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장난감, 액세서리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생활밀접제품 31개를 선정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 ▲보행기,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 ▲치발기, ▲캐릭터 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 등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특히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선 기준치의 최대 56배에 이르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년은 봄날 같았고, 지나고 나면 모두 지금보다 반짝반짝 빛났을 때였다. 금아琴兒 피천득은 이 시기를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라 했다. “유치원 시절,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참으로 기뻤다.” 박노해 시인은 인간에게 있어 평생 지속되는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소년 소녀 시절’이라고 말한다. 인생 전체를 비추는 가치관과 인생관과 세계관의 틀이 짜이고, 저 광대한 세상을 걸어 나갈 근원의 힘을 기르는 때. 아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는 통상 ‘사진’을 찍는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이는 호상근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영감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다만, 방법이 다르다. 그는 영감이 떠오르면 종종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든다. 사소한 찰나부터 의미 있는 순간까지 섬세하게 담기 위해서다.그만큼 그에게 ‘그림’은 세상과 통하는 문이다. 호 작가는 그림이란 ‘회화적 언어’를 동원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호 작가의 작품이 유별난 건 이런 성향 때문일 거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금속 또는 합금이 특정 온도에선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한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이 바로 초전도체다. 물질에 전류가 흐르기 위해선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질을 띠는 ‘전하’의 집결체인 ‘전자’가 이동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자가 이동할 땐 다른 불순물과 충돌하거나 전자끼리 부딪쳐 저항이 생긴다.하지만 초전도체에선 이런 충돌이 없기 때문에 전기저항이 일어나지 않는다. 저항이 없으면 저항 때문에 생기는 전력에너지의 손실도 사라진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다. 도선에 전
뉴스페이퍼에서는 문예창작과 재학중인 3명의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이 고등학교 당시 어떻게 입시를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한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혼자서 방에 있을 때 일기를 쓰는 것이 버릇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기가 점점 감상문이나 짧은 글로 변화하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선생님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소설을 써보게 되었고, 그 경험이 문예창작과를 희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또 다른 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부터 교과서 안의 읽기책을 열어보는 것이 제일 먼저하는
‘다우트(Doubt)’는 영화보다는 오히려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연극 ‘다우트’로 2004년에 퓰리처상까지 받은 존 패트릭 샌리(John Patric Shanley)가 2008년에 자신이 직접 감독으로 자신의 연극 작품을 무대가 아닌 스크린으로 옮긴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라기보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Philip Seymour Hoffman)과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펼치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시간적 배경은 1964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뉴욕시 북부 브롱스(Bronx) 지역이다. 1
다소 보수적인 미술계에선 갤러리 간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A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 작가와 B갤러에서 작품전을 진행한 작가를 두고 이런저런 상반된 말이 나도는 식이다. 물론 이런 유형의 뒷말은 작가들이 아닌 기획자 사이에서 많이 흘러나온다. 최소한 작가들은 통찰의 깊이를 논할지언정 예술을 만들어내는 영혼을 부인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PKM갤러리는 필자에게 신선함을 줬다.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소통할 만한 공간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PKM갤러리는 아이디어가 좋다. 특정 작가의 소개를 그림뿐만 아니
196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9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1997),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 『물 속의 불』(2007), 『귀가 서럽다』(2010),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2018)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앵』(2007), 『열세 살 동학대장 최동린』(2018) 등이 있다. 연구서로는 『시문학파의 문학세계 연구』(2020), 『시톡1』(2020), 『시톡2』(2020), 『시톡3』(2020) 등이 있으며, 산문집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
아이는 활발했다. 모두들 “사람을 밝게 하는 재주가 있는 아이”라며 칭찬했다. 공부에는 흥미가 많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따라줬다. 이 때문에 부모도 아이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는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이가 학습지를 풀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에게 혼자 공부하도록 자율을 줬던 부모는 충격을 받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부모들도 잘 알고 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성적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하지만 학령기 자녀를 둔
평범한 골목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동네 빵집들이 있다. 이런 곳의 특징은 발달하지 않은 상권에 들어가 시장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서울의 잠실 석촌호수 옆 송리단길. 지금은 인파가 넘치는 곳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원룸촌 골목이었다. 베이커리 카페 ‘라라브레드’는 이곳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송리단길의 랜드마크이자 골목상권 대표 빵집으로 유명한 라라브레드의 강호동 대표가 쓴 「이렇게만 하면 장사는 저절로 됩니다」는 ‘장사하며 부자 되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 20년간 고객에게 사랑받는 법을 터득하며 가난과 장애를 딛고
