 기도의 날이 아니라 요란한
엄마 쌤께ㅡ스승의 날에이원만말도 느리고행동은 더 느린 저를수업시간도 노는 시간도조용조용친구들 사이에 숨어 있는 저를어떻게 찾아내셨어요?땀 송송 나면서도치렁치렁 긴 머리어쩔 줄 몰랐는데고무줄로 묶어주시니 시원했어요여섯 살 때부터엄마가 없어 슬펐는데머리를 묶어주셔서감사합니다.ㅡ『오랜만에 나하고 놀았다』(모악, 2023)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 아기 예수님이 오시기 전날이다. 아마도 전국의 수많은 교회와 성당에서 연중 가장 큰 행사를 오늘 할 것이다. 성탄절 전날을 더욱 가치있게 여겨 내일보다는 오늘 행사를 하는 것이다. 시내 곳
달빛공장 완월동김소해보름달 첫 문장을 완상하는 달의 동네유곽의 집 나를 헐어 마주한 언덕바지섣불리 손댈 수 없어재건축이 밀다 놓친기미 낀 골목벽화 마른 꽃잎 다시 피워창녀는 아니지만 어쩌면 광녀같이불현듯 잃었던 밤을낡은 꿈을 수선하는수선공장 톱니바퀴 어둠을 잘게 썬다당직근무 달그림자 낮의 뒤를 살핀다녹이 슨돌쩌귀마다기름때를 닦으며ㅡ『서너 백년 기다릴게』(황금알, 2023) ‘달을 감상하는 동네’라는 뜻을 가진 부산 완월동(玩月洞)에 유곽이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다.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부산항에 일본인 집단 거류지가 형성
연길은 영결이다박태일긴 봄 장춘에서마산까지 공부하러 왔던 겨레 학생세무서 공무원에 부동산업까지 겸한다는아버지 뱃심을 닮아선지 활달했던 처녀한족 유학생보다 배달말 못했던 영결이가한국 온 지 석 달 자랑스레 내게 가르쳐준 것은선생님 한국 극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희극 비극 야동……어느 날 전자편지에 나 영결이다라 써 나를 웃기더니졸업하고 고향에 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던가사업하러 북경에 상해에 있다는 소식을 받았건만여섯 해나 더 지난 오늘 연길도십칠 층 아파트 밖 뜨거운 불빛을 내려다보노라니문득 나 영결이다…… 다시 웃으며 편지를 줄
ㄴ의 자세서안나의자가 ㄴ으로 자란다흙에 다리를 묻고 싱싱하다군부독재 시절 학생들은 ㄱ으로 각을 잡아야 했다정치군인들은 탱크를 ㄱ으로 몰아 정권을 탈취했다ㄱ으로 허리를 곧게 펴야 바른 정신이 깃든다는공화국의 표어엔 감정이 없다사람의 목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밖을 떠도는 문장이었다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운동장을 고르고 잔디밭 풀을 뽑고 돌을 치우고 폐휴지를 모았다교련 시간에는 교련복을 입고 제식훈련을 했다압박붕대와 삼각건 묶는 법을 배웠다 교련 선생 앞을 지날 때는 손에 날을 세워 ㄱ으로 경례했다교련 선생의 군복에는 퇴역 장교의 계급장
# 인터넷은 사용자들 간의 평등한 동료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개인의 생활과 삶을 세밀하게 감시하고 통제ㆍ통치하는 디스토피아를 예정하고 있는가. #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회적 활동과 개인의 모든 영역에 결합하면서 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확신할 수 없는 혼돈의 경계를 걷고 있다. 공병훈의 맥락,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첫번째 편이다.2018년 혼돈 속에서 나타난 어려운 개념 하나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과 체인(chai
시와 정치문봉선시와 정치는 닮은 점이 많다고?닮은 게 아니라 한 몸이라고?먼저 말만 먹고 산다고?냄새도 피우면 안 된다고?개보다 사람 위하는 일이라고?가장 낮은 곳에서 섬겨야 한다고?가장 높은 곳에서 이상을 가져야 한다고?보편적인 마음을 얻어야지,고루고루 감동을 주어야지.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으로 쓰는 언어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몸으로 비비는 언어몸으로 웃는, 몸으로 우는 언어긍지로 배부르다.수시로 몸을 바꾸어 입는 옷.넣었다 뺐다 조석으로 바꿔입는 사람 맘붙들어 맨 뒤엔 광대짓을 해야 한다.정치에 등불을 거는 직업을 천형으로 알고 쓴다
처녀들의 난 1ㅡ시, 눈총, 잠고명자한 땀 한 땀의 시한 땀 한 땀의 읊조림 졸음은 처녀보다 힘이 세 미싱 바늘에 손가락을 찔렸다 피댓줄에 머리카락이 감겨들어도 잠은 온다, 뒤통수에서 미싱 대가리와 너희는 용량이 같다졸지 마라 다섯 달 치 월급 그 까짓것 쫌 기다려봐라 시간은 바이어스처럼 늘어나 매일매일 새날이니 처녀들아 너희 흰 손가락을 바쳐라 졸음의 특효약 약 종이에 베껴온 詩를 털어 넣고 오물거렸다 무엇과도 섞이지 않으려고 미싱 다이 한쪽에 詩를 감춰놓고 혼자 곱씹는 행복 때문에 미안했다 詩에는 눈총과 소음 먼지와 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