“전쟁은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전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양측 전사자는 4만 5천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부상은 18,000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실종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전쟁의 참화는 민간인도 피해가지 못한다. 전쟁의 주된 희생자는 군인으로 한정되었던 근대와는 달리, 현대전에 접어들며 민간인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당장 1차 세계대전만 하더라도 600만 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사망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5천만 명 가까이 사망하였다. 누군가는 이러한 전쟁이 우리에게
“나의 직업은 책을 찾는 일이다.” 신간 「워싱턴대학의 한국 책들」의 저자는 도서관 사서司書다. 자료를 빨리, 정확하게 찾는 것이 소명인 저자가 어찌 된 일인지 “제발 찾지 못하길 바라며 온갖 자료를 검색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 도서관의 한국 귀중서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이길 바라서였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의 소장처인 워싱턴대 동아시아도서관은 북미 14개 한국학 도서관 가운데서도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한국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저자는 그 가운데 특별히 44종을 가려 뽑았다. “선정 이유는 제
“길은 왜 다 구불거려요?” 구불거리는 길이 가득한 커다란 지도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동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발달장애·정신장애 예술가를 소개한다. 자신 안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22인의 작품 737점을 만날 수 있다.산책, 그림자, 지하철 노선도 등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상적 소재와 재료도 그들의 시선이 닿으면 놀라운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길
사람이 살던 곳엔 흔적이 남는다. 삶, 평범한 일상, 아빠와 엄마, 아이들의 기록이다. 장사하던 곳에도 흔적이 숱하다. 버려진 테이블엔 전화번호부가 적혀 있고, 남은 서랍장엔 낡은 LP판의 잔상이 새겨져 있다. 어디에도 기록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건물의 평범한 기록, 해체공사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건물에 누런 천을 둘렀다. 수십년간 한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 거대한 구조물은 이제 며칠 후면 세상에서 사라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건물은 세워지고 무너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과 끝이
해마다 3월 1일이면 모두가 유관순 열사를 기린다. 그런데 아는가. 남쪽에서 유관순이 만세를 부를 때 북쪽에선 더 어린 열다섯의 소녀 동풍신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이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소외됐다. 만세를 외치다 일제에 의해 생을 마감한 김향화는 기생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1919년 간호사였던 박자혜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민족적 울분을 참지 못해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했다. 만세 시위와 동맹파업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중은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아내로 그를 더 잘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쳤던 1930~ 1950년대는 우리 역사에 암흑과도 시기다. 모순이 가득했고, 몰이해가 판을 쳤다. 역설적이지만 예술이 꽃을 피우는 건 이런 시기다. 시인 이상, 소설가 박태원, 화가 김환기와 이중섭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예술가들은 이때 활발하게 예술활동을 펼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다. 다방과 술집에 둘러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국립현대미술관이 2021년 첫 기획전으로 암흑의 시대에 혁신을 외쳤던 자유로운 영혼들을 조명한다. ‘미술이 문학을
5·16 군사정변과 유신체제에 있던 1970년대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억압의 시간이었다. 일부 개방된 문호를 통해 국제미술의 실험적 미술경향을 접할 순 있었지만 실험적인 작업과 전시들엔 어김없이 제재가 가해졌다. 공인된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추상미술뿐이었고 모노톤의 단색화가 주를 이뤘다. 당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활동을 시작한 최병소 작가 역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들의 실험정신만은 잃지 않으려 했다. 단색화와 실험미술 사이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나갔다.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사진을 이용해 작업한 ‘
3D프로그램이나 포토샵 작업을 할 때 ‘새로고침(F5)’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가 쉽게 지워지거나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지우개는 마치 가상공간의 ‘새로고침’ 버튼과도 같다. 틀린 것을 고칠 수 있고, 새로운 걸 그리거나 쓸 수도 있다. 홍지연 작가는 연필로 첨삭을 하고, 지우개로 지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의 아이러니와 부조리를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왜 부정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Eraser’ 시리즈와 ‘Pencil’은 시네마4D(Cinema 4D)라는 3D프로그램을 사용해 실제 사물을
소설가 김훈은 원고지에 연필을 꾹꾹 눌러 글을 쓴다. 건축가 승효상은 그의 건축철학이 시작된 수졸당의 건축 설계도를 연필로 완성했다. 화가 김학량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던 부모님이 평생 사용해온 농기구를 연필로 쓱 그렸다. 사진작가 김수강은 검 프린팅(Gum Bichromate Printing) 기법으로 연필에 독특한 존재감을 부여했고, 화가 김은주는 연필의 선을 켜켜이 쌓아 검은 꽃을 피웠다.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 알란 에글린턴(Alan Eglinton)에게 연필은 사랑이다. 그는 연필로 한국어를 습작해 사랑하는 이에게 청혼편지를
한국인 최초로 영국왕립미술원의 ‘잭 골드힐 조각상(The Jack Goldhill Award)’을 수상한 권대훈 작가가 새로운 형태의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설치·미디어 등 장르를 한정하지 않는 작가는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보는 이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시공간을 제시하거나 서로 다른 차원의 순간을 한 공간에 표현한다. 이미지와 대상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찰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자신이 겪은 경험과 반대되는 요소로 인